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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특색에 맞는 주거정책 수립해야

요즈음엔 전국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도심 외곽에 빼곡이 들어선 아파트 숲을 만나게 된다. 부족한 집을 지어 주택 보급율을 높이는데 기여했던 2백만호 주택건립정책으로 인한 소산이다.

 

이처럼 대규모 아파트단지개발로 인해 도심은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공간적 예술로 승화되어야 할 도시의 모습은 기형이 되었다.

 

스카이라인이 들쭉날쭉, 오랜 동안 터전을 다져온 도심은 숨이 막힌다. 빛을 가리고, 바람을 막고, 시야를 차단하고, 전파를 받지 못하기도 하고, 신흥개발지에 아파트가 밀집되어 교통혼잡을 야기시키는 등 갖가지 모순이 생기게 되었다.

 

이로 인해 한 나라의 주거정책이 중앙에서 수립되어 나라 전체가 똑같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획일적인 주거정책으로 인해 각 도시는 그들 나름대로의 특색을 잃게 되었고, 지방화 시대를 맞이하였음에도 지방고유의 주거정책을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로 본다. 이를테면 예향의 도시다운 주거모습, 항구 도시만의 독특한 형상, 전원도시다운 면모의 주거정책이 도시계획과 어우러져 나름대로 그 지역에 맞도록 수립되었어야 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중앙이든 지방이든 주택의 양(量)적 성장은 어느 정도 이루었다. 1999년말 현재 주택보급율은 전국이 92%, 우리도가 93%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젠 질(質)적 성장을 이룰 때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움집의 역할에서 단지 기거수단의 도구로서가 아닌 환상적인 휴식과 거주·집무·집회공간 즉, 다목적 공간으로서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휠체어를 타고 안방까지 이르는 시설로, 특급호텔 못지 않는 구조와 보턴 하나로 필요한 시설을 움직일 수 있는 최첨단 설비를 겸비한 주택을 지어야 한다.

 

이상(理想)의 변화에 따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텔리전트 기능을 가진 주택을 지어야 하고, 백년 이백년을 권태스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주택을 지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도심에 있든 시외지역에 있든 안락한 분위기의 주거시설을 창출해 내지 않으면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는 하나의 상품이다. 주택건설 경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비중도 대단히 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잘 알고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는 과제 몇 가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대륙법체계의 법규, 즉 규제일관의 법규정을 영미법의 법체계로 변환하지 않으면 안된다.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반드시 규제가 필요한 규정은 공무원이 나름대로 판단하거나, 적용할 수 없도록 개정하여, 공무원들로 하여금 부정과 관련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의 서비스 행정이 구현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둘째는 고령자를 위한 시설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우리도 이제 곧 고령화 사회에 살지 않으면 안된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힘을 들여야만 하고, 쇠약해진 이들이 지내기가 불편해서는 안 된다. 또 안전해야 한다. 타일 일색의 욕실은 물기를 머금어 미끄러워 넘어질 수도 있고, 응급시 병원이나 경찰·소방관서에 연락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모든 주택이 실버 주택화 되어야 한다.

 

셋째는 건축비용 절감에 전력해야 한다.

 

싸고 좋은 집을 갖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편안하고 쾌적한 시설을 갖춘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를 위해서는 리싸이클(폐자재 재활용) 제도를 도입해서 건축 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공사원가계산시 재활용가능 자재에 대해서는 일정비율을 재활용품 사용을 의무화 하는 것도 시급하다.

 

넷째는 완벽시공을 위한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크로스체킹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반복 체킹 검사제도가 공사에 참여하는 기술자와 기능인 그리고 시공업자의 의식이 달라지기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다섯째는 공사 중 안전사고가 없어야 한다.

 

공사중에 일어날 수 있는 감전이나 용접시의 화재, 추락 등 사고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주택의 수요가 한계에 다다를 때는 신규공급의 주거공간 확보를 지양하고 재개발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된다. 슬럼화 되거나, 노후화되 시가지의 한 부분을 재개발하는 시가지 재개발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 유념해야 할 것은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신뢰 회복이 없이는 기업은 살지 못하고, 모두가 바라고 원하는 정책을 비전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행정도 살아날 수 없다는 인식아래 끊임없는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 서정호(건축지도담당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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