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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나는 '젊음' 이 좋은 줄 모르겠다

김민아 (전주비전대학 신재생에너지과 1학년)

 

불안하니까 청춘이다.

 

막막하니까 청춘이다.

 

흔들리니까 청춘이다.

 

외로우니까 청춘이다.

 

두근거리니까 청춘이다.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라는 부제가 붙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의 맨 앞을 장식한 문구다. '내 인생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나에게 읽어보라고 손짓하는 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집어든 책은 작가가 우리시대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생생한 경험과 조언으로 가득했다. 그 중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라는 버나드쇼의 말에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사실 나는 젊음이 좋은 줄을 모르겠다. 고민과 방황으로 가득한 20대가 빨리 지나고 안정된 직업, 결혼, 가정을 가지는 게 너무 간절하기만 하다. 스무 살을 갓 넘긴 내가 불안하고, 막막하고, 흔들리고, 외로운 청춘의 맛을 이미 보았노라고 하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순전히) 내 관점에서 봤을 때는 사실이다.

 

튼튼해 보이는(?) 지금의 내 다부진 체격과 에너자이저 같은 체력은 넷볼이라는 운동 덕분이다. 여자 농구와 비슷한 운동경기인 넷볼이 나는 밥 먹는 것 보다, 그 어떤 친구보다도 좋았다. 미친듯이 넷볼에 빠져 중학교 시절 3년을 보내고 나니 집 근처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갈 성적이 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후 빨리 돈을 벌게 되면 내가 원하는 홀로서기의 인생을 빨리 실현할 수 있을거라고 믿었으니 말이다.

 

빨리 취업할 계획을 세우고 나니 공부가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선 성적이 좋아야 할 것이고 자격증도 많아야 좋은 곳에 취업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나 둘씩 늘어가는 자격증을 나는 무려 9개 씩이나 수집하듯 늘려갔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여러 차례 대기업에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이 사회라는 곳은, 그리고 대기업에서 사람을 채용하는 방식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매번 면접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5개월 정도의 시간이 5년처럼 느껴졌다. 불안하고, 막막하고, 흔들리고, 외로웠다. 취직을 하고 자리를 잡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에 조급함을 느낀 나는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작은 개인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학교와 가정의 품을 벗어나 마주한 사회는 냉혹하기 그지없었다. 직장 환경도, 보수도, 해야 하는 일도 내 성에 차지 않으니 제대로 된 생활이 될 리 없었다. 불만이 쌓여갔고 어둡기만 한 내 미래가 두렵기만 했다. 두려움이 짙어가자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조금은 더 단단한 기초가 필요했다. 조급함을 버려야 했고, 사람들과 섞여서 겉이 아닌 내면의 나를 키워나갈 시간이 좀 더 필요했던 거였다.

 

올해 나는 전문대학에 입학했다. 방법을 달리할 필요를 느꼈지만 내 목표는 지금도 여전히 좋은 기업에 입사해 당당히 홀로서는 것이다. 방학을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나는 학교로 등교한다. 1학년부터 학교에서 운영하는 '대기업 취업반'에 등록해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나가고 있는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강의실로 걸어가는 길이 플래카드로 도배가 되어 있다. 모두 굴지의 대기업인 S사 L사, D사 등에 기술직으로 취업한 학생들을 축하하는 내용이다. 내년에는 내 이름도 플래카드에 인쇄되어 걸려 있을거란 상상을 해보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근거리니까 청춘이다'라고 쓰여진 마지막 문구가 마음으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래, 불안과 막막함 속에 교묘히 섞여 두근거리는 내 청춘의 시간을 멋지게 만들어 보리라. 끊임없이 내리는 장마철의 빗소리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 김민아 (전주비전대학 신재생에너지과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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