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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나비의 삶 - 정목일

정목일(수필가·창신대 겸임교수)

이 세상에서 나비처럼 아름다운 삶은 없을 듯하다. 몸통보다 몇 배가 큰 날개로 춤추듯이 나르는 모습만으로 환상과 행복을 느낀다. 몸 자체가 예술품이다. 형형색색 무늬와 현란한 색채미학, 두 장의 날개는 대칭미의 완성품이다.

 

나비의 삶은 우아하며 평화롭다. 남에게 조금도 피해를 주지 않고, 다투지도 않는다. 꽃을 사랑하면서 희망과 미래를 준다. 꽃에게 꿀을 얻는 대신 식물로 하여금 더 많은 열매와 씨앗으로 번성과 풍요를 갖게 만든다.

 

나비는 언제나 무도복 차림새이고 걸음걸이는 곧 춤이다. 꽃에 다가갈 때도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벌과는 달리, 곡선을 그으며 다가간다. 다짜고짜로 꽃 속으로 파고드는 벌과는 다르다. 소리 없이 다가가 꽃에 눈 맞추고 부드럽게 입술을 맞춘다. 오래도록 밀어를 속삭인다.

 

나비는 꽃의 빛깔을 가장 잘 안다. 꽃의 향기를 가장 잘 맡는다. 나비야말로 빛깔과 향기를 알아내는 기막힌 감별사이다. 신이 보낸 미의 천사, 평화와 사랑을 위한 사자(使者)가 아닌지 모른다. 인간은 나비의 황홀한 빛깔과 무늬를 갖고 싶어 한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삶을 갖길 원한다.

 

꽃이 어여쁘다고 한들 나비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무료와 슬픔이 느껴진다. 꽃에 나비가 앉는 모습이야말로 평화와 행복의 표정이다. 유토피아의 구성 요소는 숲과 물, 여기에 꽃과 나비가 있어야 한다. 꽃과 나비는 사랑, 행복, 번영을 상징한다.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에 빠져나올 수 없는 게 생명체의 숙명이며 한계이다. 그런데도 나비만은 살상을 하거나 조금도 해를 끼치지 않고, 모든 생명체를 이롭게 한다.

 

꽃가루받이를 통해 식물의 번식을 도모함으로써 생명체 모두에게 이로움을 안겨준다. 가장 연약하고 무능해 보일지라도 나비는 모든 종(種)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타고 난 예술가이다. 나비가 꽃에서 꿀을 얻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위한 일만이 아닌, 이 세상 모든 생명체의 삶과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고 있다.

 

꽃은 열매와 씨를 맺고, 열매와 씨는 다시 대지에 생명을 틔운다. 속씨식물은 동물을 유혹해 자기 씨를 멀리 퍼트리게 하려고 당분과 단백질을 생산해낸다. 그 덕에 세상의 식량 생산량이 늘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온혈동물인 포유류가 번성할 수 있다.

 

꽃이 없었다면 인간도 나타날 수 없었다. 인간은 꽃의 종류를 엄청나게 늘리고 꽃씨를 세상 곳곳으로 퍼트렸다. 그 대가로 과일과 씨앗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했으며 감각적인 즐거움을 얻었다. 인간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꽃과 나비의 사랑과 공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상학에서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킬 수 있음을 말한다. 기상학이 아닌 생태학에서도 나비효과가 있음을 깨닫는다. 꽃을 찾는 나비의 날개 짓은 부드럽고 미약하지만, 인류와 전 생명체의 삶과도 유기적인 관계가 있으며 도움을 준다.

 

나비의 모습과 삶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본다. 어떻게 하면 유익한 나비 같은 삶을 가질 수 있을까. 나비처럼 모든 관계와 삶에 이로움과 축복을 주는 효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비처럼 경쟁, 대립, 갈등, 시기, 모함이 없는 사랑과 평화의 삶을 가질 수 있을까.

 

가끔 한 사람의 좋은 삶, 작은 선행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일으켜 큰 힘이 되는 것을 본다. 말없이 쓰레기를 줍는 사람, 자신의 처지가 딱한 데도 이웃을 돕는 사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권력자는 권력이 없는 사람을 위해, 부자는 빈자를 위해, 지식이 있는 사람은 무식한 사람을 위해, 건강한 사람은 병약한 사람과 장애자를 위해, 스스로 베풀고 봉사한다면 '나비의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선행 하나씩으로 사랑의 등불을 켜면. 서로서로 도움을 주며 살 수 있는 나비의 삶을 취할 수 있다.

 

/정목일(수필가·창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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