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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박근혜식 대권 행보' 에 대한 단상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 행보가 예상외로 빨라지고 있다. 박 전대표는 지난 20일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통해 한국형 복지 모델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정책을 구상하게 될 싱크탱크 성격의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시켰다.

 

박 전 대표는 연구원 발기인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지금 새로운 국가발전의 기로에 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후 국가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대권용 정책연구원을 발족시킨 것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다 큰 틀 속에서 보면 박 전 대표의 정책연구원 발족은 여러 면에서 주목 할 만하다. 무엇보다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이명박 정부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정책 경쟁을 통해 대선 과정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난 2007년 대선은 정책이 실종된 채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으로 시작해서 검찰의 BBK 수사로 끝난 선거였다. 물론 대선 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도덕성에만 맞추면 정책 없는 선거로 빠지기 쉽고 선거가 끝나도 여운이 남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원 발기인의 79%가 대학교수 등 학자들이고, 현역 의원은 단 한사람만 참여했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박 전 대표는 연구원을 최대한 활용해 정책 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구원이 '풍요롭고 자유로운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현실에 바탕한 미래전략과 정책을 수립'하는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려면 각오가 남달라야 한다.

 

첫째, 정치 공학적인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 전 대표 지지율이 다른 후보들보다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 세몰이로 대세를 굳혀야 한다"는 사고로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 우리는 대세론에 도취되어 변화와 개혁을 거부한 채 패배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대권 후보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둘째,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 세우자)'를 자신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박전대표가 최근에 제시한 '한국형 복지'와 이 공약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성장을 근간으로 하는 '줄푸세' 공약을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무게 중심을 성장에서 복지로 옮긴 것인지 정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셋째, 열린 마음을 토대로 '정책 편가르기'를 해서는 안 된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서로 상충되는 반대 의견을 많이 청취하면서 통섭의 시각에서 진보의 가치를 수용하는 창조성이 요구된다.

 

넷째, 연구원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양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당장, 민주당 추천 방송통신위원인 이병기 종편심사위원장이 연구원 발기인에 참여함으로써 논란이 되고 있지 않은가?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의 발 빠른 '정책행보'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한국 대선에서 최초로 후보의 철학이 살아 숨쉬고 치열한 정책 경쟁이 이뤄지는 격조 높은 선거가 도래하는 발판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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