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조 (한국사료협회 회장·전 전북지사)
지방자치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컬어진다. 지방자치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의미일 터이고 지방의 자치행정이 잘 되어야 국가의 민주정치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이치를 담고 있다.
그런데 요즘 지방행정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르내린다. 경기도 성남시가 초호화 청사를 지어 전 국민의 빈축을 넘어 분노를 샀던 일은 너무나 유명하다. 최근에는 경북의 달성군, 포항시와 경남 진주시 등이 중앙정부가 지정한 청사 기준면적을 과도하게 넘었음이 적발되어 그 활용방안을 둘러싸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경기의 용인시는 쓸모없는 경전철을 완공하고도 방치해서 예산낭비는 물론 도시미관을 해치는 꼴불견으로 회자된다. 1조원 넘게 들여 지었지만 운행하면 1년에 550억원이나 적자를 내는 것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충북의 청주라든지 강원도 양양, 경북의 예천 등지는 효율성 없는 공항을 만들어 유령시설이 되고 있다. 우리 전북에서도 하마터면 김제공항을 추진하다가 큰 낭패를 볼 뻔했다. 공사 시작 전에 타당성검토가 잘 되어 시행착오를 막지 않았다면 앞으로 새만금지역에 국제공항을 유치해야 하는 전북의 새로운 발전그림에 먹구름이 되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전대미문의 구제역 확산으로 살 처분한 350여만 마리의 소·돼지를 매몰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충대충 하는 바람에 또 다른 환경재앙을 불러오고 있다. 언론매체들이 침출수가 유출되는 매몰현장들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우리 전북과 전남이 구제역을 잘 막아 청정 축산기지를 지킨 것은 국가적으로 다행스럽고 도민들로서도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 바로 '스마트 전북'임이 자랑스럽다. 이것은 6·25동란 초기 경남·북이 살아남아 나라 전체를 구한 것과 비견된다. 우리나라 축산업은 앞으로 호남의 힘으로 전국에 뻗어나갈 것이다.
전북이 쓰나미처럼 밀려온 구제역을 차단한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도 당국과 6개시, 8개군이 철통같은 방역망을 펼쳤기 때문이다. 건성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정성을 쏟아 농장을 소독하고 위험요소들을 차단하고 철저하게 지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자체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200만 도민들의 애향적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일년에 한번뿐인 설 명절에 귀향하지 않아도 고향의 부모들이 흔쾌히 받아들였고 심지어는 부모가 미리 자녀들에게 귀성하지 않도록 이르는 사례가 많았다고 보도되었다. 이 모두가 정말 스마트한 전북인의 진면목이다.
'스마트'는 근자의 화두(話頭)이다. 스마트폰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점차 각 분야로 스마트 열풍이 불고 있다. 스마트TV, 스마트자동차에서 스마트비행기, 스마트원자력 등 컴퓨터 요소가 들어가는 첨단기기들에 '똑똑하다'는 의미의 스마트(Smart)란 단어가 따라붙는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분야에까지 스마트가 인용된다.
지난 연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무뢰한으로부터 피격당해 사망한 한 소녀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그는 추도사 도중 슬픔이 복받쳐 단 51초간 침묵하고 말았다. 물론 무의식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이 짧은 침묵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때까지 오바마에게 비판을 쏟아 부었던 저명한 언론인이 오바마의 새로운 면모를 보았다며 적극 지지로 돌아섰고 많은 미국시민들이 오바마에게 박수를 보냈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재선이 어렵겠다는 여론이 '51초의 침묵' 이후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일순간의 기적같은 현상을 두고 '스마트 파워'란 말이 생겨났다.
우리 전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다. 우리 고장의 지자체들이 그동안 스마트한 행정을 해온데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렇다고 자만해선 안 된다. 앞으로 새만금을 백년대계 입장에서 명품으로 만들어야하고 무주 태권도공원, 익산 식품클러스트 등 주요 현안사업들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스마트 전북의 명성을 잘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 조남조 (한국사료협회 회장·전 전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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