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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사람과 풍경] 투표장에서 만난 사람들

찬반시민 모두 "우리 아이들의 미래위한 선택"

지난 2일 낮 1시, 나운3동 제 3투표구 투표소. 아파트 밀집지역이어서인지 유난히 젊은 부부들이 눈에 많이 띠는 투표소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아빠 이병학씨(34)를 만났다. 워낙 방폐장 유치 찬성쪽이 대세였던터여서 그 역시 찬성쪽에 손을 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반대표를 찍었습니다. 결정하는데 고민이 많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보니 반대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사실 그는 찬성쪽에 있었다. 방폐장 시설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민투표 과정에서 불거지는 관권선거의 실상을 경험하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주민투표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안겨줄수 있을지 암담하고 착잡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이상, 경제적으로 조금 잘살고 못사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진정한 민주주의의 의미와 가치가 지켜지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그가 반대표를 행사했던 이유다.

 

또 한사람. 역시 딸과 함께 투표소에 나온 박미경씨(33).

 

“저는 찬성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좀더 잘살수 있는 미래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서죠. 방폐장이 유치되면 군산이 정말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애요.” 반대쪽에 선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망설임없이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서로 생각이 다른 것 뿐이죠. 각자 잘사는 것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가 아닐까요. 어쨋튼 소수의 의견도 존중되어야죠.”

 

그는 투표 결과에 대해서도 담담했다. 방폐장 유치를 두고 찬성과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갈라섰지만 어느쪽으로 결정되든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만약 실패할 경우 찬성 여론이 높았던 만큼 지역사회의 좌절과 상처로 갈등이 더 깊어질 것을 우려했더니 이렇게 답해줬다.

 

“유치되면 좋겠지만 만약 실패한다고해도 그렇게 심하게 좌절하고 상처 받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섭섭은 하겠지만 그것이 우리 삶의 전부가 아니거든요. 아마 많은 시민들이 저와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요.”

 

입장은 서로 달랐지만 이들이 선택한 기준은 결국 ‘아이들을 위한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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