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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교수의 판소리 길라잡이] 춘향이는 기생?(2)

 

 

춘향의 신분에 일관성이 없는 점은 오히려 '춘향전'을 훌륭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춘향의 신분을 제도적인 면에서 살펴보자. 춘향이는 천민인 기생의 딸이다. 천민의 신분은 어머니를 따른다. 따라서 춘향이는 당연히 천민이며, 기생이어야 한다. 방자나 군로사령들, 기생들이 춘향에게 반말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춘향이가 기생이라면 당연히 사또의 수청을 들어야 한다. 이를 거역하면 관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이 된다. 변학도가 호색한 인물로 묘사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하는 일이 아주 부당한 것은 아니다. 변학도의 행위도 제도나 법으로 보았을 때는 당연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춘향의 신분에 일관성이 없는 것일까? 당시의 시대 상황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왜란과 호란을 거친 후에 조선의 신분제도는 많이 흔들리게 된다. 조선조 후기에 이르면 이는 더욱 심해진다.

 

물론 이렇듯 신분제도가 흔들리게 된 것은 신분제도의 부당함을 느껴 이를 깨부수려는 민중들의 의지 때문이지만, 양반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양반의 특권적 지위를 유지해 줄만한 경제적 기반을 갖지 못한 이른바 몰락 양반의 증대, 그리고 상업과 농업의 발달로 인한 요호부민(재산이 많은 평민)의 등장 등이 서로 어우러진 결과였다.

 

이런 사회상황 속에서 춘향이는 제도적으로나 관습적으로나 자신의 신분이 기생인 데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하고 양민임을 주장하게 된다.

 

춘향의 신분에 일관성이 없는 것은 바로 이런 '현실'과 '주장'이 교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이 가능하지 않다면 '춘향전'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춘향전'은 춘향의 신분의 일관성이 무너지는 데서부터 출발하고 있는 셈이다.

 

신분제도는 조선이라는 봉건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제도였다. 춘향이가 자신이 더 이상 기생이 아니며, 따라서 수청을 들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조선왕조를 지탱하고 있던 신분제를 부정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춘향이 기생이 아니기 때문에 수청을 들 수 없다는 주장은 춘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왕조의 체제 전체에 대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춘향이가 목숨을 걸고 항거하는 것이나, 변학도가 잔혹한 형벌로 이를 다스리는 행위 모두가 사실은 이러한 중대한 한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춘향의 주장은 실현된다. '춘향전'의 일차적인 위대성은, 당시의 현실적인 제약을 뚫고 춘향으로 하여금 기생이 아니라는 인간해방의 주장을 앞장서서 펼치게 하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판소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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