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의 내면화
채병숙 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일상에서 만족과 기쁨 그리고 참자유를 느끼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긍정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사회에 의해서 형성되어 온 고정관념을 내면화 하여 자기부정을 키워간다면, 행복 대신 고통 속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정관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 대한 단순하고 지나치게 일반화된 생각들이라고 한다. 고정관념은 외모나 인종 등은 물론, 성공과 실패, 우월감과 열등감, 선과 악, 좋은 것과 나쁜 것, 옳고 그름, 그리고 풍요로움과 결핍 등 다양한 가치관에도 존재한다. 고정관념은 가정 환경, 사회문화, 교육, 관습, 종교, 매스컴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경험 등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형성되어 왔다. 또한 고정관념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 측면으로 더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당연한 진리처럼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 대한 유연성 상실과 그에 따른 강직한 행동의 특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고정관념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내면화가 일어나서 심리적, 정신적으로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게 된다. 고정관념의 부정적 내면화가 자기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강화될 때 자기긍정성은 약화되고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힘의 지배를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별하는 고정관념을 내면화 시킬 때 욕망과 고통이 유발되며, 선과 악에 적용되는 엄격한 잣대와 관련된 고정관념의 내면화로 인하여 지나친 교만이나 죄의식에 빠질 수 있다. 화 또는 두려움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내면화 하면 결국 화병과 두려움에 의한 두려움의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따라서 고정관념의 부정적 내면화를 내려놓고 새롭고 다양한 관점에 대하여 이해도를 높여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자연은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음과 양이 운영되나 우열을 논하지 않고 다만 그 본성에 충실할 뿐이다. 선과 악이 없고, 좋고 나쁨도 없으며, 결핍이나 한계 그리고 고통에 대한 어떠한 고정관념도 적용시키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모습과 색깔로 각자의 본연의 성질을 충분히 드러내면서 존재 그 자체로 전체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자연의 질서를 강조했던 노자의 도덕경에서 말하는 선악은 인성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으며, 인간에 의해서 표현된 선이 있기에 그 대상인 악이라고 했을 뿐 악은 선이 아닌 것이다 라고 해석되고 있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고통을 유발하는 좋고 나쁜 것에 대한 분별심을 경계하라고 강조한다. 심리학에서는 오히려 감정을 억누르는 감정저항으로 인하여 부정적 감정에너지가 증폭되고 그로 인하여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쾌한 감정일지라도 억압하지 말고 표출되는 감정을 바라보며 알아차리라고 말한다. 또한 의학적으로는 병적인 감정 억제는 정신건강에 좋지 못하며 암과도 높은 상관성을 지닌다고 알려져 있다.
고정관념이 전혀 진리에 부합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일지라도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식과 신념이 되어버려서 과연 옳은가라고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다양한 관점의 유연성과 이해도를 높이고, 고정관념의 부정적 내면화로 인하여 나의 성장이 저해되고 자기긍정성이 약화되고 있지는 않는가에 대한 자기성찰은 행복을 향한 커다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