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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문학평론가 유종호의 영화 읽기

'내가 본 영화' 출간

문학평단의 거목인 유종호(74) 씨가 쓴 영화 에세이 '내가 본 영화'(민음사 펴냄)가 출간됐다.

 

'추억 속 내 영화'라는 제목으로 2006-2007년 세계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것이다.

 

유씨는 1953년 12월 수도극장에서 본 첫 영화 '여수'부터 2004년작 '밀리언 달러 베이비'까지 60여 편의 영화를 통해 당시 시대상은 물론 문학과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첫 영화 '여수'에서 받은 감동은 유씨가 "이십 대의 한동안 점심은 굶을 망정 변두리 극장의 캄캄한 공간을 찾게" 만들었다.

 

"그 곤곤한 시절에 캄캄한 암실 속에 들어가 머나먼 이국에서 벌어지는 선남선녀의 슬프고 아름다운 얘기를 구경한다는 것은 매혹적인 현실 도피였다. 물리칠 길 없는 환상적 도취였다. 극장이란 어둠의 사회 공간에서 비현실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었다."(11쪽)

 

라스트 신이 압권인 '제3의 사나이', 영화를 보는 시각의 두 좌표축이 되어준 리얼리즘 영화 '워터프런트'와 반(反) 자연주의 영화 '나의 청춘 마리안느', 삭막함과 살벌함으로 젊은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병영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 등이 이 시절 유일한 '문화의 창구'였던 극장에서 본 영화들이다.

 

이후 미국 유학 시절 학생회관에서 상영해준 일본 영화들과 객원연구원으로 갔던 샌디에이고에서 케이블로 본 영화들, 1990년대 이후 DVD로 본 영화들의 이야기도 차례로 들려준다.

 

반세기 이상 문학평론 활동을 펼쳐온 저자는 영화 속에서도 문학을 읽어낸다.

 

자식들을 찾아 상경한 노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도쿄 이야기'에서 염상섭의 단편을 떠올리기도 하고 일본 영화 '라쇼몽'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일본 영화의 구미 시장 석권이 일본 문학 수용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저자는 후기에서 "막강한 가능성과 위험성을 아울러 지닌 영화의 미래를 예측할 능력도 의향도 내게는 없다"면서도 "영화의 고전은 빠른 속도로 명멸하고 변하겠지만 당대 사회 반영도가 기막히게 직접적이라는 점에서 대중 예술로서 영화의 생명력은 강인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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