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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동문거리 살리기

산업화 시대 이전 전주가 전국 7대도시의 반열에 들어 있을 때 전주시의 도심권을 중앙동과 경원동·고사동·풍남동 일대였다. 청석동 파출소에서 관선동 파출소에 이르는 동서(東西)로 길다랗게 뻗은 도로가 중심 상가를 이뤘다. 문화와 패션과 소비오락과 물류가 이 거리를 통해 생성되고 전파됐다. 인구 30∼40만명선을 유지하며 이런 패턴을 유지해 온것이 대략 70년대 초까지였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지금 50대 중·후반 이후 세대들에게는 책갈피속 노란 은행잎만큼이나 진한 추억을 남겨주고 있는 이 거리가 쇠락(?)의 길로 들어선것은 70년대말쯤 부터라고 보여진다. 상권이 차츰 북상하면서 동서로를 거쳐 오거리 쪽으로 옮겨 나가고 도시의 다행(多倖) 기능에 따라 신도심권이 형성되면서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바로 도로 하나를 건너 객사 일대 고사동 지역에 조성된 현란한 도심 환락의 외양(外樣)이 활력이 떨어진 구도심권 상가의 잔영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보석·가구·패션을 중심으로 명맥을 잇고 있는 중앙동 일대나 대중 음식점 몇곳과 서점 한 두군데로 옛 명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경원동 상가 주변의 몸부림이 그렇다.그 상실감에 대한 보상심리나 반작용때문일까? 최근 구도심의 중심지중 하나였던 동문네거리를 살리자는 운동이 민간모임을 중심으로 소리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주말 동문거리 삼양다방에서 열린 제1차 상가 워크샵에는 이 일대 주민은 물론 거리 활성화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참석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6회에 걸쳐 동문거리신문 제작과 동문거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등 동문거리 살리기 운동을 주도하고있는 이 모임의 김병수대표는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구심도권의 활력을 되찾게 될 때 '추억의 거리'가 전주의 또다른 명소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을 숨기지 않고있다.그러나 아쉬운것은 이런 적극적인 주위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점.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는건 사실 무리일수도 잇다. 흔히 말하는 성장동력(成長動力)이 여기에도 필요하다는 논리는 그래서 당연하다. 그것은 자발적인 시민들의 투자일수도 있고 지자체의 선택과 집중일 수도 있다.

  • 전주
  • 전북일보
  • 2003.12.02 23:02

[딱따구리] 동문네거리, 그 곳엔…

주인이 바뀌어도 상호는 그대로인 거리, 맛이 바뀌어도 단골의 발길은 여전한 거리. 전주 구도심의 중심지였던 동문거리를 살리기 위해 공공작업소 심심(대표 김병수)과 성균관대 신+도시건축연구실(책임교수 신중진)이 29일 '동문거리 제1차 상가워크숍'을 열었다. 외소해진 거리를 풍성하게 하려는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주민들과의 대화. 김병수씨는 50여곳의 상가를 3번이상 방문해 주민 40여명의 참석의사를 확인했단다. 10명만 참석해도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 날 참석한 주민들은 고작 6명. 주말오후, 가게를 비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간담회는 조촐했지만 거리의 추억과 현재의 모습에 대한 꽤 많은 의견들이 오고갔다. '동문거리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 거리에서 생활한지 10년 됐다는 한 주민은 '홍지서림'과 '왱이집'을, 10개월차 주민은 '해태바베큐'와 '겐스빌치킨'을 말했다. 12년차 남성은 막걸리와 푸짐한 안주로 유명한 '경원식당'과 7·80년대의 아련한 향수처럼 남은 '헌책방'을 꼽기도 했다. 동문거리의 역사와 추억이 담긴 곳이 어디 이뿐일까. 참석자들은 이런저런 가게들을 떠올리며 거리의 소중함을 느껴가고 있었다. 간담회가 열린 삼양다방만으로도 동문거리의 역사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1950년대 초반에 생긴 삼양다방은 현재의 건물을 짓기 전부터 그 자리에서 그 상호를 가지고 운영해 온 이 거리의 대표적인 공간. 이처럼 상징적인 역사와 공간을 안고 있지만 2003년 11월 동문거리는 차량의 통행만 번잡할뿐 머무는 사람들이 없는 거리, 날이 저물면 사람의 흔적이 없는 거리로 변해버렸다. "아직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합니다. 간담회를 준비하면서 이곳 주민들과 더 자주 인사를 나눈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제가 조금 더 이 거리를 걷게 되면 그 분들도 함께 걸어주시겠죠”(김병수) 이번 간담회를 통해 첫 걸음은 내디딘 셈. 동문에서 시작되는 네 방향의 길. 그곳의 흔적과 현재의 삶에 생명을 부여하는 숙제는 이제 그 거리에 남았다.

  • 전주
  • 최기우
  • 2003.12.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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