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대한민국이 실종됐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정부 출범 1년을 앞두고 이루어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무려 63%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여당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실의 여의도 분소에서 일하는 직원처럼 굴었고, 정권에 대한 비판적 자성을 배제시키더니 독선만이 난무했다. 정부에게 야당은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고 반대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정치의 본령인 갈등조정은 내팽개치고 오히려 갈등을 주도하고 조장하는 형국이다. 그렇게 지난 1년, 정치는 실종됐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치 포기 선언 그 자체였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이라고 안 샜을 리 없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그야말로 참사 수준이었다. 전 국민이 난데없는 듣기평가를 치러야 했던 ‘바이든/날리면’ 논쟁이나, 영국 여왕에 대한 조문 없는 조문외교, 미국의 동맹국 도청에 꿀먹은 벙어리 마냥 침묵했다. 일본에게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이라며 셀프배상안을 만들어 바치더니, 이젠 조사 권한 하나 없는 시찰단을 파견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보증이라도 설 기세다. 정부가 ‘심리적 G8 국가’, ‘사실상 핵공유’ 같은 허황된 표현으로 없는 성과를 짜내는 일에 골몰하는 동안 미국의 IRA법, 반도체법 규제에 직격당한 우리 기업들은 각자도생하기 바쁘다. 수출과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속에서 국익 없는 외교를 펼쳤으니, 경제도 위기다. 현재까지 한미동맹 강화에 올인(All in)한 후과라고는 삼성전자 중국 법인의 역대 최저 매출, 1%대로 추락한 현대차 중국시장 점유율 뿐이다. 가뜩이나 반도체 산업의 위축으로 수출도 녹록지 않은데 사상 최대 한미 간 금리 격차로 수입 물가까지 상승세니 경상수지 흑자 전망은 줄어만 간다. 물가와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지난 1월 8.8로 같은 달 기준 24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국민들의 팍팍한 삶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정부가 국민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북한 핵에 비유하며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고, 건설노조를 조직폭력배에 빗대며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결국 한 노조원의 억울함을 해결하는 것 보다 경찰의 구속영장으로 압박하더니 급기야 분신 자살하게 이르렀다.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로 국민의 알 권리도 제약당하고 있다.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은 6개월만에 자취를 감췄고, 색깔론과 고발을 무기로 언론의 입을 막기 급급하다. 그 결과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 지수 순위는 작년 43위에서 올해 47위로 떨어졌다. 지금까지가 임기 1년의 성적표다. 남은 4년이 지난 한 해와 같이 반복해선 안 된다. 협치부터 시작해야 한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취임 1년이 넘도록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은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하다.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영수회담을 기점으로 오직 국민과 민생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잊지 마시라.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서 성공한 정부는 없고, 그럴 수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나라를 진정으로 소망한다. /안호영 국회의원(민주당 수석대변인∙완주진안무주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