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거리, 지붕 없는 공연장 되다] ③ 프랑스 현장(상) - 예술단체 연합체로 움직이고 거점별 제작소…거리공연 일상화
프랑스는 조르주 퐁피두 국립 문화예술센터,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아비뇽 연극제, 칸 영화제 등 세계적인 문화예술 시설과 콘텐츠를 가진 문화 강국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가장 자유롭고 생생한 예술은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억압권위에 반대하는 문화혁명이었던 1968년 학생 운동 당시 예술도 사회의 틀을 깨는데 동참하자는 갈망과 자유에서 태동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거리 공연은 예술이 상위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계층이 향유하는 문화민주주의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현화한 것이다.거리 공연이 일상화 된 프랑스는 거리예술단체들이 연합체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뜻이 맞는 개별 단체들이 모여 중간 민간 조직을 이루고 중간조직을 아우르는 국가 소속의 단일 연합(프랑스 전국거리예술연맹)이 있다.(상)편에서는 래티샤 라포그 전 프랑스 국립거리예술연맹회장으로부터 프랑스 거리 예술 현황 및 구조를 들어보고 거리예술인들이 모여 연습사무교육공연 등을 하는 거점 공간 라 빌라 마디치 를 돌아본다. (하)편에서는 전북지역과 규모가 비슷한 도시 트로아에 기반을 두고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공연연합단체 아사히라와 프랑스 거리공연자들로부터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네트워크 구축공동의 목소리 내기현재 프랑스 전국거리예술연맹에는 14개 지역의 연합 단체가 소속 돼 있고 그 안에 1000여 개의 개별 공연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 협회연합과 달리 이들은 국가 보조금을 받지 않고 회비도 내지 않는 비영리단체다.2013년부터 2016년까지 프랑스 국립거리예술연맹회장으로 활동한 래티샤 라포그는 거리예술인들이 연합 단위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힘을 모아 효과적으로 거리 정부자치단체에 거리 예술인들의 활동 권리를 주장하고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독립적으로 활동하던 예술인 및 단체가 모여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공연 기획, 일정 수립, 거리예술 연구 등을 하는 것이 연합 활동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더 나아가서는 수동적으로 공연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거리예술이 독립된 장르로 발전하도록 자체적으로 제도를 만들고 판을 넓혀가는 것이다.△공연자 중심 배급연합체 활동이 활성화된 데에는 사회 구조적인 요인도 크다. 프랑스는 제도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예술인에게 실업수당을 지급한다. 따라서 예술의 발전과 저변화는 예술인의 몫이고, 예술 활동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없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다만 국가 및 자치단체는 예술인을 지원 대상이 아닌 사업 파트너라고 인식한다. 예술인들이 자신들의 기획공연을 거리에서 하겠다고 제안하면 계약을 체결한다. 국가 및 자치단체, 축제 조직위 등은 도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단체로부터 공연을 구매하는 개념이다. 래티샤 전 회장에 따르면 단체들이 연평균 40건 이상을 계약한다. 별도의 지원이 없어도 거리공연이 활성화되는 이유다.자연스레 공연의 수준도 높아진다. 공연만 좋으면 더 많은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한 단체가 여러 개의 레퍼토리를 계약 할 수도 있다. 또 기본적으로 정부에서 생활비가 나오니 공연 제작에만 몰두 할 수 있고, 계약금 등은 공연 완성도를 높이는데 쓸 수 있다. 양질의 공연 생산은 물론 예술 활동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된다.△창작 거점 통해 뿌리 내리기프랑스 정부에서는 거리예술 창작 활성화를 위해 거리예술 국립제작센터를 만들었다. 아뜰리에 231(LAtelier 231) 등 총 아홉 개의 제작소를 만들어 지역별 축제극단 등과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국립기관 외에도 프랑스 전역에 거점 별로 제작소를 배치해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거점을 통해 창작과 예술인 네트워크 구축, 공연 배급과 교육 등을 펼쳐 거리예술을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자는 취지다.파리 근교의 소도시 오베르빌리에 위치한 빌라 마디치(La Villa Mais Dici)는 국립기관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운영관리하는 곳으로, 사무실작업실연습실공연장카페테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예술인들은 저렴한 월세를 내고 입주하거나 단기로 연습실공연장을 빌릴 수 있다. 지난 10월 9일 방문한 빌라 마디치는 폐공장 같은 외관과 화려한 그래피티와 지역 학생들이 예술교육의 일환으로 꾸민 벽이 멀리서도 튀었다. 현장에서 만난 입주 예술가들은 흩어져서 진행되는 거리공연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학생시민 교육도 거리예술의 범위빌라 마디치가 오베르빌레에 위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저렴한 집값과 예술을 통한 원도심 재생. 유색인종들이 주로 사는 낙후지역으로 인식되는 이곳 주민들은 문화예술을 접하기가 힘들다.따라서 빌라 마디치 입주 예술가들은 지역 학교와 연계해 예술 교육을 하고 있다. 래티샤 전 회장은 프랑스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까지 예술의 범위라고 인식한다며, 거리에서 펼쳐지는 자신들의 행위가 예술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예술인들이 직접 맞춤형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일상 대화를 시처럼 낭독하기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가면 만들기 등이 그 예다.또 이곳은 언제나 이웃에게 열려 있다. 사회적인 유대감 강화를 위해 주민과 함께하는 음악회, 파티 등을 정기적으로 연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