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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靑春 아닌 淸春? - 이수화

이수화(창작극회 배우)

 

 

지금의 청춘은 기성세대가 만든 획일적 가치 속에 함몰된 채, 꿈마저 양식당하는 靑春 아닌, ?春이다.

 

21세기에 청춘을 맞이하는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현실에서의 젊음은 만만치가 않다. 젊음의 이미지는 더 이상 도전과 모험과 낭만과 객기가 아니다. 그 자리는 취업과 토익과 학점 따위가 대신하며 불안과 경쟁과 위기가 오히려 20~30대 젊음과 더 근접한 이미지로 자리하게 됐다.

 

우리의 20대 젊은이는 '열정세대'나 '희망세대' 같은 예쁜 이름을 놔두고 하필이면 '88만원세대', '3無세대(돈·집·결혼이 없는 세대)', '불안세대'와 같은 삭막한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가슴 한 켠에 새긴 꿈도, 위대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 소망도 모두 덮어둔 채 안정된 생활을 위해 대기업이나 공무원시험에 이 찬란한 청춘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상을 향해 한없이 도전해보고 부딪쳐봐야 할 이 때 우리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 벽을 느끼기 시작하며 자신이 지닌 재능과 가려는 길에 대한 고민을 품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수 없이 고민하는 시기가 바로 '청춘'일 것이다. 그 고민의 순간 자신의 재능이 부족함을 깨닫고 현실을 택하면 청춘은 종언을 고한다. 꿈은 사라지고 생계를 위해 사는 일상만이 남는다. 이상을 택한 청춘도 늘 치열하지만은 않듯이 현실을 택한 삶도 비루하지만은 않다고, 한 때나마 꿈을 향한 열정을 지녔던 사람에게 적어도 생은 그런 방식으로 배반하지는 않는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그런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청춘'도 늘고 있다. 타율적 욕망에 의해 굴절된 꿈을 꾸며 자신의 삶을 유예시키는 사람들이다. 필자의 주위에는 3명중 1명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무더운 여름을 갑갑한 고시원에서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네가 하고 싶은 것이 공무원이냐"고 물었더니,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공무원을 하겠다"고 한다. 공무원. 그들이 말하는 평범한 삶이다. 사회가 만들어낸 가장 안정적인 삶은 공무원이라고 훈련받아온 것처럼 자신의 이상이 아닌 타인의 이상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청춘. 기계로 찍어낸 붕어빵처럼 자신이 눈에 띄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안타까운 청춘이다.

 

무엇을 이루기보다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청춘이기에 불안정하고 아직 확정된 것이 없어도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청춘이다. 지금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고가는 청춘 혹은 타율적으로 생산된 욕망 속에 갇힌 이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순수한 열정과 이상을 품고 현실과 싸우는 '청춘'의 시기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당신은 아직 ?春 아닌, 靑春이기에.

 

/이수화(창작극회 배우)

 

▲ 연극배우 이수화씨는 전주대 한국어문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부터 창작극회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화자 한지세상' '삽 아니면 도끼' '콩쥐야 훨훨' '필례,미친꽃' 등 다양한 연극 무대에 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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