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옥 익산농협 조합장 “전국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조합 만들 것”
익산농협은 지난 2015년 김병옥 조합장 취임 이후 해마다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신용사업만으로는 갈수록 급변하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 생산·가공·유통 전문 조합으로 거듭나겠다는 김 조합장의 결단과 과감한 실행, 그리고 6500명에 달하는 조합원과 240여 명의 임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보다 나은 조합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결과다. 9년째 익산농협을 이끌어 오고 있는 그는 변함이 없다. 조합원 소득 증대가 조합의 존재 이유라는 평소 신조대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떡 방앗간의 생크림 찹쌀떡이 여전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지점을 늘리는 공격적 마케팅도 그 일환이다. 매사 열정적인 모습으로 익산농협을 이끌어 가고 있는 그를 만나 익산농협의 현재와 미래 비전을 들어 봤다. 익산농협은 해가 갈수록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조합원들과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결산 결과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다시 한 번 갱신했습니다. 대면 고객 감소,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변동 등에도 불구하고 떡 방앗간 약진과 신규 지점 개점, 마트 이전 개점 등을 통해 2023년 결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억 3000만 원가량 증가한 54억 10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법으로 정한 최고 배당률을 적용한 조합원 출자 배당 16억 6000만 원과 이용고 배당 16억 4000만 원을 현금 배당하고, 13억 2000만 원은 조합원 사업 준비금으로 적립했습니다. 합계 배당률은 12.5%이고, 배당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억 8000만 원 증가한 46억 3000만 원입니다. 올해는 본격적인 떡 방앗간 가동을 통해 매출 100억 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통한 수익으로 조합원들의 쌀 수매를 전국 최고가로 할 예정입니다.” ‘뛰어야 한다. 변해야 한다. 안 될게 없다’는 올해 슬로건이 인상적입니다. “지난 2015년 3월 11일에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아 취임했습니다. 그때부터 앞으로는 신용사업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제사업을 활성화해야 하고, 열심히 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었지요. 전북도나 익산시 같은 행정기관은 세금으로 지역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하지만, 협동조합은 농민과 조합원들을 위해 결국은 벌어야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세 가지를 주문했던 겁니다.” 지난해 영등지점과 배산지점에 이어 평화지점과 하나로마트 평화점이 문을 여는 등 공격적 마케팅이 눈에 띕니다. “첫 취임 당시 직원이 242명이었는데, 9년이 지난 올해 사업 공고 때 직원이 243명입니다. 떡 방앗간과 하나로마트 평화점, 영등·배산지점 등이 다수의 사업장이 생겼지만 직원은 1명 늘었습니다. 조직은 슬림화하고 적자 사업장은 과감히 정리하되,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효과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곳들을 보면 비싼 땅을 사서 사업을 하는데, 익산농협은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이 아니라 오래된 창고나 기존 소유 부지를 활용하거나 농협은행이 철수하는 위치를 먼저 선점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존 인테리어와 집기류를 활용해 개점 비용을 최소화했습니다. 고객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우리의 강점으로 삼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규 점포를 늘려 공격적으로 영업해 나갈 계획입니다.” 떡 방앗간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입니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 “떡 방앗간은 2015년에 공약을 하고 2017년 9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사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벤치마킹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필요에 의해 떡을 사서 먹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설에는 떡국을 먹고 추석에는 송편, 수능 때는 찹쌀떡을 먹는데, 대기업을 봐도 떡으로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건강한 재료로 맛 좋은 떡을 만들어 승부수를 띄웠고, 계속해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것을 넘어 신제품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2022년 매출 20억 원을 기록한 떡 방앗간은 지난해 매출 50억 원을 돌파했고 현대백화점에도 진출했습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통신 판매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임직원들이 정말 불철주야 노력한 성과입니다. 이미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난 생크림 찹쌀떡은 물론이고 설에는 햅쌀로 만든 떡국떡을, 추석에는 조합원이 생산한 쌀로 만든 송편을, 수능 때는 질 좋은 팥으로 만든 찹쌀떡을 전 국민이 맛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떡 방앗간에 이어 고추장 가공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신가요. “예전부터 만들어온 고추장을 보면 고춧가루 함유량이 12~17% 정도 됩니다. 근데 이 함유량을 75~80%까지 끌어올려 고급화하려 합니다. 옛날 어머님들 보면 고추장이 상하지 않게 하려고 소금을 많이 넣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소금을 많이 넣지 않아 짜지 않은 고추장을 만들 생각입니다. 매콤하지만 밥만 비벼 먹어도 짜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고추장을 구상 중입니다. 시중에 순창고추장 같은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있지만, 저희는 고급화 전략으로 줄서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고추는 토종 품종을 잘 선별하고 엿기름도 조합원이 직접 생산한 보리를 분쇄해 만드는 등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입니다. 조합 본연의 역할은 조합원 소득 증진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신용사업만으로는 1금융권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제사업을 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이 가을에 통장을 보고 흐뭇해할 수 있는, 전국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조합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올해 특별히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투자 여력이 충분히 있다면 대규모 투자 사업을 해도 괜찮습니다. 인근 몇몇 곳은 실제로 커다란 투자를 하고 있고요. 하지만 익산농협의 경우 무리한 투자는 절대 금물입니다. 떡 방앗간의 경우도 처음엔 시범사업 방식으로 소량 생산을 하다가 생산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제 80평 전체를 쓰고 있습니다. 이번 대의원회에서는 영농자재백화점을 건립하는 안이 통과됐습니다. 필요성이 인정되고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지만, 시내권에 비싼 땅을 사는 것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농지에 창고형으로 지어 운영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일부 대농 외에 고령화된 농민들을 위한 농작업 대행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꼼꼼히 살펴 진정 조합원들을 위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합원들과 익산시민, 전북특별자치도민 여러분들께 전하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조합원 수가 6500명에 달하다 보니 생각이 각기 다르고 의견도 여러 가지입니다. 선출직 조합장이다 보니 힘이 드는 부분도 있고요. 오랜 기간 벤치마킹해 온 일본을 보면 토지와 기후에 맞는 특산물을 재배해서 경쟁력을 갖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저희 익산농협은 조합원 대부분이 수도작을 하고 있어 볏값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조합원이 지은 쌀을 구매할 때 볏값 결정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최고가를 말하면 박수로 화답하며 이사회 의결이 이뤄집니다. 조합원들을 위한 진정성을 알아주시기 때문입니다. 도농복합지역인 익산은 원래 농업 의존도가 높았지만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갈수록 농업은 뒷전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익산의 농업인들이 언제나 지역 발전 버팀목 역할을 하며 힘을 낼 수 있도록, 지산지소 운동을 꾸준히 펼치고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