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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사람]정읍 출신 방송작가 고혜정씨의 '친정엄마'

 

엄마란 어떤 존재일까. 작가는 ‘늘 곁에 있지만 무심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어느 어머니나 희생과 사랑으로 자식을 키우지만 자식들은 그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죠. 그리고 나중에 그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가를 알게 됩니다.”

 

정읍 출신 방송작가 고혜정씨(36)가 최근 펴낸 ‘친정엄마’(함께)는 시집간 딸이 엄마에게 바치는 헌사다. 결혼한 딸이 아이를 낳고 살면서 문득 문득 엄마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 그때마다 생각나는 추억들을 촘촘하게 엮은 이 책은 작가의 체험이 고스란히 배인 한편의 비망록과도 같다.

 

이 책속에 그려진 엄마의 모습은 때로는 애잔하고 눈물나게 하다가도 웃음 터뜨리게 하는 다양한 풍경이다. 그 풍경들은 이 세상의 모든 딸들이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다. 그러니 낯설지 않은 친숙함이 절로 고개 끄덕이게 하는 대목은 적지 않다.

 

한달 용돈타러 고향집에 다니러 온 딸에게 ‘콩나물 이백원어치 살라믄 백오십원치만사고, 두부도 반모씩 사다 먹으면서 라면봉지에 모은 동전’을 “아무리 먹어도 허기진 것이 객짓밥인디 오죽 허겄냐”며 쥐어주는 엄마. 서울로 딸을 보낸후로는 “내 새끼 좋아하는 반찬은 안 히먹었다”는 엄마. 시집보낸지 10년이 다되어가지만 아직도 김치며 밑반찬을 바리 바리 싸서 보내는 엄마를 되레 많이 보냈다고 타박하는 딸에게 “딸은 말이여, 주고 자픈 도둑이여”라고 말하는 엄마. 집안 기운다며 결혼 반대하는 시집쪽에 당당하게 딸을 내세우는 엄마. 분만대기실 앞에서 발만 동동구르며 “엄마 여기 있다”며 대신 아퍼줄 수 없어 눈물 흘리던 엄마. 동네 사람들이 모두 재미있게 보는, 딸이 쓴 프로그램을 얼마나 고생하며 썼을까를 생각하며 차마 TV를 못본다는 엄마. 신부님께 고해성사하고도 딸이 고생하는 듯 싶으면 주저없이 점집에 가서 듣고온 좋은말만 전해주고 또 고해성사하는 엄마.

 

이 책 속 작가의 엄마는 약속이나 한듯이 그렇게 ‘나’의 엄마가 되어 마음을 붙잡는다.

 

배운 것 없어 딸에게 기역니은은 가르치지 못했어도 어디에도 비할데 없이 큰 사랑과 희생을 주는 엄마가 어디 책속의 엄마 뿐 이겠는가. 작가의 의도도 그 지점에 맞닿아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날 친정나들이를 갔다가 엄마가 마당에서 넘어지시는 걸 봤어요. 정말 충격이었죠. 우리엄마는 늘 젊고 건강한 줄 알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엄마가 너무 늙고 초라해져 있음을 느꼈던 겁니다.”

 

'아, 나에게도 효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엄마가 내 곁을 곧 떠나게될지도 모르겠구나'하는 생각에 많이 울었다는 고씨는 영원한 내 편인 엄마가 우리곁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의 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일상적인 일들을 맛깔스럽게 써내려간 이 책의 미덕은 작가의 만만치 않은 필력에 맞닿아 있지만 무엇보다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은 따로 있다.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한번도 말하지 않아서, 언제나 외롭게 해서, 늘 내가 먼저 전화 끊어서 미안하다’는 작가가 들려주는 말.

 

“늘 미안한것 투성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미안한 건 엄마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건 엄마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세상의 어느 딸도 고개 끄덕이지 않을 수 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다 보니 좀 부끄럽기도 했다”는 작가는 방송작가 15년차. MBC 일요일 일요일밤의 '인생극장' "그래 결심했어" 코너와 KBS 농촌시트콤 '금촌댁네 사람들'을 쓴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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