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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아이들, 정보의 노예로 키울 것인가 - 전상국

전상국(소설가·강원대 명예교수)

'알아야 도둑질도 한다.' 는 속담이 있듯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라는 교육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표어는 우리네 교육열을 세계 최고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모르는 것이 상팔자다.' 혹은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의 종이다.' 등 때로 그 앎이 불러올 수도 있는 여러 가지 불편함을 넌지시 경계하는 속담도 꽤 있다.

 

아는 것이 병이 되지 않기 위해 알 것을 제대로 가려 알자는 이런 뜻의 말이야말로 정보화 사회를 사는 우리 모두가 새겨들을 만하다.

 

정보가 한 개인이나 사회변동의 원동력이 되는 사회를 정보화 사회라 한다. 국어사전은 정보란 낱말을 '관찰이나 측정을 통하여 수집된 데이터를 실제문제에 도움이 되도록 해석하고 정리한 지식이나 그 자료.'로 정의하고 있다.

 

정보는 내가 앞서가기 위해 상대방에 대해 아는 일이며 무엇을 미리 헤아려 짐작하거나 그 중 어떤 것을 가려 뽑기 위한 판단의 결정적 토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예측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 그 성찰과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정보로 해서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내게 꼭 필요한 정보를 결정적으로 훼방 놓는 그런 정보를 우리는 잡음정보라 일컫는다.

 

많은 정보 중에서 무엇이 유용하고 그 쓰임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재빨리 알아내는 정보 마인드를 유연하게 작동시키는 것이 유익정보라면 잡음정보는 오히려 그 촉수를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론 유익정보도 그것이 너무 넘칠 때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다. 감당하기 힘든 그 정보에 완전히 함몰되어 생각의 갈피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정보의 공해가 정보화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그 무한량의 정보 온라인화 앞에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완전히 기가 죽었다. 무섭게 진화하면서 오직 빠른 기능만을 필요로 하는 첨단 기기 앞에서 사람들의 사고력은 점점 위축되거나 황폐화하고 있다.

 

특히 정보는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 누구보다 먼저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에 쫓겨 허겁지겁 마구잡이로 주워들으면서 그것이 모두 자기 것인 양 착각하게 된다. 특히 속도는 생각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남들을 따라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남들 흉내만 내고 있을 뿐 자기 생각, 자기 인생을 깡그리 잃어버리게 된다.

 

서구 선진국에서 어린이들의 인터넷 사용이나 그 속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남들이 아는 것, 가진 것을 그와 똑 같이 갖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남들의 그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고 아직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줄 아는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 아이들 마음의 안정, 그 여유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어른들이 거기 있기 때문에 그 규제가 가능할 것이다.

 

제대로 된 정보화 사회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잡음정보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어른들을 필요로 한다. 나이 많은 사람도 무엇이 유익한 것이고 무엇이 잡음인가를 분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아직 판단력이 제대로 잡히기 않은 아이들이야말로 정보의 홍수, 그 잡음정보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아이 기죽이지 않겠다고 값비싼 휴대폰을 손에 들려주고, 몇 시간이고 인터넷 앞에 죽치고 있는 얼빠진 아이를 천재 났다고 자랑하는 어른들이 아닌,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런 어른들이 나설 때다.

 

정말 필요한 지식 정보를 얻기 위해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상혼이 낄낄거리고 있는 게임 위주의 인터넷 사용은 마약 중독보다 더 나쁘다.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인 아이들의 창의력과 올바른 생각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 백해무익한 잡음정보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야 한다.

 

종이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그 나이에 벌써 자기만의 생각 찾기, 그런 마음의 여유로 자연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 모습이 어찌 대견하지 않겠는가.

 

/전상국(소설가·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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