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경계에서 바라보는 ‘장애’
지난 3월 25일 해시담에서는 ‘전주시 무장애관광환경 활성화’사업으로 전주시 한옥마을, 객리단길, 웨리단길에 있는 10개의 상점에 ‘입간판형 이동식 경사로’를 설치하였다. 이는 고정식 경사로가 불법점유물 문제로 연결되는 것에 대한 대안점으로, 경사로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접어서 입간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이동식 경사로이다. 단순히 경사로가 필요한 대상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경사로를 이용 및 활용하는 장애인 당사자와 상점주의 입장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기능을 기존의 상품과 달리 해시담만의 방법으로 새롭게 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앞으로 남은 사업의 과제는 장애인 및 이동약자의 접근권이 향상될 수 있도록 10개 상점에 대한 홍보 활성화 단계가 남았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가장 주된 나의 과업이 있다면, 그것은 상점주에게 장애인이 ‘소비자’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교육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소비자로써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지난해 인권친화프로젝트(인친프로젝트) 사업에서 처음 발견하였다. (인권친화프로젝트는 이동약자의 접근권 문제개선 방법으로 고정식 경사로 설치와 주변 상점 및 편의시설 네트워크(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상점을 주요 방문하는 고객이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굳이 장애인을 위해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일부의 반응이었다. 이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비소비자로 낙인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사회환경의 한계(요인)와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교육을 10개 상점주 대상 필수 이수 과정으로 진행하였다. 사실 나는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왜소증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높은 곳에 위치한 물체의 접근이 아닌, 보행에 측면에서는 크게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으로 사회적 이동권과 접근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함께하는 공동체 친구이자 동료가 ‘휠체어 이용자’라는 점이었다. 다양한 장애유형의 청년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카페를 가고, 여행을 가고 싶어도 늘 이동과 접근의 문제에서 선택이 아닌 가능성의 기로에 마음을 조려야 했다. 또한 출입문은 충분한 유효폭인지, 장애인전용(휠체어 이용자 전용) 화장실은 있는지, 내부가 입식 테이블인지, 내부에서 이동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유효거리가 있는지, 등 매번 사전에 이용하고 싶은 공간에 대한 조사를 해두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비록 원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유레카를 외치며 함께 행복하게 웃었던 해픈기억이 있다. ‘장애인을 사회에서 잘 만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이 장애가 있으니까 사회에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주 단호하게 ‘그것은 편견입니다.’라고 말하겠다. 장애인도 유형과 심각도에 따라 사회참여의 의지와 역량이 다양하다. ‘장애인’이라는 통합적인 표현으로 많은 이들의 가능성을 우리는 쉽게 속단해서는 안된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 동안 매일 외출’을 하는 사람의 평균은 45.4%이며, 특히 외출 시 불편한 이유로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이 40.8%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이 가진 장애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항력이지만, 환경만큼은 사회적 장애를 만들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다양한 구성원을 포용할 수 있는 환경과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윤해아 (사)사회적 협동조합 해시담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