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아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4학년)
지난 주말, 학창시절 자주 가던 칼국수집을 찾았다. 내 모교 근처에 있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옛 추억이 생각날 때면 종종 찾곤 했다. 북적이는 사람들을 속에서 어렵사리 자리를 잡았다. 4~5개월 만에 찾은 터라 친구와 난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을 했다. 그런데 그 설렘은 바로 사그라졌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칼국수 값이 500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3,500원일 때도 있었는데'라고 툴툴거리면서 5,000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을 비웠다.
식사를 마치고 시내의 한 카페로 향했다. 식후에 커피 한 잔은 언제나 필수코스다. 카페에서 친구와 내가 고른 커피는 각각 6,000원이었고 여기에 조각 케이크까지 곁들이니 총 금액은 20,000원 가까이 됐다. 커피를 마시며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한마디 했다.
"500원 오른 5,000원 짜리 칼국수는 비싸다고 불평하면서 그보다 비싼 커피는 아무렇지 않게 먹는 우리 참 웃기다."
"그야 칼국수는 칼국수고 커피는 커피니까 그렇지!"
내 생각은 이랬다. 3,500원일 때부터 먹어온 칼국수였다. 이런 내게 1,500원 인상은 크게 느껴졌다. 반면에 커피는 예전부터 이 정도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까지도 커피 값은 최저 3,000원이 기본이다. 다들 그렇게 커피를 마셨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쯤은 커피전문점을 습관처럼 찾는 나였다.
친구와 다음을 기약하며 기분 좋게 헤어졌다. 그러다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아까 웃으며 넘겼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비싸다며 불평하던 칼국수보다 커피가 훨씬 비쌌다. 칼국수는 '밥'이고 커피는 '후식'인데 말이다.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다. 물론 칼국수와 커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비자가 느끼는 커피전문점 커피의 가격은 너무 비싸다.
언제부턴가 다방은 자취를 감췄고 그 자리를 카페가 대신했다. 카페 안은 우리가 메웠다. 이제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보다 그 가격의 수십 배가 넘는 카페 커피가 더 익숙하다. 대학가 카페는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려는 대학생들로 가득 찬다. 100원, 200원 인상된 학생식당 밥값에 불만인 모습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6,000원이면 학생식당에서 두 끼를 먹고도 몇 백 원이 남는다.
지난 3월 온라인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3,637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소비지출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대학생의 월평균 생활비는 42만원, 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항목 1위는 '식비(52.3%)'였다. 그만큼 식료품(밥·커피 등)의 물가가 대학생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또 식비로 쓰이는 금액이 상당하기 때문에 물가의 작은 변동도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식비에서 차지하는 커피 값은 만만치 않다. 특히 나와 같은 여대생들은 한 달에 적어도 3~4만원은 커피를 마시는데 쓴다.
대학생들에게 6,000원은 큰 돈이다. 꼬박 1시간 반을 아르바이트 해야만 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커피 값이 참 아깝다. 그동안 커피 한 잔의 작은 사치를 위해 포기해야만 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이제 물가가 많이 올라 용돈이 부족하다는 말만 하기보다, 대학생다운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 김달아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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