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그리고 전북의 미래(하)
전북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가 심각하다. 출생아 수가 급격히 감소하였으며, 서울·경기 등 수도권으로의 청년인구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 또한, 전북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관련 교육·의료·주거·교통·생활편의 측면에서 주민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중앙정부·지자체 정책을 검토한 뒤,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전북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전략 및 정책과제를 제시한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 정책과 한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뒤 ‘06년부터 ‘23년까지 저출생 대응 명목으로 약 38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였으며, ‘23년 한 해에만 47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였다. 하지만, 매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 지표상으로 지난 20여 년간의 정부 저출생 대응 정책의 효과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또한, 지방소멸과 관련하여 행정안전부는 ‘21년 전국 8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특례를 부여하였으며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사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여러 지방소멸 대응 정책 중 이슈가 되는 것은 ‘지방소멸 대응기금’이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3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2024)’에 따르면 “지역별 특색없이 유사한 사업이 획일적으로 추진되거나 나눠먹기식으로 재원이 배분된”것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파크골프장, 야간조명, 음악분수와 같이 기금 취지에 맞지 않은 사업, 단체장 공약과 같은 단기적인 사업, 기금 재원 부족 등 지방소멸 대응기금의 한계와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대응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의 출산지원정책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출산장려지원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인구위기 대응전략 보고서(2023)’에 따르면 ‘22년 기준 국내 지자체 중 출산장려지원금을 지원하는 지자체는 총 213개이며, 예산 규모는 5735억원으로서, 전국적으로 매년 출산장려지원금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출산장려지원금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큰 편이며, 지자체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북 지역의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 및 과제 전북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문제는 출생아 감소 등 자연감소와 더불어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 등 사회적 감소로 인한 영향이 크다. 그러므로 정부에서 추진하는 저출생 대응 정책을 기본으로 하되 지역 외부로의 인구 유출을 줄이고, 신규 인구 유입은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가지 않고도 청년들이 원하는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삶 전반에서 청년들이 지역에서 매력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문제는 단기적으로 한두 가지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교육·의료·주거·교통 등 여러 분야의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은 협력적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전북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5개의 정책 패키지들이다. 첫째,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을 통해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리고, 학생 및 학부모 신규 인구 유입으로 인구감소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경남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은 경남도, 경남도교육청, LH공사가 협력하여 학교를 중심으로 소멸 위기의 마을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로서, 각 기관이 5억씩 총 15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며, 교육청과 학교는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자체는 일자리 연계와 입주민 융합프로그램을 운영하며, LH에서는 임대주택과 편의시설을 건립하였다. ‘20년부터 시작하여 함양군 서하초, 고성군 삼산초 등 10개 지역에서 사업을 하였고, 251명(57가구)이 이주하는 성과가 있었다. 이 사업은 ‘교육’, ‘주거’, ‘일자리’관련 대안을 제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학령기 아이들의 교육과 방과 후 돌봄을 지원함으로써 농어촌 지역을 아이 키우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완주군 고산면은 ‘11년 설립한 고산향교육공동체를 중심으로 숟가락 공동육아, 고산청소년센터 고래 등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마을교육 및 방과 후 돌봄 관련 풀뿌리 교육지원센터, 완주미래행복센터와 같은 지원조직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완주 고산 지역은 주민, 학부모, 학교가 공동으로 학생들의 배움을 위해 협력하고 연대하는 마을교육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이와 같이 완주 고산은 10년이 넘는 마을교육 운동을 통해 전국적인 마을교육공동체 모델이 되었으며 ‘교육’, ‘돌봄’, ‘공동체’가 어우러진 지방소멸 대응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셋째, 지역으로 이주하는 청년, 시니어, 귀농·귀촌인 등의 지역 체류 및 정착을 맞춤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먀 마을은 인구 5천명 규모의 산골마을로서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마을에 신규 인구가 전입할 수 있도록 이주교류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마을에서 살아보는 체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또한, 마을에 들어온 사람에게 빈집 정보를 제공하고, 빈집을 고쳐 사무실로 개조하고, IT 기업 등 위성사무실을 입주시켰으며, 기업들이 편하게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하였다. 그 결과 2008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91세대 161명이 이주하였고, 위성사무실 16개소가 입주하였다. 가미야마 마을 사례처럼 지역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체류와 정착을 도울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거’, ‘빈집’, ‘청년’,‘일자리’, ‘교육’문제에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넷째, 빈집, 빈점포 등을 리모델링하여 카페, 숙박시설,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하여 빈집 문제를 완화하고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다. 공주 봉황동 마을호텔, 정선 고한 마을호텔 18번가 등은 빈집과 빈점포를 활용하여 게스트하우스로 조성하고, 마을에 있는 카페, 식당 등은 호텔의 편의시설로 연결한 사례이다. 또한, 부여 자온길 프로젝트는 빈집을 서점, 찻집, 양조장, 공방 등으로 조성하여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여러 사례와 같이 인구감소지역 내 빈집, 빈점포에 대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빈집을 숙박시설로 활용할 때 규제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 지역의 경우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내국인 숙박 특례’관련 도시재생 활성화지역 내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 특례 확대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농어촌 지역 내 민간 버스 회사에서 노선을 폐지한 교통 소외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공공에서 재정을 보조하는 마을버스와 마을택시 운행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음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차량을 통한 이동편의점을 운영하여 주민 생활불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동편의점 민간 사례로는 ‘11년부터 전남 영광군에서 이동형 마트 트럭으로 매주 2회씩 42개의 마을을 운행하며 생필품과 식료품을 판매한 동락점빵 사회적협동조합이 있으며, 농식품부에서도 올해 7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지자체, 지역 농협과 협력해 농산물 등을 트럭에 실어 농촌마을로 배달하고 판매하는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업들을 통해 ‘교통’, ‘생활편의’, ‘돌봄’ 등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지방소멸. 말그대로 소멸은 아니지만... 농어촌 및 지방중소도시의 인구가 감소하면 민간 및 공공에서 생활인프라와 서비스를 감축하게 되고, 서비스가 줄어들면 주민들의 삶의 질과 정주여건은 더 악화되게 된다. 그러면 일부 주민은 더 나은 거주지를 찾아 이주하여 인구가 유출되고,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은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물론 지방소멸이라고 하여 그 지역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 경제·산업, 지방재정 측면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자족기능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대응 정책은 중앙정부보다 현장에 가까이 있는 지자체의 역할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자체에서는 기존 수립한 정책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보다 실효성있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에서 라운드테이블과 같은 논의의 장을 마련하여 여러 사람들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우연 독립연구자, 전) 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