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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21세기 기업이야기

어느 미래학자가 21세기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어갈 지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요청받자 주저없이,「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했다던가?

정보사회로 특징지어지는 21세기는 과거 산업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방향과 속도로 변화되고 있어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노라면, 짐작이 되는 변화의 여러 트렌드 중에서 유독 기업의 형태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

21세기를 지배하게 될 기업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중생대에 지구를 지배했던 거구의 공룡들이 멸망하여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듯이, 정보화 시대의 상황변화에 기민하게 대응 치 못하여 덩치가 큰 대기업들이 몰락하는 반면, 비교적 작고 기술력이 있으며 소비자들 요구에 유연하고도 민감하게 적응해 가는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약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기업들은 지금까지 막강한 정보력과 기술력, 그리고 자금력을 무기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를 창조해 왔으나, 한편으로는 기업의 유연성·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관료적 지배구조와 다단계의 의사결정 체계를 유지해 온 까닭으로 정보화시대에 소비자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노력하기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원격통신의 발달로 국제적 영업활동과 마케팅이 가능해져, 기술력만 뒷받침되면, 경쟁력 면에서 대기업에 뒤지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경제성이 있는 경우, 자금확보도 어느 때 보다 용이해 진 것이 사실이다. 

대영(大英)제국이 한 때 세계 도처에 식민지를 만들어 놓고 해가 지는 일이 없다고 호언했듯이, 대기업들은 세계 도처에 지사와 연구소를 만들어 놓고 해가 지지 않는 24시간 근무체계를 자랑해 왔지만, 이제는 이러한 경영체제가 방만한 조직에 따른 비능률과 고비용 때문에 오히려 경쟁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요즘 솟아오르는 새 기업들을 살펴보자. 기존의 격식이나 운영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사장이 없이 팀장 몇 명이 팀웍을 통해 운영되는 회사들이 생겨났고, 상사와 부하 대신 고참과 신참 사원만이 존재할 뿐이다. 시(時)도 때도 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경영진도 노동자도 강도높은 즉석교육훈련에 들어가고, 강의는 젊은 신참 전문사원이 맡기 일쑤다.

격식을 갖춘 회사 없이도 프로젝트(project) 중심의 페이퍼캄퍼니(paper company)가 무수히 생겨났다가 돈을 벌고는 해체되는가 하면, 평생직장을 자랑하던 사람들은 계약직,임시직에 눌려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통합보다는 분할, 그리고 과감한 '아웃소싱'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수십 년 묵은 전통있는 대기업이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운 세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회사가 크고 이름이 있다고 해서 자부심을 갖고 애사심(愛社心)을 발동하기에는 젊은 사원들이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특수분야에 맞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원들의 이동은 국경을 넘어 수시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기업의 신규진입을 막고 부담만 가중시키는 구태에서 벗어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규제자가 아닌 조정자로서 그 역할을 축소·재정립해야 된다는 명제 앞에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옛말에 「신이 누군가를 파멸시키려 한다면, 계속해서 일정 기간 성공의 축복을 내린다」고 했다. 

잘 나간다고 뽑내던 미(美)·일(日)등 선진국들이 거품에 쌓여 주춤거리는 사이에 동구(東歐)와 아시아 특히 중국의 약진이 눈에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神話)를 금과옥조로 믿어 온 대기업들이 「이제 이만큼 키웠으니 걱정이 없다」고 안심하는 순간 곧바로 기업의 퇴락이 시작된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고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강도높은 개혁과 변신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것이다.

 

 

/ 강현욱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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