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소리문화전당 예술사업부장)
새싹이 돋아나고 봄기운이 완연한 이때 생명의 기운이 대지를 적신다. 겨울의 무거움을 벗어버리고 따스함과 함께 봄나들이가 한참이다. 이 때가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축제는 인류 공통체가 만들어낸 가장 문화적인 행사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출발한 축제는 절대 신(神)에 대한 제의(祭儀)적 기능과 시대의 다양한 특색이 담겨진 Event(사건)가 합쳐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민족의 일상적인 의식과 놀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목적을 부여하여 축제를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현재의 축제의 의미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로서 외국에서는 Special Event라고 도 한다. 수십년 수 백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외국의 축제를 보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자부심, 내용의 정통성 등이 어울려 즐거움으로 표현되고 이는 오늘날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태리 시에나 '팔리오 축제'는 안장 없이 타는 말 경주로 700여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말 경주는 1분 남짓으로 승리한 말의 깃발 한 개만이 성모마리에게 바치는 영광을 얻는다. 단순한 말 경주지만 선조로부터의 내려오는 전통의 자부심이 이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하여 가장 좋은 좌석은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되고 축제 기간동안 은 피렌체등 인근도시 또한 숙박이 모두 동이 난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는 매년 8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예술축제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에딘버리 축제가 펼쳐진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1947년 시작하여 지금은 전 세계의 관광객이 모여들고, 입장권 21만 7천 장은 1년 전에 동이 난다. 관광객중 약 80%가 타 지역 관객이고 그중 30%가 외국인이다. 축제로 인한 고용 창출은 10만 명이고 축제기간 중 벌어들인 돈으로 1년을 산다.
이렇게 지명도 있는 축제지만 축제예산의 45%를 전 세계 홍보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한다. 케나나 퀘백시는 겨울은 추위로 인하여 경제, 문화 등 모든 행사가 올 스톱된다. 이런 조건을 역발상하여 원터 페스티벌을 통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 얼어붙은 세인트로렌스강의 아이스카누 대회, 얼음으로 지어진 호텔, 도시를 휘감는 하천을 이용한 세계에서 제일 큰 스케이트장 등 자연적인 조건을 관광 축제화 하여 지역의 산업으로 발전시켜다. 예산은 7백만 달려, 수입은 약 500백만 달러이다. 브라질의 카니벌 축제, 스페인 토마토축제, 독일의 맥주 축제, 일본의 삿보로 눈축제와 마쯔리, 태국의 송그란 축제, 영국의 노팅힐 축제 등 세계 약 40만개가 있고, 단순히 축제의 계념을 넘어 그 나라의 관광 산업 자원화에 여념이 없다.
국내축제는 외국보다 늦게 출발하였지만 1995년 지방자치제의 부활과 더불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낸다. 2007년 기준,문화체육관광부 통계로 약 1,200개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축제가 생겨났지만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운영의 경직성이다. 축제를 이끌어가는 구성원의 전문성 결여, 조직의 통일성, 주변 조직의 이권, 지역과의 갈등이 즐거워야 할 축제를 본래의 기능을 감소시킨다. 두 번째는 내용의 중복성이다. 지역의 특성을 담아 차별화된 내용의 즐거움이 있어야 하지만 음식점, 잡화점, 대중가수 무대 등 정리되지 않는 구성으로 제일 중요한 키워드를 찾지 못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나타낸다. 셋째로 행정적 접근이다. 자발성에 의한 자연발생적 요건에 민간주도형 보다 대체적으로 관(官) 주도형 축제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에 일어난 전주세계소리축제, 함평나비축제 정체성 논란, 창영 화황산 억새 축제 참사 등을 들 수 있다. 이 외에 비교적 성공한 축제라 하더라도 축제의 연속성과 지속성, 그리고 경제성 측면에서 바라보면 확실히 성공한 축제는 전무 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외국에 비해 짧은 기간 이지만 가능성을 가진 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바라보는 배경과 관점이 외국과 다르고 성공적인 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미래에 외국의 축제들처럼 세계적인 우리의 축제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국내축제는 외국보다 역사는 짧지만 내용과 수적인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듯 장기적으로 대처한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몇 백 년을 지속시켜온 소중한 무형의 유물을 소중히 여기고, 참가자들의 열정과 오랜 시간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공한 세계의 축제와 같이, 이제 국내의 축제도 이런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해야할 시점이다. 축제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무형의 자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종합예술이다. 단지 일회성 행사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의 정체성을 후세에 전할 메시지이자 선물이다. 축제는 축제 그 이상의 의미(意味)를 내포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찬(소리문화전당 예술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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