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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여편네 개짐도 빨아줄 사람

여편네 개짐도 빨아줄 사람

 

아내를 지나치게 위하거나 아내의 말이라면 옳고 긇고 간에 따르는 남자를 꼬집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말에 “불을 때 주고 빨래해 주는 남편만이 아내를 위하는 사람은 아니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근원설화>

 

어떤 이야기에서 ‘여편네 개짐도 빨아줄 사람’이라는 익은말이 생겼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 말이 속담과 같이 직접 비유로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홍만종(洪萬宗)이 쓴 명엽지해(蓂葉志諧)중의 ‘퇴요연촉(槌腰燃燭)’조의 다음 이야기는 그에 합당하니 그 설화나 그런 설화가 그 밖에 또 있어 그런데서 생긴 익은말일 수도 있다.

 

어느 재상집 딸의 혼인날 여러 재상들이 모였다. 우리 풍속에 혼례상의 촛불을 켜는 사람은 부부간 애정이 깊고 아들을 많이 둔 사람에게 켜도록 하는 습관이 있어 주인이 어느 재상에게 촛불을 켜도록 하려고 하니 그집 계집종이 달려와 하는 말이 지금 촛불을 켤 사람이 나오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자 한 얼굴이 누르뎅뎅한 서생이 개가죽 이엄(耳掩)을 쓰고 허리에 작은 방망이를 차고 나와 촛불을 켜고는 곧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재상들이 이상히 여겨 계집종에게 저 남자가 누구냐고 물으니 종이 대답하기를 그는 주인의 맏사위인데 주인의 맏딸과 결혼한지 삼십년이 넘도록 주위 십리 밖에 나간 일이 없이 오직 아내 방에서만 지내며 부인이 월경이 있으면 손수 개짐을 채워주고, 개짐이 더러워지면 저 허리에 찬 방망이로 개짐을 빨아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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