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14:41 (일)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청춘예찬
일반기사

[청춘예찬] 피디수첩, 본방사수 하셨습니까 - 곽화정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간사)

지난 주 화요일, MBC 김재철 사장은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다룬 피디수첩 '수심 6m의 비밀'을 방송 3시간을 앞두고 보류시켰다. 이를 두고 "스스로 MB의 아바타임을 인증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고기 파동 때 피디수첩에 된서리를 맞은 기억이 있는 정부가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냈지만 기각된 후였기에,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셌다.

 

방송보류 기사가 나가자마자 인터넷 기사에는 수천 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고, 아프리카TV를 비롯한 시민 미디어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MBC 앞에는 방송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MBC 교양국 피디들은 2주 연속 불방 시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23일 월요일에는 방송이 결정됐다는 소식에도 MBC 본사 앞에 5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든 것은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이다. 언론 검열의 현실을 실감했기 때문이고, 그 검열로 걸러진 목소리가 아닌 4대강에 대한 진실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창구까지 잃을까봐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4대강사업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생각은 대선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았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으면서도 대운하 사업은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광우병 촛불 때에도 소고기 문제만큼이나 큰 목소리를 만들었던 게 대운하 반대였고, 결국 대운하 사업을 4대강사업으로 변경시켰다. 비록 그것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투표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뜻이 확실해졌음에도, 정부는 잠시 반성하는 시늉만 하더니 다시 귀를 막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4대강사업에 비판적인 언론은 막고, 홍보에는 열을 올렸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의도는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예비타당성조사 등 사전단계는 부실하게 해치우고 공사는 속전속결로 진행해, 너무 멀리 와서 되돌릴 수 없는 상황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반대해도 어차피 대통령은 할거야'라고 허무주의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언론에서 잘 다뤄지지 않으면서 국민의 관심도도 떨어졌다.

 

그렇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강의 문제는 곧 생명의 문제이다. 우리 국토의 미래가 걸린 일이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과 터전이 걸린 일이다. 이 정권이 국민이 관심 안 갖기를 바라는 만큼 더 알아야 한다. 환경운동가들은 고공의 보 위에 올라가 한 달 넘게 선식만 먹으면서 뭘 주장하고 있는 것인지, 정부는 왜 20m의 댐을 보라고 우기는 것인지, 왜 강의 수심을 그렇게 깊게 파려고 하는지, 왜 전문가들의 우려조차 묵살되고 있는 것인지, 팔당 유기농 단지의 위원장은 왜 보름 넘게 단식하고 있는지 말이다.

 

역사에는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했는지는 기록되지 않는다. 이 무자비한 사업을 국민이 막았느냐 막지 못했느냐만 기록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가 심해지면 더 열심히 알아야 하고, 진실의 목소리를 보호해야 하며, 더 거세게 저항해야 한다.

 

피곤하다고? 어쩔 수 없다. 원래 정부가 잘못하면 국민이 피곤한 거니까.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 간사)

 

/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간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