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집안 경영권 잃었지만 쌍방울 영원히…1997년 10월 부도 뒤 2004년 대한전선 계열사로
1963년 내의업체 쌍녕섬유로 출발한 메리야스 기업 쌍방울은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무주리조트 개발을 수행한 (주)쌍방울개발을 비롯해 쌍방울 제품 수출을 전담한 쌍방울상사(주), 외의부문 첫해외 합작사 (주)쌍방울다반, 여성 패션의류 해외 합작사 (주)쌍방울룩, 유아복 전문업체인 (주)쌍방울베베, 소모사(梳毛絲)를 생산하는 소모방적업체인 태영모방(주), 종합인쇄포장업체인 화성실업(주), 이리컨트리클럽(현 상떼힐CC)을 운영하는 덕원관광개발(주), 전북의 프로야구단 (주)쌍방울레이더스 등 9개에 달했다.
특히 쌍방울그룹은 무주 스키장과 리조트, 골프장 개장,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 전북 연고 프로야구단 쌍방울레이더스 등 대중성이 강한 사업에 진출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97년 한국을 덮친 IMF외환위기 사태는 쌍방울그룹 해체로 이어졌다. IMF외환위기는 쌍방울그룹은 물론 이봉녕 회장과 이의철 부회장 등 오너일가에게 엄청난 비극이었다.
▲ 무주리조트 사업으로 자금난 봉착
이봉녕 회장이 '한올의 실로 세계를 당긴다'는 창대한 목표를 내걸고 1963년 창업한 쌍방울은 갑작스럽게 닥친 IMF외환위기 회오리바람 앞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이의철 부회장이 레저관광과 동계스포츠를 선도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무주리조트 사업에 뛰어든 후 쌍방울은 스키장과 리조트를 성공적으로 개장하고, 이어 97년 1월24일부터 2월2일까지 무주리조트와 전주빙상경기장 일원에서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덕유산 자락 212만여평에 자리한 동양 최대의 스키장은 30면의 슬로프를 갖췄고, 리조트와 티롤호텔 객실은 1400여개에 달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쌍방울그룹의 화려한 앞날은 예약돼 있었다.
그러나 메리야스 중심의 쌍방울이 튼실했을 뿐 무주리조트 작품을 내놓은 쌍방울개발은 멍들어 있었다.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가 확정된 후 쌍방울개발은 무주리조트 사업 고삐를 당겼지만, 자금난에 봉착했다.
이에 3400억원의 자금을 금리가 높은 종금사에서 주로 빌리며 공사를 계속했고, 1997년 10월 16일 쌍방울 부도 당시 쌍방울그룹의 부채 규모는 9000억원에 달했다. 대부분의 부채가 종금사 등 제2금융권 자금이었다. 수천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1997년 태국발 외환위기는 아시아 경제에 암운을 드리웠고, 1997년 한보가 부도를 낸데 이어 기아자동차, 해태, 진로, 나산, 거평 등이 잇따라 쓰러졌다. 국내 경제는 급속도로 냉각됐고, 위기감이 커진 금융기관은 자금 회수에 나섰다. 엄청난 자금을 종금사 등에서 빌려쓰고 있던 쌍방울그룹은 두손을 들고 말았다. 골프장 등 계열사들이 줄줄이 부도, 매각 등 처리됐다. 1989년 7월 전북을 연고로 창단된 쌍방울레이더스는 10년 6개월만에 간판을 내리고 2000년 1월 SK에 매각됐다. 91년 1군 리그에 합류, 빙그레와의 개막 첫 경기를 11대0 승리로 장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우승기록은 세우지 못했다.
쌍방울그룹 부도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한 관광레저사업, 건설업 진출 등이 한 원인이었다. 쌍방울이 가장 잘하는 분야는 내의 관련업이었지만, 이의철 부회장은 부친 이봉녕 회장을 비롯한 대다수 선배 경영진들의 만류를 무릅쓰고(설득하고) 레저관광업에 진출했다.
▲ 치열한 구조조정으로 재기 성공
쌍방울은 1996년 연매출액 3600억원을 넘기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 쌍방울은 쌍방울개발(무주리조트)에 대한 8000억원이 넘는 보증채무를 지고 있었고, 이는 97년 1차 부도 후 쌍방울이 추진한 법정관리 탈피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종합패션기업이었던 쌍방울은 법정관리 이후 모든 사업을 아웃소싱 또는 청산 매각했다. 2000년에는 주력사업인 트라이를 중심으로 한 내의사업과 진 캐주얼 리(LEE)만 보유하게 됐다. 또 2500명이 넘던 직원을 1200명 수준으로 대폭 감축했고, 그 결과 연매출액 25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달성했다. 이처럼 내실을 다진 쌍방울은 2002년 11월19일 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 종결 결정을 받기에 이르고, 애드에셋컨소시엄에 인수됐다.
하지만 이후 애드에셋컨소시엄의 후신 SBW홀딩스와 지분경쟁을 벌이며 지분 매집에 들어간 대한전선이 대주주 지위에 올랐고, 2004년 3월3일 쌍방울은 대한전선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 당시 쌍방울의 매출은 16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매출 400∼500억원 규모의 익산 방적공장을 매각하고, 200억 매출 규모의 청바지 LEE도 정리했기 때문이다. 또 쌍방울은 논현동 본사 사옥을 505억원에 매각하는 등 치열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 쌍방울트라이그룹 전국 유통점 1000여개
대한전선은 쌍방울 인수 후 2006년 3월10일 상호를 트라이브랜즈로 변경했다. 그러나 지난 2월23일 대주주가 다시 대한전선에서 태평양통상으로 바뀌고, 2월25일 최제성 대표가 취임한 후 다시 쌍방울트라이그룹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2010년 6월 현재 쌍방울트라이그룹은 전국에 트라이 유통점 100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오렌지색 간판을 내건 300개의 오렌지숍은 속옷 전문점으로 운영되는 핵심 유통망이다.
그 결과 쌍방울의 주력 브랜드 트라이는 국내 단일브랜드 최대 매출실적을 올리며 시장 점유율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 쌍방울의 최대 자산인 기술력의 상징 순면 200수를 개발,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1995년 2800만달러를 투입해 익산방적공장과 메리야스공장을 그대로 이전한 중국 길림트라이방직유한공사는 쌍방울트라이그룹의 대규모 첨단 생산기지다. 면화에서 봉제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길림트라이는 월360만매를 생산할 수 있고, 9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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