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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임원부터 가르쳐야 한다 - 전성철

전성철(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올해 초 한 공석에서 연설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 웅진그룹의 전 임원들은 4년째 매 주마다 3시간씩 한자리에 모여서 교육을 받고 있다. 그것도 근무시간인 월요일 오후 4~7시까지이다. 올해는 독서토론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2주마다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나는 궁극적으로 우리 임원들로 하여금 일주일 근무시간의 50%를 교육을 받는 데 쓰도록 할 생각이다.

 

임원은 한마디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내리는 판단 하나하나는 회사의 운명에 오랫동안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 사람들이 내리는 '판단의 질'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런데 '판단의 질'은 그것이 얼마나 풍부한 지식과 창의적 생각의 바탕에서 나온 것이냐에 좌우된다. 지금은 긴 근무시간이 아니라 지식과 창의가 돈을 버는 시대이다.

 

공부는 하는 과정에서는 그 열매를 알 수 없지만 지나보면 꾸준히 집적된 지식과 통찰을 통해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윤 회장은 항상 시대를 앞서 살아온 사람이다.

 

윤 회장의 발언은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인의 탁월한 통찰이 아닐까 싶다. 삼성의 임원 교육과 관련한 얘기도 눈길을 끈다. 정말 정신이 확 드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액션러닝 과정은 문자 그대로 서바이벌게임을 방불케 했다. 그 과정은 사람의 판단력, 지식 수집 능력, 팀워크 등 유능한 기업인에게 필요한 능력을 극한까지 개발하면서 동시에 임원들 중옥석을 선별할 수 있게 만들고 또 그 결과로 자연스레 기업이 엄청난 도움을 얻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삼성의 저력은 바로 이런 교육 과정에서 나오는구나란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얼마 전 GE의 크론트빌 연수원에 가서 리더십 교육을 받고 온 LG 임원들의 경험담도 이런 맥락이다.

 

모두가 교육을 받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결국 GE의 성공도 그 근저에는 바로 임원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구나 하고 느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현실은어떤가. 상당수의 우리나라 기업들에는 묘한 전통이 있다. 배우는 것은 소위 '아랫 것'들이 할 일이지 임원 정도 되면 '졸업'하는 것이 정상이란 생각이다.

 

임원은 기껏 최고경영자 과정에나 가면 모를까 회사에 모여서 배운다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회사마다 사원, 과장, 차장급들을 위한 교육은 많다. 직무 교육을 비롯해 프레젠테이션 기법, 멘토링, 코칭&임파워먼트, 외국어, 변화관리,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등 역량 향상을 위한 온갖프로그램을 갖고 이들을 교육시키지만 임원급에 대해서는 기껏 한 달에 한 번 정도 특강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각 분야의 유능한 리더들을 많이 갖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기업 간의 힘든 싸움 와중에 있는 귀사의 임원은,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경영 기법들이나 새로운 경영혁신 사례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도대체 그것들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갖고 있는가.

 

얼마 전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성공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CEO의 70%가 책을 열심히 읽는 사람이라고 한다. 웅진, 삼성, GE 등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사람을 많이 아는 것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로 봐왔다. 그래서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들이 네트워킹을 도와주는 이상 불평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사람을 많이 아는 것의 '약발'은 엄청나게 줄었다. 그것을 대신해 이제 '지식의약발'이 엄청나게 커졌다. 지식만이 본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경영혁신들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람 아는 시간'을 상당부분 '공부하는 시간'으로 대체해야 한다. 특히 가장 먼저 많이 배워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임원들이다.

 

/전성철(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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