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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그렇게도 사람이 없소 - 윤방부

윤방부(가천의대 부총장·석좌교수)

3代가 멸족하려면 국무위원 또는 국무총리가 되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소위 국무위원과 국무총리 등의 국회 청문회에서는 그 후보자의 모든 것이 들추어지고 해부되다 보니 결국 그 동안 감추어져 있던 치부가 노출되어 개인이 쪼개지고 난도질 당할 뿐 아니라 그 후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언론 등을 통해 개각이 예상되면 항상 짓궂게 전화하는 친지들이 있다. 전화 안 왔어? 무슨전화? 입각하라고…… 또 장난치는군, "아니야 미국말로 I am serious, 자네 같은 친구는 꼭 한번 입각해서 일해야 하는데……" 항상 그 다음말이 나온다. "윤 교수는 군대도 갔다 왔고, 세금도 잘 내고, 자녀들도 속 썩이지 않아서 위장전입도 안 했고 또 부인이 부동산 투기에 소질이 없어서 안 했으니 장관을 시킬 만 한데 왜 개각 때마다 소식이 없는 거요……" 그러면서 그래서 명단에 빠지는 것이니 장관이 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위장전입'이라도 한번 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또 교회를 바꾸어 다니면 될 텐데…… 능력이 아깝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0년이다. 이때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에 대한 청문회 법이 시작되었고, 2003년에는 4대 권력기관장이, 2005년에는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하는 국회청문회가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뿐이 아니다. 대통력직이 끝난 사람이거나 또는 무슨 의혹사건이 있으면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의 대상은 항상 대상이 될 만한 것도 아닌 경우가 있었고 또 청문회를 통하여 송곳 같고, 속 시원한 청문을 한 국회의원이 스타가 되기도 해서 소위 <청문회 스타> 라는 용어도 생겼다.

 

반대로 증인으로 나왔다가 오히려 스타가 된 적도 있었다. 하여튼 청문회는 진실을 가리는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청문회를 통해서 많은 사건과 유행어가 생기고 뿐만 아니라 서민들에게는 욕구불만과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도 하였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어떤 사건이나 또 죄가 있을 법 한 사람에 대해서 청문회 감이라고도 하였다.

 

며칠 전에도 개각이 되어 국무총리, 국무위원 몇 명, 대법관 등에 대해서 국회 청문회가 있었다. 청문회전에 각자의 인물평에서 또 그 지긋지긋하게(?) 들어온 군대 안 갔다, 위장전입 했다, 부동산 투기했다, 세금 탈루했다, 논문표절, 중복이 있었다는 말이 줄을 이었고, 또한 한결같이 청문회 때 다 말씀 드리겠다 죄송하다는 말들이 청문회 대상자들의 해명(?)이 반복되었다. 사실 청문회 때마다 회자되는 군대,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 탈루, 논문표절 등등은 어찌 보면 별 것도 아닌 것 같은 게 한국사회다. 또 사실 뭐 그까짓 것 누구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무슨 잘못이냐? 라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잘 아는 미국 '볼티모어' 에서 사는 대학교 선배가 있다. 1973년 미국에 유학 갔을 때 오래 전에 미국에 와서 잘 살고 있는 선배 댁에서 초대 받은 적이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다짜고짜 자네 군대 갔다 왔지? 하고 묻는다. 네! 육군대위로 3년 3개월 복무하고 제대 했습니다. 그런데 왜 물으세요? 그 선배가 대답이 자네가 요사이 유학하기 어려운데 유학 왔고 해서 빽 쓰고 군대를 연기했거나, 뺀 게 아닌가 싶어 물었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겪었던 <에피소드> 를 들려주었다.

 

아는 지인을 통해서 연락이 왔더란 다 잘아는 후배 2명이 미국 유학을 가는데 '볼티모어' 공항에 내리니 차편도 제공하고, 2~3일 묶어 보내달라고 해서 뭐 힘든 일 아니니까 YES했다고 한다. 시간이 되어 공항에서 마중하고 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오는데 심심하고 초면이라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는데 한다는 소리가 "군대는 왜가! 바보 같은 놈들" 하면서 유학 길에 오를 때까지 군대를 빠지기 위해서 노력한 무용담(?)을 들려주는데 결론적으로 군대를 빠지고 유학 길에 오른 것을 마치 큰 벼슬한 것처럼 자랑하더란 다. 그래서 성질이 곧고 급한 이 선배는 도저히 못 참겠어서 고속도로(Free way)에서 차를 멈춘 후 뒷 자석의 두 유학생을 차에서 내리게 한 후 문을 잠그고 출발하며 너희 놈들 구보! 하고 떠나왔었다고 하며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웃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근무하는 병원에 아주 멋쟁이 산부인과 여의사가 있는데 유태인이라고 하며 얼마 전에 남편이 미국에서 변호사였는데 중동전쟁에서 사망했다고 하였다. 얘기인 즉 슨 부인은 산부인과 의사, 남편은 변호사, 이 부부가 중동전쟁이 나자 자진해서 조국 <이스라엘> 을 위해 참전했고, 남편은 탱크 병으로 부인은 군의관으로 참전했으며 불행히도 남편은 전사 했다는 것이다. 오래 전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그날 밤 그 선배와 "조국"에 대해서, 민주주의에 대해서 국민의 의무, 국가, 노블리제, 오블리제, 등등에 대해서 개똥철학(?)을 읊프며 떠들던 때가 생각난다.

 

이스라엘은 국민이면 누구나 군대에 간다고 한다. 남녀의 구별도 없단다. 그리고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결함이 있거나 그 이외의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군복무를 안 했으면 이유불문하고, 공직(公職)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개인적인 사업이나 직업을 가질 수 있지만 公職은 안 된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국민의 三大기본의무 중의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더라고 전혀 公職을 맡는 것 과는 상관없고,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은지? 그러나 결론적으로 어떠한 이유를 대고 별명을 하고 사과를 해도 군대를 안 간 것은 사실이 아닌가?

 

혹자는 청문회가 도덕적 검증을 하는 것이지 않느냐 개인의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부류도 있다, 그 말도 일리가 있을 것 같으나 기껏해야 1년, 1년 반 심지어 몇 개월 하는 국무위원 자리에 무슨 능력이 필요하겠는가? 오히려 능력이 있으면 설쳐 돼서 짐이 되거나 마이너스가 될 일이지? 솔직히 한마디 할까? 그렇게도 사람이 없소, 항상 군대 안가고, 위장전입하고, 부동산 투기하고, 세금 탈루하고, 논문 표절한 인사 외에는!

 

물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1년, 기껏해야 1년 반 정도 국무의원을 하는데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소. 제발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들 좀 임명 하시오…… 부탁 또 부탁합니다.

 

/윤방부(가천의대 부총장·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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