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새벽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맞으며 제설작업을 하고 있는데 골목길 아래쪽에서 누군가 눈을 쓸고 있었다.
그 분과 초면 인사를 나눈후 돼지 우리 마냥 길다랗게 세워진 스레트집 안으로 안내를 받아 들어가 보니 80대쯤으로 보이는 할머니 일곱분과 할아버지 두분이 엉성하게 꾸며놓은 양쪽 방에 앉아 있고 혹은 누워 있는 분들도 있었다.
60대 집주인 내외와 인사를 나누고 물어보니 의지할 곳 없는 불우한 노인 몇분을 친 부모님같이 모시고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북풍한설 모진 바람에 문풍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고 있는 광경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그만 적셔왔다.
땟국물이 거무튀튀하게 얼룩져 있는 이불을 도롱이 삿갓 둘러쓰듯 뒤집어 쓰고 추위에 떨고 있는 거리의 천사들이 아니던가.
필자는 20여년전 우전중학교 옆에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따뜻한 생활을 해왔는데 가까운 이웃에 남을 위하여 헌신봉사하며 불쌍한 노인들을 부모와 같이 모시고 소리없이 사랑을 베풀어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부끄러움이 앞섰다.
더욱이 정치적 혼돈과 경제적 어려움속에 몰인정 사회의 각박한 인심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는 손길이 더욱 아쉽다고 느껴진다.
수천만원짜리 밍크 코트 값비싼 외제 위스키 양주가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며 과소비 풍조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며 우리 이웃에서 가난의 쇠사슬에 묶여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실직자 노숙자들을 보살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 고삼곤(민주평통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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