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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유기동물보호센터, 예산 지원 절실

군산시 유기동물보호센터(센터장 이정호)가 전국 최고의 유기견 보호시설로 거듭나고 있다. 시는 유기동물의 안전한 보호관리를 위해 애견호텔로 운영되던 도그랜드를 2월부터 군산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선정운영하면서 유기견 구조가 활발해졌고, 이들을 돌보기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센터에는 하루 평균 30여 명의 봉사자가 방문, 유기견과 놀아주는 돌봄 봉사 및 미용목욕 등의 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센터와 봉사자들은 160여 마리에 달하는 유기견을 한 마리씩 분리해 사료를 공급한다. 이는 식사량을 통해 유기견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맞춤 치료를 하기 위함이다. 센터와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주인에게 버려진 채 온갖 상처를 입고 떠돌던 유기견들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과 수영장 등이 갖춰진 센터에서 안정을 되찾았고, 방문객 누구에게나 다가와 자연스럽게 안기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들어 깨끗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유기견을 입양하기 위한 입양희망자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본격적으로 입양을 보내기 시작한 후 현재까지 140여 마리가 내외국인 등 새로운 주인을 만났고, 원주인에게 되돌아간 유기견도 50여 마리에 이른다. 이처럼 군산 유기동물보호센터가 전국의 동물애호가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지만, 센터의 고충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유기견 구조는 급증하는데 지자체 예산은 한정돼 센터와 봉사자들이 사비를 털어 유기견을 치료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그랜드가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선정된 후 현재까지 450마리가 구조됐으며, 그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입양률을 높여 보호견의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하지만, 입양률보다 구조되는 유기견의 수가 훨씬 높아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때문에 센터와 봉사자들은 관련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입양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자체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군산동물사랑 회원 김미애 씨(40)는 비좁은 뜬 장에서 밥도 먹지 못하고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됐던 유기견들이 좋은 환경에서 안정을 되찾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면서 시는 현재의 예산으론 증가하는 유기견 보호에 한계가 있다며 안락사를 권고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고의로 죽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두명진 씨(42)는 급증하는 유기견의 개체 수를 낮추기 위해 지자체 홈페이지 등을 활용한 홍보를 통해 반려견의 파양을 줄이고 유기견의 입양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군산
  • 문정곤
  • 2018.07.08 19:00

[불멸의 백제] 7장 전쟁 ⑦

넌 태왕비께 돌아가라. 다음날 아침, 서진을 부른 계백이 말했다. 지금까지 태왕비의 시녀 서진은 계백의 관저에서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서진이 머리를 들고 계백을 보았다. 관저의 마룻방 안이다. 계백의 옆에는 고화가 서있다. 나리, 태왕비께서 찾지도 않으시니 저는 이곳에서 살겠습니다. 서진이 말하자 계백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고화도 놀라 듯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말이냐? 이곳에서 살다니? 예, 나리를 모시고 살게 해주십시오. 나를? 계백이 쓴웃음을 지었다. 태왕비의 시녀가 덕솔인 내 시중을 들겠다고? 예, 나리. 태왕비께서 허락하실까? 이미 태왕비 마마를 떠난 몸입니다. 그럼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라. 이곳만 빼고. 몸을 돌린 계백이 고화에게 말했다. 그대가 오늘 중으로 내보내도록 하시오. 아침에 한산성을 떠난 계백은 저녁 무렵이 되어서 사비도성에 도착했다. 먼저 상좌평 겸 병관좌평 성충을 찾아가 인사를 한 계백이 그날은 성충의 저택에서 묵었다. 성충이 내신좌평 흥수와 도성에 와있는 동방방령 의직, 남방방령 윤충까지 저택으로 불러 그날 밤 주연이 벌어졌다. 다섯 명만이 모인 주연을 겸한 회의나 같다. 술잔을 든 성충이 먼저 입을 열었다. 태왕비와 왕비 마마를 연금시키고 신라 첩자로 의심을 받던 무리를 주살시켰으니 일단 내부(內部)의 불씨는 꺼진 셈이오. 소문도 가라앉았습니다. 흥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받았다. 백제는 내무 분란으로 망(亡)한다는 등 소문이 무성했지만 지금은 씻은 듯이 없어졌소. 민심(民心)이 가라앉았다는 뜻이지요. 의직이 말했다. 민심이 흉흉하면 온갖 소문이 무성한 법입니다. 덕솔의 공이 컸어. 이번에는 윤충이 계백을 향해 말했다. 이번에 김춘추까지 잡았다니 덕솔은 김춘추 가문과는 악연일세. 살려 보낸 것이 잘못 된 것 같소. 의직이 불쑥 말하자 방안에 잠깐 어색한 분위기가 덮였다. 머리를 든 의직이 말을 이었다. 비담보다 감춘추가 합병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발상은 신라를 너무 모르고 하신 것이오. 달솔, 다 끝난 일이오. 흥수가 말렸다. 대왕께선 선왕(先王) 마마의 유지를 받들어 합병을 밀고 나가시는 거요. 김춘추는 10번이라도 배신할 놈입니다. 그때 성충이 눈을 부릅떴다. 이봐, 달솔. 우리가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 것 같나? 그놈을 죽이나 살려 보내나 대세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야. 계백은 고위직의 갑론을박을 듣기만 했다. 모두 중신들이요, 책략과 지모가 뛰어난 노신(老臣)들이다. 의직의 말에도 이해가 갔지만 성충의 생각과 같았다. 김춘추는 왕(王)의 재목이 아니다. 신라왕이 된다고 해도 고구려, 백제, 신라, 같은 말을 쓰는 이 3국(三國)을 이끌어갈 위인이 아닌 것이다. 의자대왕이 아니면 연개소문이라도 3국을 통일해서 대륙을 통치해야 한다. 그래서 의자대왕이 연개소문을 도와 우선 당(唐)과의 전쟁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

  • 문학·출판
  • 기고
  • 2018.07.08 19:00

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 본선 진출 3개팀 선정

전주세계소리축제가 KB국민은행과 함께하는 소리프론티어 본선 진출팀으로 옥민과 땡여사, 촘촘, 누모리 등 3개 팀을 선정해 발표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는 지난 6일 서울 아지트 광흥창에서 소리프론티어 실연 예선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달 서류와 음원 심사를 통과한 7개 팀이 참가했다. 헤아림, 옥민과 땡여사, 촘촘, 누모리, 월드뮤직트리오 상생, 뮤르, 거문고 자리 순으로 팀당 약 10분 동안 무대를 꾸렸다. 각각 독특한 편성으로 한국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소리프론티어 본선 진출팀인 옥민과 땡여사는 싱어송라이터 김빛옥민과 아쟁 연주자 전휘영으로 이뤄진 프로젝트팀이다. 촘촘은 코리안포크뮤직그룹 고래야에서 보컬로 활동했던 권아신이 작곡보컬리더를 맡고 있으며 전통 민요의 후렴구와 소재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만든다. 또 누모리는 토속민요, 사물놀이, 무속음악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nu) 음악(Mori)을 창작하는 그룹이다. 현대적인 음악 작법을 이용해 전통 음악을 미래 음악으로 변모시킨다. 전주세계소리축제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실연 예선에 참가한 모든 팀에 박수를 보낸다며 본선에서는 순위를 떠나 관객들과 호흡하며 즐기는 무대를 맘껏 펼쳐 보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심사에 참여한 노복순 심사위원은 음악에 대한 도전성, 새로운 시도에 방점을 두고 심사했다며 선정 팀들을 통해 한국음악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옥민과 땡여사, 촘촘, 누모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10월 3~7일) 기간 중 10월 5일 소리프론티어 본선 무대에 오른다.

  • 문화
  • 문민주
  • 2018.07.08 19:00

전북YWCA·전북여성단체연합 '양성평등주간' 영화상영·토크쇼 "생활습관부터 고쳐야 여성 인권 회복"

전북YWCA협의회와 전북여성단체연합이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각각 미투 이후 여성의 역할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북YWCA협의회는 지난 6일 전주 중부비전센터에서 미국 최초로 직장 내 성폭력 승소사건을 다룬 영화 <노스 컨츄리>를 관람하고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전북여성단체연합은 같은 날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전북여성인권영화제 개막작인 <더 헌팅 그라운드>를 관람한 뒤 전북지역 대학생들과 관객과의 대화(GV)를 진행했다. △양성평등 가정 속 습관부터 고쳐야 미투(#Mee too) 이후 여성은 말하기 시작했고 여성에 대한 인식과 지위도 변할 것으로 생각했죠. 하지만 여전히 남편이 시키면 부인이 물 떠다 주고, 딸에게만 집안일을 돕게 하는 가정이 상당합니다. 인식하더라도 습관인 거예요. 나부터 참여하고, 생활 속 습관부터 고쳐야 여성 인권이 회복됩니다. 여성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대표성을 쟁취해야 하는 것, 극적인 하나의 계기로 주변의 인식이 변하는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여성들이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나 무뎌진 인식, 펜스 룰, 펜스 룰 피해로 미투를 비난하는 일부 여성이 걸림돌로 작용해 여성을 비롯한 모두의 인식변화조직문화의 혁신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행사에 참여한 40대 남성은 여성단체에서 양성평등주간 행사를 하면 남성들이 내빈 자리에서 생색내고 행사를 마련한 여성들은 들러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 명이라도 더 여성을 제도권에 들여보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간 네트워크 형성 필요 다 같이 멸망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쉽지 않을까요? 전북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정희진 씨는 미국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더 헌팅 그라운드>에 대한 속상한 공감을 드러냈다. 미국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미국도 다르지 않구나라는 확연한 깨달음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날 GV는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협동조합 김란이 활동가와 전북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정희진 씨, 전주대 서이경 씨 등이 참석해 얘기를 나눴다. 전북대와 전주대는 미투 운동이 불거진 대학이다. 두 학생은 대학 내 인권센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폐쇄적인 대학 특성과 인권센터에 대한 낮은 신뢰성 등이 결부돼 제대로 된 성폭력 보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는 것. 특히 학기 초인 3~5월에 성폭력 신고 건수가 집중되지만 이를 전후해 성폭력 예방 활동이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대학 간 네트워크 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인과 지인 간 연락망이 아닌, 대학과 대학 간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장기적인 대학 내 성차별주의 반대 운동이 전개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보현

  • 문화재·학술
  • 김보현
  • 2018.07.08 19:00

투표가 민주주의의 일이라면

▲ 최아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여러모로 시끄러운 6월이 지나갔다. 의외의 결과가 나왔던 월드컵도 한 몫 했지만, 조금 더 강렬하게 남은 것은 6월 지방선거다. 오늘날 우리는 대의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대리자를 선출하고 그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 대한민국은 이 개념을 잘 이행하고 있다. 겉보기에 멀쩡했던 양파가 속이 멀쩡하지 못한다면 그건 무슨 이야기일까. 양파의 속을 들여다보려면 양파의 껍질을 한 꺼풀 벗겨보는 수밖에 없다. 지난 지방선거 기간 동안 전주의 남부시장 청년몰에 청소년들이 모였다. 청소년들은 모여 스스로가 교육감 선거에 대한 공약을 내걸고 유세와 선거를 진행했다. 학생 인권 조례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당장 학교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한 개선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전국에서는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의 모의투표가 진행됐다. 청소년들이 직접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교육감을 뽑았다. 청소년들은 각자 자신이 바라는 방향의 정책을 시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사람에게 한 표를 던졌다. 공약을 꼼꼼히 읽고 나에게 맞는 공약을 내건 후보자에게 힘을 실었다. 위와 같은 행사를 진행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18세 참정권 실현을 위한 613 지방선거 청소년 모의투표 운동본부 등의 단체가 진보 성향이 두드러지지만 이러한 의견도 수용할 가치가 있다. 이들 모두 미래의 유권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부모가 이러한 정치 성향을 따르거나, 이 후보자가 유명해서 한 표를 행사하지는 않았다. 청소년들은 현재 지역구에 살고 있는 당사자이자, 정책 시행의 주체로서 의사를 표현했다. 하교 시 교통편 제공 및 교육 정책 진행에 있어서의 학생 의견 반영 등 실질적인 행정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교육 정책의 주체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을 청소년들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모의투표의 결과는 실제 선거 결과와 달랐다. 전국의 당선자 중 대구, 대전, 경북, 전남의 4명의 당선자가 청소년들의 모의투표 결과에서는 낙선했다. 유권자와 청소년의 견해가 갈린 것이다. 이와 같이 실제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사람과 교육정책 안의 당사자의 이해관계에는 괴리가 있음이 분명하다. 당장 정책 시행의 대상자가 되고, 그 정책으로 하여금 입시 정책과 학교 안과 밖에서의 보호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청소년에게야 말로 참정권이 필요하다. 정책시행의 당사자가 자신의 대표자를 뽑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런 사회는 민주시민을 기를 수도 없고, 민주주의 사회로 성장할 수 없다.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은 정보 습득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터넷이 있는 모든 곳에는 늘 정보가 있고 가장 먼저 시험이 되는 대상과 기민하게 반응하는 대상 모두 청소년이다. SNS에 정보가 범람하고 있고, 청소년과 비청소년 모두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학습한다. 청소년은 이전 세대에 비해 다양한 매체에 접근이 용이하며, 새로운 매체는 10대~20대를 타겟팅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전 세대보다 훨씬 기민하게 정보에 반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문에 청소년들에게는 적어도 교육감과 최소수준의 지방선거의 참정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주체가 대리인마저 뽑을 수 없다면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투표가 민주주의의 일이라면 유권자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최아현 씨는 전주대에서 역사문화콘텐츠와 한국어문학을 전공했다.

  • 오피니언
  • 칼럼
  • 2018.07.08 19:00

[전북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전라북도 길 이야기] 이잉1길 - 이영종

이잉1길은 먼 나라에 있는 길이다. 떠들썩하게 글지 이잉이라 말하며 매운탕 시래기를 밥에 척척 걸쳐먹던 아재와 아짐들이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잉잉 하고 울던 뒷집 아이도 오래전 서울로 가더니 소식 한 점 없어서고, 손바닥만 한 잉어를 알려줄 투박하고 커다란 손바닥들이 늙은 탓이다. 실제 먼 나라에서는 잉원이 총통이 되었다는 소식이 가물가물 들려오기도 한다. 소리를 만드는 작은 돌을 들추면 가재가 뒷걸음치듯 이잉1길은 숨어 있다. 누구나 아는 길이기에 아무도 모르는 이 길은 정읍 내장사 매표소 옆 단풍나무 그늘에서 시작해서 정혜루 마룻바닥에서 끝난다. 단풍나무 씨앗을 가지고 더 이상 놀이를 하지 않아 씨앗이 차창까지 내려와 놀아 달라고 보챈다. 한 녀석을 집어 들고 가는 길을 물으면 길은 시작된다. 물 너머를 그리워하던 길이 만들어낸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만들고 건너느라 애쓴 것은 길인데 왼쪽에 펼쳐 놓은 갈대의 춤은 내 것이라 해도 죄로 갈 일 아니다. 난 노래를 흥얼거린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 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 슬픈 일을 님에게 준다는 고은 시인에게 할 말이 가득하던 날도 있었지만, 이제 슬픔이 슬픔에게 어깨를 빌려주는 것도 좀 알게 되었다. 비 오는 날 애인에게 우산을 받쳐주지 말고 같이 비를 맞으라는 말도 들을 줄 안다. 이 길은 끝까지 물과 함께한다. 물은 내려오고 나는 올라가니 우린 계속 얼굴을 부딪친다. 봄과 여름 얼굴은 시원하고, 가을과 겨울 얼굴은 춥다. 시원해서 좋고 추워서 좋다. 잡고 있던 님의 손이 점점 뜨거워지는 게 시원함의 매력이다. 나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물을 버리기 때문에 물이 이별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 물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싶어지니 추워서 좋다. 로마에 갔더니 로마 그늘 전문가가 있었다. 무더운 콜로세움 앞에 우릴 세워두고 가이드는 그늘처럼 말했다. 로마의 그늘은 모조리 자기 수하에 있으니 걱정 말고 보고 즐기는 일에 몰두하라고. 이잉1길! 정읍의 그늘 전문가가 추천하는 길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늘이다. 무릇 존재가 있어야 생기는 존재, 그늘은 그곳에 늘 살아 있다. 물론 그날만은 당신 그늘 지워져도 좋으리라. 더욱이 해가 갈수록 그늘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얻어 나날이 발달하고 있으니 얼굴 타기를 원하지 않는 이쁜 사람들은 시방 가도 좋고 나중에 가도 좋다. 경사(慶事)에 경사(傾斜)를 내지 마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걷기 편한 길은 깔꾸막이 없다. 나아가고 올라가는 일이 전부인 날도 있었다. 돌아가고 내려가는 길은 평탄한 게 좋다. 오르는 일에 불편해진 관절을 치유하고 싶다면 이 길로 오라. 어린 전나무를 여섯 그루의 듬직한 어른들이 둘러싸고 있는 곳을 놓치면 안 된다. 그런 풍경을 연출해낸 사람은 아기단풍과 같은 심성을 지녔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혼밥과 혼술이 대세지만 옛날 집엔 식구들이 무던히도 많았다. 그 앞에 가만히 서서 흘러간 식구들을 뒤돌아보면 아련히 아름다울 것이다. 물가에 핀 흰 찔레꽃 향기를 맡으려면 코 평수를 넓히는 수고를 아끼지 마시라. 아파트 평수를 넓히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 코 평수를 넓히긴 쉽지 않겠지만, 우리 미학을 완성하는 재료는 냄새이니 후각 학원이라도 다니면서 인간의 근원적 냄새를 맡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강사가 바로 물가에 핀 흰 찔레꽃이다. 어린 굴거리 잎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뒤를 보살펴준다는 지난해의 굴거리 잎을 만나거든 짧게 세 번 박수라도 쳐주어라. 꽃과 잎이 서로 볼 수 없는 내장상사화(백양화)와 누가 더 생존에 유리할지를 놓고 실제적 지능을 겨루면 용호상박일 것이다. 다람쥐는 보고, 새들은 들어라. 다람쥐가 그대를 보러 올 것이기 때문에 일부러 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사이좋게 아래와 위를 나누어 사는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귀 기울여 보라. 아래에선 오목눈이, 노랑할미새, 숲새가 위에선 오색딱다구리, 소쩍새, 올빼미가 보이지 않는 경계를 잘 지키며 살아간다. 너럭바위 위에서 오카리나를 부르던 처녀를 부르며 자신을 늘 비출 줄 아는 우화정에 이르면 그대도 깃털로 화해 서래봉을 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에겐 발이 더 귀하니 넘어가지 말고 갈매나무가 있는 숲길로 들어서라. 샘물이 솟는다 퐁퐁퐁 낮이나 밤이나 퐁퐁퐁 길가는 나그네들 목 축여 가라고 산비탈 돌 틈에서 퐁퐁퐁 이 노래가 생각나는 샘을 만나거든 애인과 고무줄놀이를 해도 좋을 것이다. 돌다리 앞을 지키는 연리지에게 사진 찍자고 말해보라. 그렇지 않으면 수줍음을 잘 타는 연리지는 고개를 나무둥치에 묻어버릴지도 모른다. 이 나무와 저 나무가 합쳐져 하나가 되듯 우리도 하나 되지 못할 리 없다고 생각하며 연리지의 볼에 얼굴을 대고(커다란 까치발이 필요하겠지만) 한 방 찰칵하시라. 정혜루 마루에 올라서기 전에 샘물 마시는 걸 잊지 마라. 거기 기와의 下心을 놓치지 마라. 그 글씨를 쓴 이후로 물의 숫자가 108에서 100으로 줄었다는 이야기를 어느 스님이 하거든 그냥 웃어버려라. 정혜루에서 차와 고구마 보시를 받았다면 당신은 길의 끝자락을 본 셈이다. 이잉1길은 만리장성을 걷다 붙여준 애인의 별칭이었다. 하도 글지 이잉 하길래 아예 이잉이라는 별난 맛을 지닌 이름으로 불러 주기로 했다. 지금도 그녀의 이름은 이잉이고 이잉4길까지 이름 지은 길들이 우릴 부르고 있다. 애인과 길을 걸어라. 마음에 드는 길을 만나면 애인의 이름을 따 둘만의 길을 만들어라. 이름 붙여준 길은 둘에게 와 김춘수의 꽃이 될 것이다. /이영종(시인)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2 박재삼문학제 신인문학상 백일장 대상.

  • 문화
  • 기고
  • 2018.07.06 15:38

"전북 체육자원으로 남북교류 선도를"

전북의 체육자원으로 남북교류를 선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전북이 강점을 가진 태권도와 지역에 연고를 둔 전북현대모터스축구단과 전주KCC이지스 농구단을 활용하는 등 남북 체육교류에서 전북만의 차별화된 종목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연구원(원장 김선기)은 5일 ‘남북평화의 시대, 체육과 전북의 대응’이라는 이슈브리핑을 통해 태권도를 통한 북한교류를 강조했다. 남북은 4·27 판문점선언에서 체육 분야가 남북화합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고 규정했으며, 각계각층의 다방면적 교류·협력 및 왕래·접촉 활성화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명시했다. 연구원은 판문점선언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주체로 명시했으나 남북교류를 지자체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북은 무주에 위치한 태권도원과 북한 태권도전당의 교류를 통해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또 전북에 연고를 두고 활동하고 있는 전북현대모터스 축구단과 전주KCC이지스 농구단의 활용도 제시했다. 전국 최고 수준인 두 구단과 북한 축구와 농구 대표팀의 친선경기를 통해 체육교류를 도모할 수 있고, 북한 유소년 대표팀의 전지훈련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윤규 부연구위원은 “전북이 체육을 매개로 한 남북교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출연기관, 프로팀 관계자들로 구성된 협의기구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협의기구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치일반
  • 강정원
  • 2018.07.05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