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아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4학년)
유난히 춥고도 길었던 겨울을 지나 어느덧 봄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봄맞이에 한창이다. 대학생인 내게 봄을 알리는 3월은 그 어느 달보다 '시작, 새로움'이라는 설렘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한 해의 첫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나 그렇다. 대학입학 직후인 2008년부터 지난 3년간 나는 대학 신문사 기자로 활동했다. 우리 대학 신문사인 '원대신문'은 매주 월요일 마다 신문을 발행했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내내 취재와 기사작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매일 대학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야근은 기본이고, 편집장이었던 지난해에는 신문사에서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다. 3년 동안 대학생보다 기자로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
때문에 지난 대학생활이 다른 친구들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내게 대학교는 지성의 상아탑이기 이전에 일터였다. 학과 성적은 좋았지만 고작 그게 다였다. 남들 다 한다는 영어공부와 봉사활동, 자격증 준비도 하고 싶었다. 좀 더 부지런했다면 모두 해낼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이번 1학기는 특별하다. 대학 4학년이지만 새내기가 된 기분이다. 조금 늦긴 했지만 대학에 입학하던 그날의 다짐과 마음으로 그동안 하지 못 했던 것들을 모두 해낼 생각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니 전주에서 익산까지 1시간 남짓, 지루했던 통학 길도 이젠 설렘으로 가득하다. 늦은 시간까지 학원수업을 듣고 하루에 몇 시간씩 영어공부를 하는 것도, 딱딱한 전공서를 읽는 것까지도 즐겁다. 요즘엔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날 이렇게 만든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시작'이라는 마음가짐 덕분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영어공부는 지겹고 힘겨운 것일 테지만, 첫 발을 내딛은 내게는 재밌기만 하다. 그들도 영어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나하나의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느끼는 설렘과 기대는 이루 말할 수조차 없다. 이런 저런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꼭 이뤄 내리라는 다짐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때의 열정과 초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다. 같은 일이라도 처음과 끝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마음가짐이 변했기 때문이다. 사무엘 울만은 시 '청춘'에서 '청춘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심한 것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곧 느슨하게 풀어진다는 '작심삼일'이란 사자성어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작심삼일을 여러 번 반복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심삼일도 100번이면 1년이 된다.
목표의식이 사라진 일을 계속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잠시 숨을 고르고 지난날을 되돌아보자. 후회하는 일이 많아도 괜찮다. 처음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지금은 행복하기만한 이 생활이 언젠가 힘겹게 느껴진다면 이 글을 다시 읽어야겠다. '시작, 그 마음으로 돌아가자!'
/ 김달아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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