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칭찬받는 전북농협 만들겠다"
쌀값 하락과 기후변화, 코로나19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농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농업인들의 경쟁력 확보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농업이 절박한 위기에 처해져 있는 시기에 농협중앙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 올해 초 부임한 김영일 본부장은 농업인과 도민의 아픔과 고통을 먼저 헤아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열정을 바탕으로 전북의 농업·농촌 발전과 웃음 짓는 농업인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비상근무체제로 농협을 이끌고 있다. 취임 첫 날 취임식 대신 AI 방역 현장을 찾아 관계자를 격려하고 스마트팜 농가의 현장 의견을 청취하며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현장을 방문해 농업인의 어려움 해결과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도 보냈다. ‘농업인, 지역사회, 지자체로부터 칭찬받는 전북농협을 만들겠다는 김영일 본부장을 취임 2개월 만에 만나봤다. - 부임하신 지 벌써 2개월이 지났습니다. 뒤늦게나마 취임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본부장이라는 책임을 맡은 날 처음 떠오른 것은 오래전 읽었던 안도현 시인의 ‘연어’라는 책이었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마지막 소임을 다하는 연어처럼 이제는 제가 가진 경험과 에너지를 후배들을 위해 쓰고, 더 나은 전북 농업을 위해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연어의 삶과 닮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자신감이 넘쳐 금방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을 한다는 심정으로 전략과 전술을 면밀히 준비해 나가려 합니다." - 취임식을 생략하고 현장을 방문하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배경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겉모습보다는 실리적이고, 현장중심적인 업무를 해왔고 그런 저의 업무방식이 취임식 생략과 현장경영으로 대체되었다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당시 폭설 피해로 지역민들과 농촌에 많은 피해가 있었던 상황에서 취임식을 한다는 것은 도리에도 맞지 않는다 생각했습니다. 현장에 한 번이라도 더 나가고 먼저 찾아가는 것이 저의 당연한 소임입니다. 올해 직원들에게 보내는 신년사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인데, 저는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상만 지키는 직원은 현장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고 제대로 된 사업의 방향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전북농협 임직원들은 현장에 많이 나가 직접 몸으로 겪고 대화하고 함께 고민해 나가도록 부탁하는 당부를 신년사 맨 처음에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에 농업인 지원을 위한 농협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졌듯이 지금이 지난 IMF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보다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금리상승 등을 비롯해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소비 감소 등으로 인해 농가의 어려움 또한 큰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해에는 쌀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최근에는 한우 값이 폭락하는 등 농가들은 언제나 연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농협이 농업인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되기에 농협차원에서 최근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쌀값 하락에 따른 어려움을 돕기 위해 양곡사업 특별지원을 했으며, 축산농가에는 작년 12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사료값 인하를 단행하여 생산비를 절감 시켜준 바도 있습니다. 또한, 농산물 생산비가 많이 올라 힘들어 하는 농업인들을 위해 무기질비료 가격보조와 농기계지원 사업도 꾸준히 펼치고, 국민물가와 서민경제에 기여하고자 약 700억원을 투입해 하나로마트 상품 가격을 20~30% 낮춰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지원에도 모든 농업인들에게 흡족할 정도로 지원되지 못해 임직원의 한사람으로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 전북농협의 지난해 성과는 어떤지요. "우선 2022년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한해였습니다. 농협은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기초를 위해 고향사랑기부제의 입법을 위해 지난 10여년간 노력했습니다. 첫 시행을 맞는 시점에 맞춰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전북지역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타 도에서 10여회에 걸친 박람회와 전자북 제작 등 전북농협의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또한, 어려운 농촌의 일손을 돕기 위해 농촌인력중개를 적극 펼쳐 중개인력 19만명과 대학생 일손돕기 연인원 1864명 등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서민과 농가의 어려운 자금여력을 돕기 위해 서민금융 NH햇살론 110억원 및 새출발 농촌희망 저리대출 838억원 지원으로 영농자금 지원에서도 큰 성과를 거둔 한 해 였습니다. 경제사업에서는 연합사업 부문이 전년대비 15.2% 상승한 561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전북농협 실속형 스마트팜 보급을 확대하고 가축시장 플랫폼 구축사업 전국 최우수 추진율(전북 89%, 전국평균 22%)이라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아울러, 전국 산지 조직∙시설∙인력 혁신모델의 발굴과 확산을 위한 농협 산지유통혁신대회에서는 20가지 모델 중 7개를 수상해 전북이 명실공히 산지유통의 메카라는 자부심을 가진 한 해였습니다." -올해 전북농협의 운영방침은? " 2023년 전북농협의 캐치프레이즈는 ‘칭찬받는 전북농협 만들기’입니다. 저는 이를 위해 3C’S라는 추진계획을 세우고 임직원들과 함께 노력해 나가려고 합니다. ‘3C’는 핵심사업 집중化(Core), 안전하고 편리한 농업化(Clean), 협력하는 조직문화 구현(Co-work)을 의미하며 ‘S’는 3C를 통해 만드는 특별하고 차별화(Special)된 전북농협이 되어 농업인과 지역사회로부터 칭찬 받는 농협을 만들자는 의미입니다. 세부적 실천계획으로는 임직원 1개 중점사업, 시군별 1개 특색사업, 농축협의 1개 아이콘(Icon) 만들기 사업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전북농협 내부적으로는 ‘111’ 사업추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추진의 선언적 내용이 많지만 결국 우리의 목표는 농협법 제1조에 나와 있는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농축협 종합지원 방안은? "어떻게 하면 농업인과 농협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전북 농축협만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지역에서 예를 들어 ‘로컬푸드’하면 용진농협이라는 단어가 연결되고, 광활농협 하면 ‘감자’가 연상되는 그런 아이콘을 만들어 전북에 있는 92개 농축협이 전국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농축협이 본인들만의 자원을 활용해 아이덴티티를 확립해 나가는 중 인적∙물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전북농협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지원할 것이며, 저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지자체와 중앙본부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고사성어에 ‘교자채신(敎子採薪)’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저는 단순히 자금이나 시설건립을 지원하는 것은 진정한 지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합적 지원과 파트너십으로 함께 사업을 추진해 나갈 때 농업인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고, 농업인의 자율적 조직인 농축협의 지속 성장도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더불어 농축협이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인적∙물적 기반 또한 중요하다는 인식을 모든 임직원들과 공유해 농촌소멸에 대응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귀농∙귀촌 및 청년농업인의 육성이라는 국가적 화두에 맞춰 이주민과 원주민이 함께 어우러지고 농촌에 활력이 넘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관계기관 및 유관기관들과 함께 하는 '전북 新농촌 만들기'를 면밀하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코앞인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이제 열흘 가까이 밖에 남지 않아서 저와 임직원들도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매번 선거가 있을 때마다 농협중앙회와 선관위의 노력으로 많은 부분 정화되긴 했지만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현장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게 되는데, 지난 2주간 매일 한곳씩 14개 시군을 방문하여 현장경영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농축협 조합장들이 공명한 선거에 앞장서 주시길 당부 드렸으며,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한 정책 대결로 건전하고 품위 있는 선거 만들기에 뜻을 함께 했습니다. 전북농협은 남은 기간 동안 공명선거 캠페인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고, 금품과 비방이 없는 클린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염려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향후 4년 동안 전북 농축협을 이끌어 갈 농업인의 대표들이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안에서 선출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 농민들과 도민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전북의 농업인과 도민 모두 최근 너무나 많은 어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군가 손을 잡아주고 위로해주며 함께해주길 바라게 됩니다. 우리 농협은 지금처럼 힘들 때 가장 가까이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고,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친구 같은 조직입니다. 단 한 푼의 외국자본도 들어오지 않은 민족자본 농협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고, 더 발전해 미래농업의 중심이 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응원과 격려 많이 해주시고, 때로는 따끔한 질책으로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에 말씀 드린 연어의 이야기처럼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전북농협 임직원들이 될 것을 약속드리며, 2023년 도민과 농업인들에게 칭찬 받는 전북농협을 만들겠습니다.“ △김영일 본부장은 1968년생인 김영일 본부장은 부안 출신으로 전주고를 졸업하고 전북대 경제학 학사, 고려대 경제정책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농협중앙회 부안군지부에 입사해 연구소, 교육원, 유통지원, 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 사업 부서를 두루 거쳤다. 그 후 전북농협 경제부본부장, 경제지주 디지털경제부 부장, 산지 원예부 부장을 역임하며 현장의 농업인과 함께했다. 지난 1월 2일 전북본부장으로 발령받아 취임식 대신 농업 현장으로 달려가 AI 차단 방역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스마트 팜 농가 면담으로 본부장으로서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고병원성 AI는 겨울철에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는 특성으로 인해 전국 60여건, 전북 4건이 발생한 상황으로 이날 방문한 남원시 조산동에 위치한 남원축협 거점 소독시설은 송동면 육용오리 농가에서 발생한 AI로 인해 지자체와 농협에서 방역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곳이다. 이날 순창의 스마트팜 농가도 방문해 애로사항과 건의 사항 등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