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뿐만 아니라 변화의 양상도 아주 다양해졌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 같은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더 빠르게 변화하여 미래에는 어떠한 변화에 발맞추어야 할지 고민한다, 반면, 여전히 변하지 않고 우리 곁에서 유의미한 존재로 남아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할 것인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1990년대를 전후로 PC 운영체제가 생겨났고 이후 인터넷, 윈도, 마우스 등의 낯선 장치와 도구들의 발명으로 인류는 진화를 거듭하면서 첨단문명의 이기 속에 살아가고 있다. 날마다 속도전을 치르며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야후의 검색엔진은 구글의 등장으로 무너졌고 이후 스마트폰,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 SNS, 인공지능 등이 우리 곁에 왔다. 농경사회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신기술과 신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전광석화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자동차, 인간을 대체하는 기계, 화성 식민지 건설을 꿈꾸게 하였다.
혹자는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시대에 대처할 방안으로 변하지 않은 것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에너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형태를 바꿀 뿐 창조되거나 파괴되지 않고 보존된다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불확실한 무엇인가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분야에서 보존되는 에너지처럼 변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것에 몰입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분야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다를 것이다.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분야는 아마도 인류가 지속하는 한 유효하고 불변할 것이다. 인간 본성은 몇천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고대철학을 현재에도 유의미한 대상으로서 탐구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중에서 예술 분야를 깊이 들여다보면 특정 분야의 바이블 같은 텍스트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통적인 악곡, 기교, 창법을 토대로 그 기법이나 텍스트에 집중한다면 새로운 창작물이나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을 할 때도 그 이상의 새로운 창작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도외시하고 동시대적 시류에 편승한 기법이나 유행에 몰입한다면 세대를 잇는 지속 가능한 명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본과 전통적 텍스트에 집중할 때 우리는 한발 더 내디딜 수 있는 탄탄한 작품을 생산하여 미래에도 자연 도태되지 않을 명작으로 인류 문화에 풍요로움을 더할 것이다. 역사를 통해 자연 도태되지 않고 지금까지 인류에게 유익하고 필요한 존재로 기능해 오고 있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실재한 대체 불가한 대상이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인류 보편의 감성과 존재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들에 인류는 환호하고 관심을 갖는다. 인간 보편의 본성은 인종과 민족을 넘어 인류 공통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문학, 미술, 음악, 영화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명작들이 회자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가와 민족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으나 고유문화의 토종인자는 대체 불가한 유의미한 존재로 기능하고 있다. 억겁세월을 차곡차곡 쌓아 지금, 여기, 우리 곁에 실재하는 문화전통의 텍스트들은 미래 시대에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최고의 자산으로 작동할 것이다.
/노복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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