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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전라북도 미술대전.. 당선자들의 소감



-한국화부문 대상 김주선씨

 

‘요즈음-One of These Days’을 출품한 한국화부문의 김주선씨(28·익산시 여산면 두여리)는 수상소식에 기뻐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전북미술대전에 처음 도전해 안은 대상은 그에게는 특별한 기쁨이다. 군산의 한음식점 인테리어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벽화를 그리다가 수상소식을 들었다는 그는  “미술대전에 처음 출품한터여서 ‘잘해봐야 입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대하지 않은 큰 상을 받게돼 어리둥절하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수상 작품은 대학 졸업후 앞날에 대한 불안함, 자기 존재에 대한 갈등과 고민 등 딜레마에 빠져 있는 자기 상황에 대한 존재론적 인식을 담은 일종의 자화상이다. 중첩되어 있는듯한 자기 고민을 표현하듯 다양한 기법을 도입한 형식에의 실험이 독특하다.

 

한지와 본드를 배합해 이용한 그는 부분 오브제를 결합해 평면적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변화시켰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재료의 표현방법과 조형연구가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

 

대학(원광대 한국화과)을 졸업하기 전까지 수묵화를 주로 그렸던 그에게 비구상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묵과 비구상 모두 어렵지만 요즘 혼란기에 빠져 있는 제 마음 상태를 표현하기에는 비구상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

 

전주비빕밥 마크와 로고를 만든 김주홍씨가 친형이다.

 


-공예부문 대상 이유라씨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미술공부를 시작한 뒤 얻은 가장 큰 기쁨입니다.”

 

공예부문에 작품 ‘교통 할머니 댁에 갔을 때…’를 출품, 대상을 차지한 이유라씨(43·전주시 중화산동).

 

수상의 기쁨을 감추지 못한 그는 집안 일보다는 작업에 몰두하는 자신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준 시부모와 남편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수상작 ‘교통 할머니 댁에 갔을 때…’는 치자와 쑥, 먹물 등 천연염료를 한지에 물들여 자연의 순수이미지와 고향의 맛을 표현, 옛 것에 대한 향수를 담아낸 작품이다.

 

삼례가 고향인 그가 어릴적 체험한 고향의 푸근함과 정겨움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작품으로 천연과 실크스크린 염색기법위에 아크릴을 이용, 입체감과 조형성을 한껏 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30대 후반에서야 대학에 들어가 섬유공예를 전공한 그가 전통적인 형식에만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찾아낸 소재와 다양한 형식적 실험에 몰두한 결실이다.

 

“천연염색의 색깔이 생각처럼 나오지 않아 힘들었다”는 그는 한지를 이용한 섬유공예에 천착, 짧은 연륜에도 제5회 전국한지공예대전 대상을 비롯해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하는 등 주목을 모으고 있다.

 

2002종이문화축제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요즘에는 한지 생활용품과 가구 등을 만드는 작업에 빠져있다.

 



-서예부문 대상 박정혜씨

 

“입이 부르틀 정도로 작품에 몰두한 보람이 있네요”

 

작품 ‘양촌선생 시’로 서예부문 대상을 수상한 박정혜씨(48·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어지럽고 혼탁한 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새벽녘 안개가 걷힐 때의 신선함과 운치를 전해주고 싶었다”는 그는 글씨 한획 한획을 살아있는 느낌이 배어나도록 쓰려고 했지만 여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고쳐쓰기를 여러번 한 끝에 작품을 완성하고도 흡족하지 않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고.

 

지난 두달동안 살아있는 글씨를 보여주기 위해 글쓰기에 몰두한 박씨의 수상작은 양촌선생 시를 예서와 목간필을 혼합한 창작글씨로 쓴 것. 심사위원들로부터 중후하면서도 탄력적인 필의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작을 하더라도 법첩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고창신의 정신을 강조한 그는  88년에서야 붓을 잡기 시작 14년 동안 지당 김지석씨로부터 서예를 배우며 붓글씨의 참맛을 알기 시작했다.

 

91년부터 미술대전 입선과 특선을 번갈아가며 수상했지만 대상과는 연이 없었던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나만의 필체를 다듬는데 부단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방송통신대학 중어중문과에 입학, 늦깍이 공부를 시작한 그는 스승의 필체엔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흐름이 있지만 자신은 아직도 딱딱한 면이 있다며 아직 갈길이 멀었다고 덧붙였다.

 

-건축부분 대상 김학수·오우철·김성윤·허준상씨

 

납골추모공원을 설계한 ‘공존’으로 대상작으로 뽑힌 김학수(25)·오우철(25)·김성윤(23)·허준상(21)씨는 서남대 건축학과 선후배 사이. 건축설계 동아리 ‘태동’회원들이다.

 

남원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오롯이 배어있는 출품작은 ‘관광도시’라는 이미지에 가려 버려지고 황량해진 공동묘지를 활성화해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추모시설인 납골당과 유족들이 쉬면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갤러리 등 문화시설을 조화시켜 공동묘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작품 제목처럼 ‘죽은 자와 산 자’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
지역적 도시적 특성을 잘 해석하고 반영한 이 작품은 납골당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까지 투영해낸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이제 막 건축을 배우기 시작한 우리에게 이 상은 과분하고 짐이 될 것 같다.”는 이들은 수상 소식이 “거짓말처럼 들렸다”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문인화부문 대상 강장현씨

 

올해 처음 신설된 문인화부문의 대상의 기쁨을 안은 강장현씨(55·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수상작 ‘석죽(石竹)’은 쭉 뻗어있는 대나무의 기상과 생기 넘치는 대나무잎이 역동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하루 8시간 이상을 붓을 잡고 지냈지만 만족할 만한 작품을 내지 못했다는 그는 “이번  수상을 더 열심히 하라는 회초리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15년전 뒤늦게 서예를 시작한 그의 이력은 이채롭다. 요들송 듀엣과 그룹사운드 활동을 하며 틈틈이 서예를 배운 그는 95년 남천 정영교씨를 만나 서예 길로 접어들었다.

 

“스승의 지도로 오늘의 영광이 가능했다”고 말한 그는 “스승의 작품을 그대로 답습하면 실력이 향상되지 않을 것 같아 스승의 기풍을 뛰어넘으려는 의지를 갖고 작업했지만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문인화로 행복을 얻었다는 그는 문인화를 배우고 싶으면서도 나이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예로 들며 주저없이 뛰어들라고 권했다.

 

“매난국죽 사군자를 치고 있으면 마음이 즐겁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니까요.”

 

서예는 정적이지만 문인화는 활달하고 생동감 있어서 오히려 더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있어진다는 것이 그의 문인화 예찬론이다.

 

김제가 고향인 그는 현재 성남에서 서예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서예공모대전 우수상 등 다수 공모전에서 입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서양화부분 대상 최정환씨

 

“이 기쁨을 제 작업에 새로운 용기가 되는 하나의 과정으로 삼겠습니다. 꽤 오랫동안 유지해온 연작에 대한 평가여서 나름대로는 의미를 더 부여하고 싶습니다.”

 

‘신시이후(神市以後)’로 서양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최정환씨(33, 남성고 교사)는 이미 두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뚜렷한 자기색채를 보여온 작가다. 이번 수상 작품은 그가 꽤 오랫동안 지켜온 연작.

 

역사성과 시간의 영속성을 주목해온 그가 역사가 지니는 정신을 동양적 세계관에 비추어 표현한 작품이다. 재료의 물성과 그것의 방법론적 양식을 꾸준히 실험하고 탐색해온 그는 건축자재와 부분적인 오브제를 이용한 독특한 질감과 물감의 혼합적 색채가 가져오는 깊이있는 회화세계로 눈길을 모았다.

 

“하나의 화폭속에 역사의 개념과 민족 정신을 재현해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제 작업이 재료가 지니는 특성에 주목하고 그것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표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무등미술대전 추천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비롯, 춘향미술대전 미술세계대상전 대한민국국민미술대전 등의 다채로운 수상경력을 갖고 있지만 도전 출품을 앞두고는 자기 작업에 대한 갈등과 고민으로 삭발까지 했을 정도로 마음 부담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원광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올 가을 개인전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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