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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사람들은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가 - 전용배

전용배(동명대 체육학과 교수)

직장 때문에 부산에 거주한지 거의 6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 것은 이곳 사람들의 야구 사랑이다. 집착에 가까운 야구 사랑이 도시를 감싸고 있다. 전공자의 입장에서 여러 갈래로 해석해 보려하지만 쉽지 않다. 본질적으로 스포츠는 허구(虛構)의 세계이다. 영화, 음악, 미술 등 예술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재미나 오락적요소가 있다고 여기지는 영역들은 자세히 보면 예외 없이 허구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이러한 세계에 쉽게 몰입하는 반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현실을 직시하는 기성세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시들해진다. 순수한 감정이 사라지면 스포츠나 예술에 몰입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곳 사람들은 순수해서 야구에 몰입하는가. 물론 그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수많은 이유가 내재되어 있다.

 

엘리스 캐시모어는 그의 유명한 저서인 '스포츠, 그 열광의 사회학'에서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를 현대사회가 가지는 특성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현대사회는 과거에 비해 예측가능한 일이 많아 졌으며, 그에 따라 삶은 과거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다. 즉 삶이 너무 뻔해지다 보니 무언가 자극적인 것이 필요하고, 예측불가능 한 영역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스포츠라고 규정하였다. 옳은 말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한편에서는 스포츠에 열광하는 팬들을 향해, 스포츠의 비합리적 낭비성을 질타하기도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스포츠가 가난과 가정불화, 인종차별 또는 기타 현대사회의 어떤 병리현상의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은 스포츠에 열광한다.

 

도대체 스포츠의 무엇이 우리를 사로잡는가? 첫째는 도전과 응징이다. 인간의 본성은 도전에 맞서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진화적 적응의 일부이다. 인간이 하나의 종(種)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도전에 맞섰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승부는 도전과 대립 그리고 극적인 결과 등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둘째는 공정한 경쟁이다. 오늘날 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는 경쟁이라는 요소가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실력이 있음에도 좌절하는 경우는 다른 많은 영역에서는 흔하디 흔하다. 세상이 꼭 실력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정확한 잣대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어떤 영역에서든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사파무림(邪派武林)'의 고수는 널려있다. 그러나 적어도 스포츠 세계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많지 않다. 아무리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를 폄하해도, 실력이 있으면 벤치에 머물지 않는다. 관중석의 팬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경기력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기회는 오게 되어 있다. 그냥 쓰러져간 다른 영역의 '무명용사'와는 확실히 다르다. 셋째는 대리만족이다. 인생과 사회에서는 본질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것들이 스포츠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를 대신한 그들이 우리를 위해 싸워주는 것'이 바로 스포츠이다. 때로는 좌절하지만 다행히 스포츠에서는 영원한 패배자가 없기에 언젠가는 승리하게 되어있다. 물론 영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러한 대리만족은 희망을 상징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일본 오사카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는 75년 팀 역사상 일본시리즈 우승은 오직 한번 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구상에서 가장 열광적인 팬을 거느리고 있으며, 게임당 평균관중이 4만 명이 넘는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일본인들도 스포츠 앞에서는 '비이성적'이다. 게임당 2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롯데자이언츠도 성적만 보면 초라하다. 지난 27년 동안 정규리그 1위는 해 본적이 없다. 그럼에도 팬들은 열광한다. 비록 스포츠가 허구와 비이성의 세계임에는 분명하지만, 적어도 스포츠는 조작이나 편집이 없는 진검승부이다. 우리가 스포츠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는가.

 

/전용배(동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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