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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전시.박물관 '속빈 강정'



 

도내 각종 전시관이 개관을 앞두고도 정작 전시물을 채우지 못해 제때 개관하지 못하는 등 단순한 ‘건물짓기’에만 급급하다.

 

전시관은 건립당시부터 자료수집과 수집자료 분류작업을 통한 특성화된 전시실 구성 등이 사전에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내에서 건립중인 대부분의 전시관은 개관을 목전에 두고서야 뒤늦게 전시품 수집에 나서고 있는 상황.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시관의 인력활용 계획이나 전시품 수집을 위한 자료구입비 등은 건물비에 밀려 예산확보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내 지자체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전시관은 전북도의 동학혁명기념관, 군산의 채만식문학관과 익산의 보석박물관, 고창 판소리박물관, 미당시문학관 등이다.

 

그러나 이들 전시관은 수년동안의 건설공사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전시자료 확보 등 준비작업이 소홀해 ‘건물만 번듯한’전시관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군산시가 98년부터 시작한 채만식문학관이 지난해말 완공된 이후 아직까지 개관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전시물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 2년여의 건설공사 동안 기껏 1백45점만을 수집한 상태로 채만식의 문학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각종 자료나 전시물 등은 확보하지 못한 상황. 특히 익산시의 보석박물관은 ‘건물만 짓기’의 대표적인 예다. 95년 보석수집가의 기증약속만을 믿고 2백여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건립중인 익산보석박물관은 여전히 전시보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 뒤늦게 익산시가 20여억원의 구입비예산을 책정해 전시관 내용물 채우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도가 건립중인 정읍의 동학혁명기념관은 건설예산확보가 미진해 당초 올연말 완공목표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예산 확보가 늦어져 자료수집을 위한 계획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

 

고창군에서 건립중인 미당시문학관도 건립사업이 시작된 2년여동안 자료수집이 지지부진하다 최근에 와서야 기증약속을 받은 상태며 판소리박물관은 자료수집을 위해 기증자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시품에 대한 적극적인 수집작업 없이 단순히 기증에만 의존하고 있는 지자체의 수동적인 자세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창의 판소리박물관과 미당시문학관, 동학혁명기념관 등은 전시품 수집을 위한 예산이 전혀 없는 상태다.

 

전주시 향토사박물관의 경우는 그나마 모범적인 사례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향토사박물관 사료기증운동은 시민들의 관심속에 속속 전시유물을 확보해 7백여점을 기증받은 상태다. 사료수집 전문인력을 상근배치하고 적은 예산이지만 사료구입비를 책정해놓은 것 역시 좋은 예다.

 

일부 지자체의 건설중인 전시관이 본래의 의미를 찾기보다는 단순한 ‘건물짓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결국 ‘단체장 치적쌓기’의 또다른 유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 이성각 기자 lskag@jeonbu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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