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으로 돈 잃었는데 세금 내라고?⋯응답하라, 대선·총선 공약
공포와 탐욕의 격한 소용돌이⋯. 올해 초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에서 1개당 1억 원을 돌파하고 일일 거래대금도 12조 원을 넘어섰지만, 최근 중동 지정학적 위기 등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미국과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세계 가상자산 '불장의 불씨'는 당겨졌고, 올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등 변수는 호재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가상자산 트레이더들은 비트코인이 내년 상반기께 신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1월 1일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거래로 차익을 얻으면, 250만 원을 초과하는 수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2025년 거래분의 차익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2026년 5월에 신고해야 한다. 당초 개인에 대한 가상자산 과세는 지난 2021년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하고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과세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2023년으로 한 차례 미뤄졌다. 이후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 등을 중심으로 투자자 보호와 인프라 등이 먼저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반발이 일면서 국회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2025년으로 가상자산 과세를 한 차례 더 유예했다. 하지만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본공제 금액과 손익통산·손실이월공제 등이 그것인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3월 제20대 대선과 올해 4월 제22대 총선 때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들이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가 각각 제시했던 공약들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이러한 논란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0일 제22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을 앞두고, 가상자산 과세 쟁점과 해법을 짚었다. △가상자산 과세 쟁점 '기타소득이냐, 금융소득이냐' 현재 국내법상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특금법 제2조 제3호에서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개정된 소득세법상, 내년부터 양도하거나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가상자산 소득은 복권 당첨금과 유사한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될 예정이다. 회계처리 및 세무상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인데, 지난 2104년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전환가능한 가상화폐에 대해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인 '재산(Property)'으로 보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그간 가상자산이 성격상 주식 등 금융자산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서 금융투자소득 과세에 비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4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성립요건을 충족한 '코인 과세유예 청원'에서 청원인은 "제도 개선 및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후 과세를 검토해달라"며 손익통산 등 금투세와의 과세 형평성 문제를 거론했다. 국내 상장 주식 및 주식형 펀드 등 금융투자소득은 기본 공제가 연 5000만 원인 반면, 가상자산 소득은 기본 공제가 250만 원에 그친다. 이렇다 보니 "세금을 내는데 왜 차별을 두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하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손익통산 및 손실이월공제에서 금투세와 큰 차이를 보인다. 금융투자소득의 경우 모든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통산이 이뤄지고 5년간 결손금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가상자산의 경우 가상자산 간 손익통산에 한정되고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확한 과세액은 국세청 누리집 '거주자의 가상자산소득 과세 개요'에 공지된 소득금액·세액의 계산방법에 따라 정해질 것인데, 필요경비 규모 및 손익 실현 여부에 따라 세무사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 다만 대략적인 예를 들자면 내년에 가상자산에 투자해 1억 원을 잃은 사람이 2026년에 5000만 원을 회복했을 경우, 이 사람의 총손익은 5000만 원 손실이다. 하지만 현행 가상자산 과세가 그대로 시행되면 이 사람의 2026년 연간 손익은 5000만 원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250만 원을 공제한 후 4750만 원에 대해 20% 세율이 적용된 950만 원 가량의 세금을 2027년에 납부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손실이월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돈 잃었는데 세금을 내야 하느냐"고 반발할 수 있다. △대선·총선 가상자산 공약, 무엇이 담겼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 후보 당시 내놓은 가상자산 관련 공약은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한 법제화'와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에 중점을 뒀다. 주요 공약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소득 비과세 확대 △ICO(Initial Coin Offering) 단계적 허용 등이다. 먼저 가상자산 관련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 △불공정거래를 통한 부당이익을 환수하고 △'디지털산업진흥청'을 설립하며, △디지털자산거래계좌와 은행을 연계시키는 전문금융기관을 지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정책공약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 소득 기본공제를 주식과 동일한 수준인 연 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할 것임을 공약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코인 수익 5000만 원까지 완전 비과세로 하겠다. 현행 250만 원인 양도차익 기본공제를 주식과 동일하게 상향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과세 문제는 선정비 후과세"라며 "일단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거래 기반을 먼저 구축한 다음에 시간을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 양도소득세 5000만원 면제라는 것은 가상자산 과세가 시작되더라도 더 많은 분이 투자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다양한 공약들을 제시했다. 여야가 가상자산 관련 공통적으로 내세운 공약은 시장질서 확립에 중점을 둔 '가상자산기본법' 제정이다. 증권형 토큰(STO) 관련 입법도 연내 마무리 및 신속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유사하다. 특히 여야는 현행 소득세법에 따른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 방안을 개편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담았지만, 방법론상으론 차이점이 뚜렷하다. 과세방안과 관련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법제화 완료 시까지 투자소득 과세 시행 연기 검토'를 약속한 반면, 민주당은 내년 1월부터 우선 과세하되 매매차익 공제한도를 5000만 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손익통산 및 5년간 손실이월공제를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한 공약은 없는 반면, 민주당은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 발행·상장·거래 허용'과 '가상자산 현물 ETF 매매수익은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과세해 다른 금투상품과 손익통산·손실이월공제를 적용'하겠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대선·총선 공약에서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볼 것인지, 금융자산으로 규정할 것인지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과세 형평성 담보⋯대선·총선 공약 이행이 관건 헌법 제38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 납세의무는 국방 의무, 교육 의무, 근로 의무와 함께 우리나라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다. 가상자산 거래로 차익을 챙겼다면 세금을 내야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에서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시장 투명성 강화, 금투세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조세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견은 있겠지만,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이동건 한밭대 회계학과 교수는 지난 2021년 논문을 통해 "가상자산의 회계상 분류를 기존의 무형자산으로 보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므로 금융자산으로 변경해야 할 것"이라며 "가상자산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과세하고, 기본공제 연 5000만 원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가상자산의 성격에 적합한 새로운 회계기준을 개발해 투자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하거나 '무형자산에서 제외되는 자산의 범위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등의 대안도 제시했었다. 과세 형평성 문제 등 그간 쌓여 온 해묵은 논란은 대선·총선에서 제시됐던 가상자산 관련 공약이 잘 이행된다면 풀릴 수 있다. 결국 제22대 국회에서 관련 법 제·개정을 위한 여야 협치와 합치가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