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로 하나된 전주, 알차고 풍성했다
지난 6일 폐막한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는 올해도 하늘이 도왔다. 지난 주말 강풍을 동반한 비, 황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예상됐던 전주영화제는 영화 상영 즈음 비가 멈춰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 관람객들이 넘쳐났다. '자유·독립·소통'의 정신을 이어간 실험적인 영화들이 전 섹션에 걸쳐 고른 매진을 보였으며, 한국 영화 담당으로 새롭게 합류한 맹수진 프로그래머 투입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한국 장·단편 경쟁 등이 인기 섹션으로 떠올랐다. 올해 처음 문을 연 JIFF 공식 운영 카페'납작한 슬리퍼'는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지난달 28일부터 5월 6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린 전주영화제는 38개국 총 190편의 영화가 상영됐으며, 이 기간 유동인구는 38만 명으로 추산된다.
▲ 6개 섹션 고른 매진…정체성·대중성 합격점
올해 전주영화제는 대중성을 갖추면서도 실험적인 세계 다큐멘터리들이 대거 초청 돼 정체성과 대중성을 고루 만족시켰다는 평가다. 유료 관객들은 6만7095명으로 지난해 6만6913명 보다 소폭 증가했으며, 매진 횟수도 전체 286회 중 179회가 매진되는 등 지난해보다 5% 상승했다.
한국 영화의 약진은 주목할 만 했다. 한국 장편 경쟁의 대상작 박찬경 감독의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가 폐막작에 선정됐으며, '국제 경쟁' 최초로 한국 영화인 김경만 감독의 〈미국의 바람과 불〉이 초청된 데 이어 '숏!숏!숏! 2011','한국 장·단편 경쟁' 등이 최고 인기작에 선정됐다. 우리나라와 포르투갈 수교 50주년을 맞아 연 '포르투갈 특별전'은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카네이션 혁명 전·후 제작된 포르투갈 영화와 또다른 거장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불면의 밤'에 공포 영화와 음악 영화, 러닝 타임이 5시간 30분이나 되는 〈카를로스〉를 배치한 것도 관람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소통하는 영화제'를 표방한 전주영화제는 지난해와 비교해 관객과의 대화(GV)가 47%나 늘었으며, 한 분야의 영화 전문가만을 초대해왔던 '마스터 클래스'도 영화학자, 촬영 감독 등이 참여해 진지하고 학구적인 전주영화제 마니아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올해 처음 시도한 야외에서 관객과의 대화 '오프 스크린'도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소설가 김연수, 영화평론가 한창호 등이 참여해 새로운 즐거움을 선물했다.
▲ 스마트한 소통으로 앞서가
전주영화제는 '스마트한 영화제'를 위해 뉴미디어를 확대·도입했다. 지난해 국내 영화제 최초로 시도한 어플리케이션'지프 어플'을 아이폰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폰으로 확대했으며, 세계 최초로 스마트 패드(아이패드와 갤럭시탭) 전용 잡지「JIFF ON」을 발간해 영화제 내내 관객과의 대화, 야외 이벤트, 영화 정보 등을 실시간 공유했다.
영화 프로그램 안에서도 스마트한 소통은 이어졌다. 올해 처음 시도한 '제1회 JIFF 폰 필름 페스티벌'은 스마트폰 영화 제작 가능성을 타진한 프로그램. '시네마 스케이프'의 베르너 헤어 조그 감독의 3D 다큐 〈잊혀진 꿈의 동굴〉, '시네마 페스트'에 초청된 필리핀 최초의 3D 장편 애니메이션 〈RPG 메타노이아〉 등은 새로운 3D 미학을 보여줬다.
▲ 생산하는 영화제로서 성장
저예산·독립·예술 영화의 제작·유통·배급을 돕기 위한 '제3회 전주 프로젝트 마켓'에는 총 125개사 294명의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생산하는 영화제'로 관심을 모았다. 한국영화 신작을 상영하는 인더스트리 비디오 라이브러리는 두바이·로카르노·멜버른 영화제 등 해외영화제 프로그래머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해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열어줬다. 또한 전주영화제는 5편의 판권을 구매해 상영한 결과 〈필름 소셜리즘〉이 인기 상영작에 선정됐으며, 〈달빛 길어올리기〉,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 등도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 관객 배려 인프라 개선돼야
올해 전주영화제 전체 좌석수는 7만5000석에 그쳤다. 지난해 좌석수를 10만석까지 대폭 늘렸던 전주영화제는 올해 디지털 영화가 지난해보다 4% 늘어나면서 디지털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영화제 상영관인 전주시네마타운이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해 존폐 위기설이 나돌고 있어 메가박스·CGV·디지털독립영화관만 남게될 경우 영화의거리라는 말이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내년에 메가박스와 CGV가 디지털 전용관으로 바뀌기 때문에 올해보다는 좌석수가 확대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소통·정보·놀이로 구분한 영화제 행사 공간이 기대 만큼 특색있게 꾸려지지는 못했고, 올해 '대박'난 일부 기념품도 지난해와 비교해 만 원까지 올라 비싸다는 지적도 있었다.
▲ 전주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해야
전주영화제 프로그램은 훌륭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것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타지역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많았다. 실제로 영화제 기간 상당수 전주 시민들은 영화제를 외부 행사로 인식했다. 이 때문에 국제영화제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자주 접하기 힘든 영화축제를 전주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전주영화제가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와 연계해 'JIFFTalk食','전주문화기행' 등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내놓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점을 감안할 때 올해는 그런 시도가 사라진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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