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선행학습은 필요 할까?
1. 주제 다가서기 우리나라 법에는 2014년에 만들어진 ’선행학습금지법‘이 있다. 이 법은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못 하게 하고 학원은 선생학습에 관한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선행학습은 예습과는 다르다. 예습은 다음 시간에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하는 것이고 선행학습은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공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교육비의 부담이 큰 데도 선행학습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찬성 측은 선행학습은 아이들의 상황과 목표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반대 측은 사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선행학습은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어 학교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못 하게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선행학습, 과연 필요할까? 2. 주제 관련 신문기사 ▶ 매일경제, 2023년 12월 6일, “수업 태도 나빠져” vs “수능에 필수”…선행학습 시킬까? 말까? [초보엄마 잡학사전], 권한울 기자. ▶ 경향신문, 2023년 5월 4일, 있으나 마나 한 선행학습규제법, 오창민 논설위원. 3. 신문읽기 [읽기자료1] “수업 태도 나빠져” VS "수능에 필수“...선행학습 시킬까? 말까? [초보엄마 잡학사전-198] “선행학습한다고 교과서 미리 풀지 말고 책 읽으며 배경지식만 쌓으세요.” 큰아이가 유치원생일 때 초등학교 교사인 지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본 적이 있다. 한글은 언제 가르치는 게 좋은지, 초등학교 입학 전 선행학습이 필요한지 등이다. 20여 년 가량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지인은 한글은 아이가 궁금해할 때, 선행학습은 하지 않되 책으로 배경지식을 넓혀주라고 했다. 교과서를 미리 풀어온 아이일수록 학교 수업에 흥미가 없고 수업태도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선행학습한 중·고등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고 있고, 선생님들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기사를 많이 읽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 수업은 시시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책은 많이 읽히되 선행학습은 하지 않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대표와 원장을 만날 일이 있었다. 한 학년은 기본이고 두 세 학년을 먼저 배우는 대치동에서는 선행학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로 설득력이 있었다. ‘중2병’(사춘기 때 심리적 혼란과 불만이 쌓여 반항과 일탈이 잦아지는 현상) 때문에라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 중학교 1·2학년 교육과정을 먼저 배워놔야 한다는 것이다. 중2병이 찾아오면 1년 가량 공부 공백이 생기는데, 중2병을 이겨내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면 해당 학년의 교육과정을 배워놔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등학교 1~3학년 교육과정 범위가 너무 방대하기에 미리 배우지 않고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원하는 성적을 거둘 수 없다는 설명도 납득할 만했다. 대체로 인문계의 경우 3년 수학 교육과정을 2년 내에 마치는 경향이 있어 많은 내용을 빨리 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사교육 시장에 노출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전국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1만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사교육 참여 여부와 시작 시점’을 묻는 질문에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사교육을 시작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 65.6%로 나타났다. 과목별로는 국어가 74.3%로 가장 높았고 수학(70.6%), 영어(61.3%), 예체능(56.2%)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는 취학 전 국어 선행학습을 시키는 비율이 비수도권 대비 2배 가까이 높았다. 선행학습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선행학습의 긍정적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가 있는 반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한 연구도 많다. 과외 경험이 학습 동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거나 선행학습 진도량이 많을수록 성취도와 학습태도가 좋다는 연구가 있지만, 학습변인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변인을 통제하지 못했기에 효과가 선행학습 때문인지 다른 요인의 영향도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학교교육 목표에 위배되는 입시 위주의 단편적 지식 전달로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등 고등 정신 기능 발달을 억제하고 자기 주도적 학습 대신 의존적 학습태도를 갖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기도교육정보연구원 연구원과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원이 2011년 인문계 고등학생의 선행학습 효과를 분석한 결과 선행학습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적 배경과 학습 태도, 아이의 학업성취수준에 따라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선행학습은 결국 부모의 선택으로 남게 된다.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게 아닌까 싶어 등 떠밀리듯 동네 수학학원을 찾았다. 밖에는 어둠이 깔렸지만 강의실은 비현실적으로 밝았다. 문제집을 푸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상담만 받고 나왔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입시판이 아직은 두렵다. (출처 : 매일경제, 2023년 12월 6일) [읽기자료2] 있으나 마나 한 선행학습규제법 미국 아이오와에서는 5분 이상 키스하는 것이 불법이고, 플로리다에서는 수영복 차림으로 대중 앞에서 노래하면 안 된다. 캔자스에서는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으면 처벌된다. 인터넷에 떠도는 미국의 ‘웃기는 법’ 사례들이다. 외국인이 보기에는 이보다 더 황당한 규제가 한국에 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학교에서 3학년 공부를 하면 위법이 될 수 있다. 한 자릿수 덧셈을 가르치도록 교육과정이 편성된 초등 1학년 학생에게, 교사가 2학년 과정인 구구단을 지도해도 안 된다. 이른바 ‘선행학습규제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정식 이름이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인 이 법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3월 제정됐다. 대선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키우는 선행학습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특별법 입안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실효성 논란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법을 중요하고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고, 법을 어겨도 실제로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법은 공교육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선행학습과 선행교육을 규제하고 학생의 건강한 심신 발달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초·중·고교의 정규 교육과정과 방과후학교 수업에서 선행교육을 금지하고, 학교 시험은 물론이고 고입·대입 고사에서 선행학습을 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못 내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학교장은 학교에서 선행교육을 않도록 지도·감독하고, 학부모·학생·교사에게 선행학습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제5조). 교사는 학생들이 사전에 학원에서 배웠을 것으로 전제하고 수업을 하면 안 된다(제5조의2).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의 교육과정에 따른 학교 수업 및 각종 활동에 성실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학교의 정책에 협조하여야 한다(제6조). 교사는 학생이 선행학습으로 학교 수업에 영향이 있거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 학부모 등에게 필요한 교육적 조언이나 상담을 할 수 있다(제7조). 그런데 정작 선행학습 공급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교육업체는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사교육 종사자들의 기본권과 학부모의 교육권 침해로 위헌 시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나 선전을 금지하는 규정(제8조의4)을 뒀다. 이를 근거로 학원을 단속할 수는 있지만 선행학습 유발 광고에 대한 정의와 처벌 기준은 없다. 아파트 게시판에 붙어 있는 ‘과학고 대비 초6 특설반’ ‘1년에 미·적분 완성’ 같은 학원 광고 전단은 이 법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교육당국으로서는 교습비나 강사 자격 점검 등을 핑계로 학원들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게 전부다. 이 법에 명시된 고입 전형 평가도 실속이 없다. 자립형사립고·외국어고·과학고는 입학시험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 자체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교육청에 제출해야 한다. 교육청은 평가 결과를 분석한 뒤 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학교에 행·재정 처분을 내린다. 최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낸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 전국 자사고·외고·과학고 등이 시행한 240여건의 입학 전형 평가에서 사교육 유발 요인이 적발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정부의 사교육비 통계에 의하면 자사고·외고·과학고 진학 희망자는 일반고 진학 희망자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50% 이상 많다. 그런데 자사고와 외고 입시는 선행학습 유발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으니 제도에 허점이 있거나 교육청의 관리·감독이 요식행위에 그쳤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교육당국이 자사고와 외고 입시에 오히려 면죄부만 준 꼴이다. 선행학습규제법 시행에도 선행학습과 사교육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은 물론이고 지방 학원에서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의대 진학반’이 성행한다. 교사들조차 자녀를 학원에 보내 선행학습을 시킨다. 학생수 감소에도 지난해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10.8% 증가한 2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선행학습도 못 잡고 사교육비 절감 효과도 없는데 교사와 교육청 직원들은 유명무실한 법을 유지하느라 ‘서류 작업’에 헛심을 쓰고 있다. 교육 관료들은 그래도 법이 있는 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강변한다. 같은 논리라면 ‘불효자 규제 특별법’ ‘미혼 규제 및 저출생 극복 특별법’ 등도 만들어야 한다. 실효성 없이 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선행학습규제법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고쳐쓸 수 없다면 폐지하는 게 옳다. (출처 : 경향신문, 2023년 5월 4일) 4. 생각열기 (1) [읽기자료 1, 2]를 읽고 신문기사나 내용에서 핵심낱말과 핵심문장을 찾아 색깔 펜으로 줄을 긋고, 2~3줄로 정리해 봅시다. (2) 기사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 쓰고 단어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 써 봅시다. (3) [읽기자료1, 2]를 읽고 아래 쟁점 질문에 대한 찬성과 반대 주장을 찾아 정리해 봅시다. 쟁점질문 찬성 반대 선행학습을 하면 성적이 좋아질까? 좋아진다. 왜냐하면 사전에 필요한 지식과 배경을 미리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좋아진다. 왜냐하면 나만의 학습 속도와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오히려 공부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5. 생각 키우기 (1) 선행학습을 금지한 해외의 사례를 찾아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 봅시다. (2) 선행학습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보고 정리해 봅시다. 6. 생각 넓히기 (1) ‘선행학습은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가족 혹은 친구들과 팀을 정해 찬성, 반대 입안문을 작성해 봅시다. (2) ‘선행학습은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아래 순서와 시간을 참고하여 디베이트(Debate)를 해 봅시다. ▶ 디베이트 순서와 시간 ① 팀을 정한 뒤 동전던지기를 통해 찬성과 반대, 먼저와 나중을 정한다. ② 먼저팀이 입안을 한다 (3분) / 나중팀이 입안을 한다 (3분) ③ 전체 교차질의를 한다 (3분) ④ 먼저팀이 반박을 한다 (3분) / 나중팀이 반박을 한다 (3분) ⑤ 전체 교차질의를 한다 (3분) ⑥ 먼저팀이 마지막 정리를 한다 (2분) / 나중팀이 마지막 정리를 한다 (2분) ⑦ 돌아가며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 해본다. (3) ‘선행학습은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진행했던 디베이트에 관해 에세이 형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써 봅시다. 7. 찬성 반대의 글 찬성합니다. 첫째, 선행학습은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준다. 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이 어렵거나 배경지식이 없을 때 선행학습을 통해 사전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관심 있는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고 싶은데 학교 교육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 선행학습을 통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 둘째, 선행학습을 통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학교 수업에서 새로운 주제를 배우기 전에 선행학습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면 더 자신감 있게 수업에 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의 질문에 위축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셋째, 경쟁을 유발하는 체제 개선이 우선이다. 만약 선행학습을 금지하려면 사회 전체적으로 더 강력히 규제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사교육을 찾는 이유는 특목고 입학, 서울권 대학 진학에 있다. 현재 입시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우수한 성적을 받기 위해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할 것이다. 따라서 선행학습은 필요하다. 반대합니다. 첫째, 선행학습을 한다고 해서 성적이 더 좋아지지 않는다. 남들보다 빠르게 학습한다고 해서 성적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나만의 학습 속도와 수준이 있는데 선행학습을 통해 그 속도와 수준을 넘어버린다면 오히려 학생들은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또한 선행학습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잊게 된다. 둘째, 선행학습은 학교 수업을 소홀하게 만든다. 학원에서 힘들게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은 이미 다 배운 내용이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즉 학교 수업은 뒷전이 된다. 셋째, 선행학습은 생각하는 힘을 빼앗는다. 많은 학교 교사들은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하는 힘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충분히 고민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향상되는 것인데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은 미리 누군가 가르쳐준 대로 쉽게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선행학습은 필요 없다. /밀알두레학교 정진우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