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의 K-농산물⋯ "신품종 '속도조절' 필요"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농산물의 품질 저하와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이에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수출농가와 바이어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신품종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수출 체계 구축 마련에 나섰다. 지난 25일 농촌진흥청 국제회의장에서 '기후변화 대응 신품종 소개 및 수출지원계획 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 포도, 키위 등 주요 수출 농산물 생산농가와 수출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싱가포르와 베트남의 수입 바이어들이 화상으로 참여해 한국 신품종에 대한 현지 시장의 반응을 전했다. 농진청은 이날 설명회에서 기후변화에 강한 신품종으로 배는 '그린시스', '신화', '스위트골드' 등을, 마늘은 '홍삼마늘', 포도는 '젤리파드', '썸머크리스피' 등을 소개했다. '홍삼마늘'의 경우 끝부분의 파란빛을 한국산의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하는 등 수출 전략 사례도 제시됐다. 이어 생산 분야와 수확후관리, 유통방법 개선 등 신품종 농산물 기술지원 방안도 설명했다. aT는 신품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단계별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신품종 개발 단계부터 소비자 분석과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수출용 시범 재배, 선도유지 기술 지원, 해외 마케팅까지 일괄 지원하는 방안이다. 신품종 재배 농가의 초기 소득 공백을 보전하기 위한 생산장려금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소굿케이의 올리비아리 대표는 "싱가포르는 국민소득이 높고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으로, 새로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며 "품질과 포장, 마케팅만 잘 갖춰진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현장 농가들은 다양한 고민과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일부 농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산물 신품종 도입에 대해선 고민이 깊은 모양새였다. 한 배 농가는 신화 품종의 뿌리 무너짐 현상을 지적하며, FTA 사업의 시설 표준화와 수출용 배 봉지 처리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포도농가에서는 작은 조직의 고품질 생산 체계를 강조하며, 토양 기반 개선과 실증시험 예산 확대를 제안했다. 키위농가는 지나치게 많은 신품종 개발로 인한 해외 바이어들의 혼란이 우려되는 만큼,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포도수출연합회는 육종가의 현장 참여 확대와 함께 5년이라는 과수 재배 특성을 고려한 신중한 신품종 보급을 당부했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은 "신품종 개발은 앞으로도 계속 늘려나갈 것이다"며 "청의 주요 임무인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품종 개발 및 보급, 수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문표 aT 사장은 "기후변화는 지금 이제 시작"이라며 "공산품만 갖고 먹고살던 시대는 이제 바꿔야 한다. 농산물로 새로운 변화를 통해 국민이 건강하고, 부가가치를 확보하고, 외국에 수출한다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