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4 20:39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딱따구리
일반기사

[딱따구리] 버스파업 '말리는 시누이' 가 더 밉다

이강모(사회부 기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90일을 넘긴 전주 시내버스 파업을 바라보는 한 시민이 무심코 던진 말이다. 이는 버스 파업과 관련해 시민의 대변자로 나선 전주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버스특위만 만들어 놓고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던 전주시의회는 지난 7일 시의회 이름으로 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에는 공권력 투입은 어떤 경우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이는 사회적 기반을 허물어 파업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러자 경찰과 버스회사, 한노총이 곧바로 '불법에 대한 법과 원칙에 따른 경찰력 행사를 용납하지 못하겠다면, 시민 불편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킨 버스 테러 사건 등에 대해 정당한 법집행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들의 다툼을 지켜본 한 시민은 이렇게 빗대서 얘기했다. "내가 경찰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시의회 앞에 불법 노점상이 들어섰다고 가정할 경우 이를 철거하려 할 때 노점상이 심하게 몸싸움을 걸며, 철거를 거부한다면 시의회는 경찰을 부를것인지 말것인지 궁금하다."

 

8일 현재 버스 파업은 91일째를 맞고 있다. 파업 초기에는 상당수 시민들은 사측으로부터 핍박 받는 노동자들의 입장을 근심어린 시각으로 바라봤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민노총이 주장했던 버스기사들의 임금 실태가 허구로 드러나고 일부 노조원들의 버스테러와 운행 방해, 그리고 출근길 가두 행진 등이 연달아 이어지자 노조측에 대한 비판과 불신이 거세졌다.

 

이후 노사간 협상이 시작됐고 타결될 듯 하면서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의 비난은 급기야 전주시와 전북도, 국회의원들을 향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전주시의회가 돌연 공권력 투입을 반대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일부 시민단체가 이에 동조하는 논평을 내자 시민들의 입에서는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평소 법치를 주장하는 전주시의회와 시민단체들이 '시민들을 위해 뭘 해야 할 것인지, 시민의 생각은 과연 어디에 있는 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 이강모(사회부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