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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새생명, 희망을 나눴다

제4회 전주 동문거리축제 현장

동문거리축제에 참여한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장사 안된다고 맨날 징징거릴 수만 있나요. 축제 때문이라도 사람들 하나라도 더 오길 바랄 뿐이죠.”

 

동문거리는 350여개의 상가들이 있지만 벌써 30여개가 문을 닫아 마치 ‘이빨 빠진 입’ 같다. 8일 열린 동문거리축제. ‘헤성헤성’한 동문거리가 오랜만에 고사상 돼지머리처럼 활짝 웃었다.

 

돈이 없어 스탭 중 한 명의 결혼식을 동문거리에서 헤치워 버린 첫 해의 기억도 네번째 축제를 맞은 올해는 즐거운 추억이 됐다. 동문거리축제에는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와 진한 눈물이 있었다.

 

“이 동네 장사 잘 되게 돈 좀 많이 넣으시요.”

 

“무좀이랄까, 발에 이상은 없으시죠?”

 

동문거리가 번창하길 바라는 고사를 지내고, 빛깔 좋은 머루 위에 올라가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고 나니 머루주도 완성됐다.

 

비둘기 농악단의 길놀이와 전주시립국악단의 전통국악콘서트, 청소년 공연팀들의 락 콘서트 ‘Ya! Shouting Concert’는 침체돼 있던 동문거리를 신명나게 울린다.

 

18일까지 빈 점포에서 계속되는 지역 미술가들의 설치전 ‘동문거리의 발견’은 동문거리의 일상과 기억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 사람들이 빠져나간 빈 점포와 거리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과 숨조형연구소, 공공작업소 심심은 아이들과 함께 회색빛 도시에 따뜻한 기운을 칠했다. “아빠 가게가 동문거리”라며 여덟살 예진(풍남초1)이가 가리킨 곳은 ‘어머님 청국장’. 예진이는 “아빠 가게에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벽화그리기에 참여했다.

 

김병수 동문거리축제 추진위원장은 “축제를 해오면서 늘 많은 사람들에게 빚을 지는 마음”이라며 “걸판진 축제를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민, 상인들과 소통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비를 맞으면서도 태권도 시범을 보여줬던 백마태권도 관장은 아이들과 함께 또다시 동문네거리에 섰다. 1000원씩 밥값을 할인해 준 콩나물국밥집 사장님들, 원장님들이 직접 거리로 나온 보보미용실과 전윤미헤어샵, 빈 점포를 전시공간으로 내어준 만주부동산 사장님, 고사 지낼 음식을 마련해 준 풍남동 부녀회, 찰흙으로 동문거리를 만든 아이들, 자원봉사자로 나선 전주교대 학생들까지, 동문거리의 축제는 품앗이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맨 술집 밖에 없다”는 동문거리가 문화와 젊음의 거리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 거리가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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