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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사람과 풍경] "아무리 쳐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광복 60주년기념 전통문화체험 초대 중앙아시아·중국·멕시코 쿄포 100명

광복 60주년기념 사업 일환으로 전통문화체험에 초대된 해외 교포들이 16일 오후 임실필봉농악전수관을 가득 메운채 장고를 치며 우리 풍물을 익히고 있다.../안봉주기자 안봉주([email protected])

“안∼녕, 여러분들, 안∼녕”

 

지난 16일 오후 임실필봉농악전수관을 가득 메운 해외교포들이 우리말 인사를 따라하고 있었다.

 

교포들은 자신들이 기초적인 인삿말도 모를까 무슨 ‘안녕’ 인사를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는지 처음 의아해 했다. 궁금증은 인삿말이 꽹과리 장단에 얹혀지면서 자연스레 풀렸다. 교포들은 손뼉으로, 강사는 꽹과리로 인삿말에 장단을 맞췄다. 교포들의 우리 풍물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날 임실필봉농악전수관을 찾은 교포들은 중앙아시아와 중국, 멕시코 교포 100여명. 정부가 광복 60주년기념 사업으로 이들 해외 교포들을 전통문화체험에 초대한 자리다.

 

“우리말을 장단으로 쉽게 맞출 수 있다”는 강사의 말에 교포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때문인지 10여명의 키르키스탄 교포들을 제외하고 참석자 대부분은 우리말을 잘 알아들었다.

 

“덩덕 덩덕쿵”

 

강사의 궁글채와 열채가 북편(왼쪽-가죽이 두껍고 낮은 소리가 나는 쪽)과 채편(오른쪽-얇고 높은 소리를 내는 쪽)을 때리는 것을 신호로 본격적인 장구 익히기에 들어갔다.

 

처음 강사의 타법을 쫓아가기에 급급하던 교포 수강자들의 기술이 시간이 지나면서 금방 눈에 띄게 좋아졌다. 중간 중간 ‘스톱’을 외치는 강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장고를 두드리는 장면도 연출했다. 절로 흥이 난 듯 속도도 붙였다.

 

장고에 이어 10여명을 대상으로 한 소고·쇠 강습이 이어지는 동안 수강생들의 옷은 이미 땀 범벅이 됐다. 33∼34℃를 웃도는 폭염에다, 100명의 수강생들이 뿜어내는 강당안 배움의 열기를 대형 선풍기 1대로 식힐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단 1명 자리를 뜨는 교포들이 없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계속 훔치면서도 풍물에 대한 집중력은 대단했다. 쇠를 배우던 한 교포는 타법 교육을 마치려 할 때 강사 손목을 붙잡고 더 지도해달라고 매달릴 정도였다.

 

1시간여가 지난 뒤 교포들은 각자 배운 풍물로 휘모리 장단, 반풍류 장단을 재주까지 부리며 자유롭게 연주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박비체슬라브(23, 타쉬겐트 국립니자미 사범대 졸)씨는 “아무리 쳐도 지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37년 할아버지때 이주해 어려서 시골에 살았다는 박씨는 장고를 쳐보기는 처음이지만, 어렸을 때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풍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했다.

 

현재 대학원 과정을 준비중인 그는 대학때인 2년전 연수생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한국 문화의 매력에 푹 빠져 대학원 과정을 한국에서 밟을 생각이란다.

 

키르기즈스탄 여성 교포인 신올가씨는 풍물 익히기가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서툰 우리말로 “한국말 배우기보다 훨씬 쉽다”고 대답했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방문단에 합류했다는 그는 우리 풍물에 대해 소리가 크고도 이쁘다고 평했다.

 

교포 체험단중 필봉농악단의 중국 공연 무대에 함께 섰던 중국 연변 교포들이 포함돼 반가운 해우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들 교포들은 전수관에서 풍물학습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전수관에 이날 마침 전국에서 모인 200여명의 대학생연합 체험단들의 풍물 익히기 모습을 보고서다.

 

풍물의 맛만 본 교포들은 자신들의 체험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국내 대학생들의 풍물놀이를 바라보며 풍물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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