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시인)
6·2지방선거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필자도 후보자들로부터 꽤 많은 명함을 받아들었다. 살펴보면 중복되는 것이 여러 장이다. 그러나 명함을 내밀던 손도, 얼굴도, 목소리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으므로, 필자는 명함 이외에 받아든 것이 아무것도 없다.
버리지 않고 집까지 가져오긴 했지만, 명함을 보고 있으면 난감하다. 왜 다들 한 번도 웃어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 어색하게 웃고 있는 것인지, 약력은 하나같이 빼곡하게 적어 넣었는데 믿음 가는 것은 없는지. 도대체 뭘 보고 찍어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작정 기호 몇 번을 찍어 달라는 그 단순함이 참으로 난감해서 이제 막 숫자를 띄엄띄엄 읽기 시작한 애가 된 것 같다.
사실 필자는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후보자들의 정책이 옳고 그른지 일일이 따지기는 어렵고 그저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목민관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물론 이런 기대는 상대 후보의 속옷까지 벗기려드는, 그 처절한 과정을 거치며 무참히 깨져버리지만 말이다. 그래서 필자도 안민가(安民歌)를 빌어 한마디 덧붙이고자한다.
신라시대 「삼국유사」에 실린 충담사(忠談師)의 10구체 향가 안민가(安民歌). 경덕왕 즉위 시절, 백성을 평안하게 할 노래를 지어달라는 왕의 부탁에 충담사(忠談師)는 안민가로 답하였다.
그 중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구절은 '아으 군(君)다이 신(臣)다이 민(民)다이 하날단 나라악 평안(平安)하니잇다'라는 구절이다. 굳이 풀어서 설명하자면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한다면 나라가 평안할 것이다'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눈여겨 보아야할 대목은 바로 '답게'이다. '임금'도, '신하'도, '백성'도 모두 '답게' 행동하지 않으면 나라가 평안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어떠한가. 평안한가, 평안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정말 '답게' 행동하고 있는가.
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 곱지 않은 것은 정치인들이 '답게' 행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정치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에 알아차렸다. 그것을 모르는 것은 정치인들뿐이다.
국민들이 정치에 등을 돌린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말로 '답게' 행동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 국민(民)들이다. 정치나 사회에 대한 불만은 많으면서 정작 투표를 하지 않는 국민들. 민(民) '답게' 행동하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쉬운 방법이 투표라는 것도 모르는 어린 국민들. 정치를 정치인들만의 놀이로 만든 데는 분명 국민도 한 몫 거들었다.
한 달 후에 지방선거가 열린다.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말이 무색해지지 않는 선거가 이루어지길 간곡히 바란다. 혹자는 내가 원하는 누군가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하지 않는 누군가가 뽑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투표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제 그런 차선의 선거는 잊어버리자. 진정 국민만을 위한 최선의 선거를 치러보자.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답게'말이다.
/이현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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