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트루맛쇼〉가 '판도라의 상자'가 됐다. 지상파 방송사가 협찬대행사, 브로커 등과 맛집 소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검은 뒷거래를 했다고 밝히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 김 감독은 방송사들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을 고발하기 위해 경기도 일산에 식당을 차린 뒤 제작진들을 섭외해 몰래 카메라로 담았다. 영화에 따르면 SBS의 '생방송 투데이'에 이 식당이 소개되는 과정에서 홍보대행사에 1000만원이 오갔다. MBC의 '찾아라! 맛있는 TV'의 '스타의 맛집'에도 한 맛집이 900만원을 건네고 출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 직접 900만원을 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10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방송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발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SBS의 경우 심했어요. 외주제작사는 협찬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협찬금을 방송사가 개입해 돈을 나눠가졌다면 이건 다른 문제입니다. 게다가 본사 차원에서 브랜드위원회를 만들어 직접 협찬에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도 있습니다."
그는 "영화 첫 장면에 보면 '역지사지','퍼포먼스'라는 단어가 나오듯 MBC의 '불만 제로',KBS의 '소비자 고발'처럼 그들의 방식으로 그들을 촬영해 보여줬는데 이게 블랙 코미디가 돼 버렸다"고 했다.
"제 칼 끝은 외주제작사가 아니라 방송사입니다. 제작사가 돈을 받았다면, 부자가 돼 있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SBS가 해당 외주제작사와 계약을 해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부 방송사는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하고요. 하지만 이것은 '자살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SBS와 홍보대행사간 주고 받은 세금계산서를 통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때문이죠. 억울하다면 법적 대응을 하면 됩니다."
그는 "방송사가 저와 '트루맛쇼'를 공격할 경우 다른 방식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응수한 뒤 "내 영화는 단순히 맛집 고발 차원이 아니라 교양과 정보로 포장된 상당수 방송 프로그램이 돈에 의해 철저히 기획된 것임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BS '생방송 투데이'의 프로듀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며, 익명을 요구한 전직 MBC 맛집 프로그램 작가는 "이같은 현실이 전부라고는 볼 수 없지만 가끔 적발 돼 해당 외주제작사가 징계를 당하거나 계약이 해지되곤 했다"며 "특히 SBS는 타방송사에 비해 외주제작사 진입이 가장 쉬운 곳이라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맛집 프로그램에 대한 도발을 시도한 이 화제작은 전주영화제 기간 내내 매진됐으며, JIFF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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