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
어릴 때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사탕 너무 좋아하면 이빨 썩는다. 썩은 이빨은 뽑아야 혀.'
이빨이 썩으면 아프다. 하지만 이빨이 썩는 걸 알면서도 달콤한 사탕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것처럼, 사람들은 몸에 좋지만 쓴 보약 보다 달콤한 사탕을 더 좋아한다.
공연기획자라는 직업으로 많은 공연예술단과 작업을 해보면, 예술이라는 장르를 무대 위에 올리는 예술가들은 달콤한 칭찬만 듣기를 좋아한다. 또한 사사(師事)를 통해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예술장르의 경우 무조건적인 충성과 복종을 해야하는 구조때문인지, 공연이 끝나면 우루루 몰려와 "선생님 최고"라는 달콤한 말들만 늘어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주변에서 쓴소리를 하면 불쾌하게 생각하고 "니가 감히 나를 평가해?", "니가 공연할 때 두고 보자. 얼마나 잘하는지…."하고 복수의 칼날을 세우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언론사 리뷰에 공연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나오면 그 원고를 쓴 기자나 평론가에게 화를 내며 전화를 걸기도 한다. 난 얼마 전 한 신문사의 공연평을 보며 속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문화부 기자가 쓴 리뷰였다. 공연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통해 공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내려주는 평론이었기에 기사를 쓴 기자에게 감사할 정도였다.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몸에 좋은 약은 맛이 쓰다. 어머니는 어린 나에게 보약을 먹일 때는 사탕을 줬다.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적용했기 때문에 보약을 잘 먹을수 있었던 것 같다.
전라북도의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다면 평론가들의 용기있는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이 뛰어나지만 지금은 사라진 침구사이며 민간자격증을 주면서 제자들을 양성한다는 것에 한의사들의 반발이 심하다. "무슨 자격으로 치료를 하느냐"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공연을 평가하고 진단하는 주체와 자격의 기준을 따지는 건 당연 할 수도 있다. 누군가 내 공연을 보고 비판한다면 어느 누가 좋아 하겠는가? 하지만, 앞으로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진단을 하고 처방을 해준다면, 그 처방에 무한 감사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의 없는 평론가를 무조건 서울에서만 데리고 올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역의 문화를 아는 평론가 양성이 절실하다. 전공 대학교의 교수들과 대학원생들 및 관련 전공자들이 평론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지역 언론사들도 평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평론이라는 건 무조건적인 비판만을 하는건 아니다. '문예평론가(文藝評論家)'는 문학예술 및 문예 작품을 전문적으로 비평하고 평론하는 사람이다. 문화예술의 수준이 높은 곳에서는 평론의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공연이 끝나면 신문이나 월간지, 웹사이트를 통해서 평론가들의 공연리뷰를 볼 수 있다. 리뷰를 읽다보면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이 이런것도 있구나, 알고 보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예술단체의 공연관련 평론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대예술 공연이 관객을 위한게 아니라 아직도 집안 잔치로 여기고 학교 제자들과 전공자들만 보는 경향이 있어 서로에게 진실된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평론을 한다고 그 사람에게 도움 되는 건 없고 욕만 돌아오니 누가 나서겠는가? 더이상 집안 잔치를 하지말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공연을 만들어야 지역예술의 경쟁력과 질적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다.
매체의 부족도 있을 것 같다. 공연에 대한 평론을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투자도 필요하다. 지역의 언론을 중심으로 많은 매체가 형성되어야 한다. 일간지, 월간지, 웹사이트 등을 통해 많은 평론가들이 설 자리를 만들고, 우리 문화예술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며 그들의 펜에 귀를 기울이고 평론을 수용하고 개선해 간다면 분명 지역문화예술과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의 양적·질적 향상이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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