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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 기고-가능성과 경쟁력 확인, 뿌듯

 

 

소리는 찰나의 예술이다. 그러나 그 감동은 어느 예술보다도 오래 남는다. 호흡과 심장의 고동을 통해서 음악의 울림이 몸으로 공감되기 때문이다.

 

내게 전주세계소리축제의 9일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다. 더 보고 싶은 공연도 많았다. 대부분 공연장의 분위기가 참으로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감동의 여운을 오래 간직하고 더불어 내년 축제에 대한 기대가 키워졌다면 우선은 올 축제를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만 하지 않는가.

 

먼저 기획면에서 이번 축제는 많은 사람의 지적대로 전주세계소리출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찾았다는데 큰 의의가 있을 것 같다. 우리의 판소리를 중심으로 목소리와 세계의 종족음악을 뚜렷하게 부각시킨 것은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예산 삭감과 새로운 예술총감독의 선임 등으로 축제 준비기간이 빠듯했고 부분적으로는 진행상의 오류도 있어서 몇몇 프로그램이 도중에 변경되고 취소되면서 부분적인 갈등을 일으킨 것은 큰 손실로 지적될 수 있다.  

 

운영면에서도 결정적인 실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사전 준비 소홀로 인한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아쉽다.

 

무료 공연 입장 방법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좌석권 교환 방식은 너무 번거로웠다. 서구식 혹은 서울의 대극장식 운영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먼저 온 순서대로 차례로 좋은 좌석을 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축제는 비일상적인 시공간이다. 일탈이 허용되는 축제에서 관객들에게 평소와 같은 품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더구나 자유로운 민속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축제가 아닌가. 특히 야외공연이 인기를 끌었던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리축제기간에는 운영자나 바라보는 사람 모두 민속축제다운 좀더 넉넉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문화 인프라에 대한 자부심도 확인되었다. 소리의 전당 시설이나 극장의 음향설계, 그리고 전통문화센터나 경기장에 대한 내외국인 참가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이러한 좋은 공간들이 더욱 잘 다듬어져서 앞으로 전북이 세계종족음악의 진정한 메카로 자리잡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관객 창출면에서도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본다. 공연장마다 진지하고 뜨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명상음악,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 판소리 등의 열기가 특히 높았고, 기타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도 만족할 만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그러나 외부로 표출된 열기는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광주비엔날레나 안면도꽃박람회처럼 시작부터 화제를 뿌린 축제도 없지 않지만, 남보다 앞서 기획한 반짝 인기몰이나 단순한 볼거리 관광의 소재와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그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평가해야하며 청소년을 위한 교육의 기회로 활용하는 등 보완책이 강구되어야 할 부분도 있었다.

 

수익면에서도 전주세계소리축제를 경제적인 잣대만 들이대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제3세계의 종족음악의 시장은 여전히 열악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리 자신부터도 우리 음악을 홀대하는 현실 아닌가?

 

아무리 뛰어난 명창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서양성악가처럼 15만원이 넘는 표가 금방 매진되는 일을 아직은 기대할 수 없다. 올 축제를 통해 그 가능성과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중요할 것 같다.

 

/류장영(2002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래머,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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