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부터 스마트폰까지…"속도의 폭력 기억하는게 일관된 관심사죠"
박찬경(46)은 영화감독 보다는 미술가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은 형 박찬욱 감독(48)과 아이폰으로 찍은 영화 <파란만장> 이 올해 베를린 영화제 단편 부문 금곰상을 수상하면서부터. 그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신작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를 내놨으며, 포르투갈 미디어 아티스트 주앙 타바라와 특별전에 참여하고 있다. 다시> 파란만장>
"그림, 사진, 영상은 동시대 작가에게 전혀 다른 매체가 아닙니다. 매체보다는 주제가 더 중요하죠. 우물의 종류가 다를 뿐 저한테는 모두 한 우물입니다. 우물 맛이 좀 복합적이라고 할까요."
그가 한국장편 경쟁 부문에 내놓은 <다시…> 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뒤섞은 작품. 영화는 1988년 경기도 안양 봉제공장 화재로 인해 여공 22명이 숨진 사건을 통해 안양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한다. 다시…>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억압된 기억을 동시대 문화로 끌어오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속도야 말로 가장 큰 폭력이고, 그런 폭력을 지속적으로 기억하는 게 제 일관된 관심사죠."
그는 전작 <신도안> 과 <파란만장> 에 이어 <다시…> 에 무속을 담았다. 한국 근대를 바라보는 키워드 중 하나가 종교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파란만장> 신도안>
"한국의 개신교는 샤머니즘을 '응용'하면서 성장한 것 같습니다. 새벽기도나 울부짖는 기도들을 보면, 개신교가 무속을 흡수한 게 아니라 무속이 개신교에 스며든 것 같아요. 하지만 무속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적 형태인데, 점쟁이로 비하하거나 두려워하잖아요. 무속의 '명예 회복' 같은 걸 짚고 싶었습니다."
그는 영화를 만들수록 장르 영화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토속적 뿌리를 둔 공포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장편 공포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그는 "한국만의 무서운 귀신이나 무덤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의 또 다른 공포물이 어떤 복합적인 우물맛을 낼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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