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공정한 사회'가 국정 전반의 새로운 잣대가 되면서 불공정을 응징하는 칼날이 됐다. 공정성은 개념적으로 분배와 절차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지는지가 매우 중대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통치이념은 지역경쟁에서 비교열위인 전북을 되돌아보게 한다. 역사는 기억해야 할 것이 있고 잊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침체는 외부와 내부의 두 요인이 작용한다. 그간 우리의 시각은 밖에 대한 원망이 우세했다고 본다. 국토 불균형 개발과 불공정 산업정책이 도약의 큰 벽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로 본 전북의 모습'은 민망해서 읽어내고 싶지도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취약한 산업구조-저성장-인구감소의 악순환은 이제 도그마에 빠질 정도다.
이런 원인은 내부에도 있다. 책임을 자신에게서 찾는 반구제기(反求諸己)의 정신을 묻는다. 우리는 정부 탓을 하며 지내왔다. 그렇다면 우리의 잘못은 없었는가. 과연 내부의 역량을 모으려 노력했고 내 잘못을 반성하는 마음이 확실했던 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못사는 것이 남의 탓이라고만 생각할 때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무엇을 소홀히 했나를 돌아보는 마음들이 많아질 때 지역도 건강해질 게 분명하다.
전북이 침체의 늪에만 매몰돼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신적인 문제를 외면하면 공동체는 저급함을 벗어날 수 없을 뿐이다. 정치사회학의 관점으로 볼 때 전북의 경쟁력 약화는 패러다임의 근본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전북이 이대로 굴러가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내부의 문제를 확실히 들여다보자. 과거보다 기업유치가 늘어나고 시민적 우정을 공유한 시민정신이 개선되고 있지만 발전의 답보가 거듭되고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국가공모사업이 줄줄이 낙마하고 있고, 현안 사업들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0여년간 엎치락뒤치락하는 해온 새만금사업과 LH 이전 문제 등은 더욱 그렇다. 답답한 환경과 여건이 계속된다면 그나마 이룬 경쟁력은 역전과 퇴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상황인식과 연대의식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지역발전주간 개막행사에서 "지금은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인 시대"라고 갈파했다. 어떻게 공정한 지역사회를 이루려는지 큰 관심이다. 나는 공정한 사회를 통해 전북이 더 이상 억울하지 않기를 원한다. 합당한 몫을 차지하길 바란다. 그리고 지역에서는 함께 이룬다는 줄탁동기의 근원적 대책을 요청한다. 그 발판 위에 떳떳한 이미지의 전북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현재 우리에게 부여된 최대 과제다.
분열보다는 공통점과 장점을 찾아 나서자. 무사안일과 보신주의에 빠진 조직문화에서 지역발전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역사적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진취적 기상이 선도적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도내 출신 정치인과 단체장, 애향운동본부, 각 기관 및 시민단체, 각계 전문가 등의 열정과 인식 대전환이 담보되어야 한다. '너무 젊잖다'는 발언이 쓴 소리로 들려올 뿐이다. 이해관계에 따른 적당주의와 관행은 치명적이다. 추석 담론에서 도민들은 누가 머뭇거리는지, 아니면 단호한지 지켜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경고 나팔은 한두 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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