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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유명 브랜드 없는 국가 브랜드 - 한정호

한정호(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국가브랜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국가브랜드라는 명칭과 개념은 노무현 전대통령시절부터 강조해왔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에서는 정부 출범 후 바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발족시킴으로써 본격화 했다. 국가브랜드란 무엇인가? 국가이미지와는 무엇이 다르며 국가 신인도 (country risk), 국가 명성 (reputation), 국가 정체성 (identity) 등 유사한 개념과 무엇이 다른가? 국가브랜드를 알려면 우선 브랜드에 대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브랜드는 주로 특정한 상품명에 대한 반응과 평가를 바탕으로 한다. 구찌, 조지 알마니, 나이키라는 브랜드의 이름을 접하면 소비자들은 금방 높은 질과 젊음, 고급, 귀함 등과 같은 좋은 연상을 한다. 브랜드가 된 제품은 남다른 혜택을 누린다. 소비자들은 자신과 잘 맞는 브랜드를 선택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브랜드 충성자들이 생긴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된 제품에 대해서는 빨리 구매를 결정하며 위험부담도 쉽게 한다. 고가에도 구매한다. 한 브랜드명으로 다른 제품에도 확산이 가능하다. 나이키라는 슈즈 브랜드로 골프공, 양산, 수영복 등 브랜드확산이 가능하다. 반대로 브랜드, 소위 명품이 되지 못한 제품들은 이 모든 면에서 찬밥신세가 된다.

 

국가브랜드는 한 나라 이름에 대한 세계인들의 반응과 평가를 총칭한다. 이에 반해 국가 신인도는 한 국가에 투자하는데 대한 위험도를 말하며 국가 명성도는 그 국가의 능력에 대한 기대의 정도이다. 국가 정체성은 그 국가가 스스로 내세우는 자기의 위상이다. 국가이미지는 반대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 국가에 대해 가지는 종합적인 인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가브랜드는 매우 경쟁적이며 상업적인 의미가 크다. 국가 명성이 획득하는 것 (earned) 것이라면 국가 브랜드는 쌓아 올리는 것 (build) 이다. 오랜 반복적 노력 끝에 어떤 국가에 대한 외국인들의 유사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Korea 국가브랜드의 값을 올리자는 것이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설립 목적이다. 그러나 국가브랜드는 제품과는 달리 너무나 변수가 많다. 관광, 문화, 안보, 외교, 산업 등의 요소들이 모두 포함된다. USA, France, Japan 등의 초강국 브랜드는 오랜 기간 많은 변수들이 흩어 지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잘 발전한 결과이다. 그러나 Korea의 경우는 매우 불리하다. IT 강국과 월드컵의 신화, 박세리의 신화가 무언가를 이룰만하면 북핵과 김정일의 이슈가 강타한다. 한반도의 안보문제가 전 세계 언론을 통해 거론된다. 정말이지 이런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 뿐이다. 지금까지 잘 사용해온 "Dynamic Korea"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인상을 준다는 이유로 교체를 검토 중이지만 이 개념을 능가하는 좋은 국가브랜드의 컨셉을 만들기 힘들다. 좋은 브랜드이름은 결국 그 브랜드 다운 짓을 계속하는데서 이루어 지기 때문이다. 구찌는 구찌답고 구찌스러운 짓만 계속했기 때문에 구찌가 된 것이며 나이키는 나이키다운 가치와 나이키만의 행동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이키의 브랜드가 된 것이다. Korea는 Korea 다운 짓을 계속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만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브랜드 정체성 (Brand Identity)는 스스로 만들어 내세워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브랜드 철학과 브랜드의 이상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Korea의 국가브랜드에서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어떤 한국적 가치나 원칙을 내세우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The Morning Calm) 를 깨고 역동의 나라 (Dynamic Korea)를 택했을 때 이미 국가 브랜드 정체성의 극적인 변화를 천명하고 실천한 것이다. 제 3의 국가 브랜드 정체성의 방향을 찾기 매우 힘들다. 만약 굳이 또 새로운 국가 브랜드 정체성을 선택한다면 앞으로 오랜 기간을 사용할 수 있는 컨셉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나빠서 보완하자는 네거티브 어프로치로 힘들다. 또 하나 우리나라 국가브랜드 설정의 최우선 순위는 산업과 무역이라는 점에 이해를 같이해야 한다. 관광도 중요하고 외교도 좋지만 결국 Korea의 국가브랜드는 국내 기업과 제품의 해외진출과 마케팅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관광과 외교와 문화수출과 산업간의 충돌이 일어난다면 산업적인 측면을 우선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Korea 국가 브랜드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Korea 제품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세계 500대 명품 브랜드에 한국의 브랜드는 거의 없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G20의 핵심국가라고 하기에는 세계의 소비자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아주는 브랜드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현실이다. 21세기 국가브랜드는 역시 제품브랜드를 통해 자연스레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수출에 모든 것을 거는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제 한국의 삼성, LG, 현대와 같은 재벌기업들의 이름은 바로 기업브랜드이자 제품브랜드로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국가브랜드를 높이고 있다. 비록 구찌나 샤넬과 같은 제품브랜드가 없다면 당분간은 LG와 같은 기업브랜드로서 승부하는 것도 좋다.

 

이 모든 일은 기업에 맡겨야 한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매우 거창하고 그럴듯 하지만 실제 위원회 주도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기업들의 글로벌 활동을 간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국가브랜드 값을 높여야 한다는 말은 아마도 대통령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 일을 국가실천목표로 할 수는 없다. 구찌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 하나라도 만들도록 독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정호(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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