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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갑고 정겨운 옛지명 되살려냈다



싸전다리 사정물 장승백이 꽃밭정이 무랑물 모래내 심방죽거리 명짓골 감나무골….

 

지금은 세간에 오르내리지 않지만 전주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옛사람들의 삶과 생활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전주의 옛지명들이다.

 

하지만 일제시대를 거쳐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된 오늘의 전주에서는 아쉽게도 이들 지명을 찾아 볼 수 없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 그리고 민중의 삶이 녹아있는 옛 지명은 사라지고 산업도시화에 서서히 물들며 전통을 무시한 지명들이 범람할 뿐이다.

 

 

 

땅이름을 연구, 조선말부터 현재까지의 전주 모습을 복원한 책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북언어문화연구소 김규남(40)·이길재(37)박사가 공동 집필한 ‘지명으로 보는 전주 백년Ⅰ’. 김씨와 이씨가 1년에 걸쳐 지형을 답사하고 증언을 채집해 쓴 ‘전주 1백년 보고서’다.

 

천년고도다운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들은 수백년동안 사용되어 왔지만 불과 20∼30년 사이에 사라졌거나 묻힐 위기에 처해있다가 이번 김씨와 이씨의 작업에 의해 되살아난 것만 6백개가 넘는다.

 

무랑물’은 백제시대부터 불렸던 지명. 전주고와 전주동초교 사이의 마을을 지칭한다. 무랑말·물왕물·수왕촌(水王村) 등으로 불렸던 이 이름은 마을 가운데 자리한 공동우물의 물이 맑고 맛이 좋아 붙여졌다고 한다.

 

간납대’는 역사적 사건이 지명으로 굳힌 예. 리베라호텔 맞은편 구 전주공전터를 지칭하는 지명으로 병자호란 당시 사간과 헌납을 지낸 이기발 이흥발·기발 형제가 벼슬을 버리고 돌아와 은거한 것을 기리며 생겼다.

 

지형적 특성을 반영한 이름도 있다. ‘가르내뜰’은 삼천과 전주천이 하나되는 곳, 가르내(지금의 추천)와 가련산 사이의 들판을 이르며 용머리고개·잉어바우 등 산과 들, 바위의 특성을 반영한 지명도 숱하게 많다.

 

그러나 이즈음의 전주시내 지명들은 도시화·산업화에 묻혀 ‘00 1차 아파트’ ‘XX2차 아파트’등 건설회사 이름만으로 통일·획일화 하고 있어 문화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것이 이들 연구자의 지적이다.

 

보편성보다는 개별성을 가져야 할 지명이 지역적 특성과 독창성을 잃어버린 채 아무렇게나 불리면 결국 지역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

 

김규남씨는 “한번 정해진 지명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세간에 회자되고 유지된다”며 “고유 지명을 알고 활용하는 것은 지역민들이 자기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는 과정이자 전주를 생명력 있는 도시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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