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
6.2 지방선거로 인해 정치권의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그동안 막강한 여당에 의해 지배되던 중앙과 지방정부가 여당과 야당이 상호 공존 또는 대립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따라서 앞으로 정치권의 갈등은 만만치 않게 증폭될 전망이다. 야당은 당장 내각총사퇴 요구와 함께 정권의 핵심 정책에 대해 더욱 강한 제동을 걸겠다는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야권과 함께 여권 내에서도 불거지고 있는 인적쇄신론과 국정운영 기조 변화 요구에 대해 거부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에 따라 그동안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들의 앞날은 험난해 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정책이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먼저 4대강 사업에 대해 민주당은 '4대강 죽이기 사업'으로 규정하고 6월 국회에서부터 철회나 수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에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반대 의사를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만큼 이를 철회하거나 수정한다는 것은 정책의 기조가 붕괴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청와대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는 한나라당의 친이계도 4대강 사업을 전면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반대 여론이 거세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인식한 만큼 개선할 부분은 수정하거나 보완한다는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세종시 문제의 경우, 민주당 등 야권은 수정안을 폐기하고 원안을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수정안을 고수하는 종전의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런 청와대의 입장에 비해 한나라당에서는 수정안 추진 동력이 다소 떨어지는 분위기다. 새로운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이처럼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정치력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소통과 타협과 절충을 일상화해야 할 구조로 변한 것이다. 이 구조에 적응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오직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르는 길뿐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천안함 사건, 교육 정책 등의 시행 과정에서 민심을 외면한 채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을 함으로써 매서운 비판을 받아 왔다. 한편 야권에 대해서는 대안 없이 반대만 하고 분열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의 민심이 높았다. 그러나 야권도 그러한 민심을 뼈아프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그러한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민심의 매서운 경고이며 심판이었다. 정치권은 이 같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기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예전처럼 민심을 자신들 위주로 해석해서 불리한 민심에는 눈과 귀를 닫고, 유리한 민심만 귀에 담는 구태를 되풀이한다면 진정한 민심을 얻을 수 없다.
2010년 올해 초에 정치권에서 자주 오르내린 사자성어로 '여민동락(與民同樂)', '상하동락(上下同樂)',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와 같은 말들이 있었다. 이번 선거는 정치인들의 입에 발린 그 말들이 현실 정치에서 얼마나 무서운 결과로 정치권을 휩쓸었는지 실감하게 해주었다. '민심과 함께 하지 않고(與民不同樂)', '권력자가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지 않으면(上下不同樂)' '배를 띄워준 민심이 언젠가는 배를 엎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권은 민심의 흐름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했을 것이다. 말로는 언제나 민심을 들먹였지만, 그 민심이 얼마나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잘못 파악된 흐름인지 알고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여론조사도 믿을 수 없고, 시중에 떠도는 말들도 진의를 알기 어렵고 ,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민심의 흐름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그 강물 속 보이지 않는 곳에 흐르고 있는 '바닥 민심'이 자신들이 띄워 놓은 배를 엎어버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민심은 사심을 갖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들을 위해 올바르게 일을 할 정치 일꾼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강물의 깊은 바닥으로 내려가 바닥 민심을 찾아내어 그것을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일꾼을 원한다. 민심과 함께 웃고, 민심과 함께 울고, 민심과 함께 아파하는 일꾼을 원한다. 민심을 따르지 않는 정치 세력에 대해서는 언제든 그 배를 뒤집어엎을 무서운 흐름이 존재하고 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명곤(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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